슈퍼예산과 백투백 인상 동시에
엑셀과 브레이크 동시에 밟는 격
잠재성장률 오르면 중립금리↑
긴축 통화정책 펼칠 여지 확대
“개념 정리중…조만간 발표”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정부가 800조원을 웃도는 ‘슈퍼 예산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번 연속 올리면서 확장적 재정정책과 긴축적 통화정책의 ‘엇박자’ 논란이 다시 떠올랐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확장재정이 잠재성장률을 밀어올리는 방향으로 쓰이면 긴축적 통화정책과 엇박자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잠재성장률이 오르면 중립금리도 오르기 때문이다. 현재 한은이 추산 중인 잠재성장률과 중립금리 수준이 얼마나 오르냐에 따라 엇박자 논란도 진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현송 총재는 전날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간 ‘엇박자’ 지적에 대해 “(재정지출과 통화정책 엇박자는)재정 지출의 상태나 규모, 용도에 따라서 답이 정해진 것 같다”며 “재정지출이 미래 성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투자에 적용되면 잠재성장률을 올리면서 엇박자가 안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확장적 재정정책과 긴축적 통화정책은 서로 충돌한다. 확장적 재정은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활성화하는 것인데, 긴축적 통화정책은 반대로 돈을 흡수해 경기 과열을 막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자동차의 액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것과 같다.
하지만 재정지출이 단순히 일시적 경기 부양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체질을 바꿔 기조적 성장세를 끌어올린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신 총재가 ‘재정지출의 형태나 규모, 용도’ 등을 강조하며 향후 추이를 보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25일 당정이 발표한 내년도 예산 편성 방향을 보면 5대 중점 투자 분야 중 AI(인공지능)·3대 메가프로젝트, 미래 성장엔진 확충 등은 신 총재가 언급한 성격의 투자에 가깝다. 앞으로 예산안 논의 과정에서 혁신 분야 비중이 어떻게 설정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면 중립금리가 오르고, 그러면 그만큼 한은으로서는 더 긴축적 통화정책을 펼 여지가 커진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의 자원을 최대로 활용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이다.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면 그만큼 나라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나 성장 잠재력이 약해진 것이다. 중립금리란 물가를 올리지도 떨어뜨리지도 않으면서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이상적 금리 수준을 뜻한다. 통화정책의 나침반 역할을 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1.66%로 제시했다. 한은은 2% 또는 2%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으로 잠재성장률을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잠재성장률을 3%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중립금리는 연구마다 결과가 다르지만 한은은 1.8~3.3% 사이에 있다고 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은 앞서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중립금리 수준에 대해 5개 연구 결과를 제시했는데 공통 범위가 1.8~3.3%였다.(본지 7월 31일자 8면 기사 참고)
당시 한은은 현재 한국의 중립금리 수준에 대해 “중립금리가 비관측 변수로서 추정의 불확실성이 높고 방법별로 편차가 큰 특성이 있고 통화정책 기조는 중립금리뿐만 아니라 물가와 성장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종합해 판단하는 것이 적절한 만큼 구체적인 중립금리 수준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우리나라의 중립금리와 관련한 행내외 연구 결과에 비추어보면 현재(7월말 기준)의 기준금리 2.75%는 중립금리 추정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한은은 조만간 지금 경제 상황에 맞춰 새로 추산한 잠재성장률과 중립금리를 발표할 전망이다. 신 총재는 “잠재성장률과 중립금리와 같은 모든 개념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 있다”며 “그에 관해 추가로 발표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경제 성장세 등을 고려하면 기존 추정치보다 큰 폭으로 상향될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그동안 중립금리 수준 등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이례적으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할지 주목된다. 확장 재정과 긴축 기조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엇박자’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 잠재성장률과 중립금리 수준에 대한 발표도 최대한 앞당길 가능성도 거론된다.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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