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울산지법, 퇴직금 청구 소송 원고 패소 판결
법원 “조선소 실적은 근로자 아닌 업황이 좌우”
회사 측 “조선사 실적은 업황·환율 영향이 더 커”
삼전 ‘목표 인센티브’ 임금 인정 外 기업들 연이어 승소
[헤럴드경제=박혜원·박지영 기자] HD현대중공업 퇴직자들이 “경영성과급을 포함해 퇴직금을 산정해야 한다”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 패소했다.
법원은 아무리 매년 성과급이 지급됐더라도, 글로벌 업황에 따라 실적과 성과급 변동이 큰 조선사 특성상 이를 임금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성과급을 포함해달라는 기업별 퇴직금 소송에서 법원은 대체로 회사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다만 재계에선 올해 성과급 기준을 명문화하라는 노조 요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퇴직금 분쟁이 다시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성과급 17년 줬더라도…임금 성격은 아냐”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방법원은 지난 26일 HD현대중공업 퇴직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들은 회사가 매년 노사합의를 통해 지급해 온 퇴직금에 성과급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성과급을 반영해 평균임금을 산정해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퇴직자들은 매년 성과급이 지급된만큼 이를 사실상 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업규칙에 관련 내용이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소송 시점인 2023년까지 17년간 예외 없이 지급되어 온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균임금은 특정 기간의 임금을 모두 더한 뒤 하루치로 환산한 값이다. 성과급까지 합해 평균임금이 높아지면 퇴직금도 오르게 된다.
HD현대중공업 측은 조선 업계 특수성을 강조해 이를 반박했다. 국내외 선주들의 주문을 받아 선박을 제작하는 조선업 특성상, 조선사 실적은 근로자들보다는 업황이나 환율 등 외부 요인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다. 법원도 회사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회사 매출은 근로자의 근로 양과 질에 비례하여 증가하는 지표가 아니다”라고 봤다. 이에 HD현대중공업 퇴직자들은 항소한다는 방침이다.
퇴직금 소송서 한화오션·SK하닉 등 연이어 승소
성과급을 평균임금에 반영해달라는 퇴직자 소송에서 법원은 대체로 회사 손을 들어주고 있다. 올해 대법원은 한화오션과 SK하이닉스 퇴직자들이 낸 소송에서도 원고 패소 판결을 냈다. 성과급은 사업이익을 분배하는 것일 뿐 근로자들이 얼마나 근로를 제공했는지와는 관계가 없다는 취지다.
최근 퇴직금 관련 논란에 다시 불을 붙인 건 지난 1월 삼성전자 사례다. 삼성전자의 경우 ‘성과 인센티브’와 ‘목표 인센티브’에 대법원이 각각 다른 판결을 냈다. 초과이익이 발생했을 때 지급하는 성과 인센티브는 임금이 아니라고 봤지만, 사업부별 목표 달성 정도에 따라 지급하는 목표 인센티브는 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같은 회사의 성과급이라도 그 성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판결 이후 삼성전자 다른 퇴직자들이 소송을 추가로 제기한 데 이어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E&A 퇴직자들도 소송을 낸 상태다. LG유플러스 퇴직자들도 최근 소송인단을 모집하기 시작해, 다른 업종으로도 확산 조짐이 보이고 있다.
‘성과급 명문화’ 노조 요구에 재계는 퇴직금 소송 재확산 우려
재계에선 올해 재계에서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만큼 이같은 유형의 소송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성과급 지급 기준이 영업이익의 ‘N%’ 등으로 명문화되면, 퇴직금 산정 여부를 둘러싼 법적 분쟁도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최근 다수 노조들이 요구하고 있는 것과 같이 성과급 지급 기준이 수치로 명시된다면, 법원에서도 성과급이 정량적으로 지급됐다는 점을 들어 성과급의 임금성을 인정해 판례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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