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에 대한 세계 각국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미국에선 플랫폼 기업이 정부 단위의 압박에 굴복해 거액의 합의금을 물고 서비스 설계 자체를 바꾸기로 한 사실상의 첫 사례가 나왔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인 메타플랫폼이 청소년 SNS 중독 소송전 끝에 미국 주 정부들에 최대 167억달러(약 23조원)를 지급하고 청소년 보호 조치를 강화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26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법에 따르면 메타는 47개 주(州) 및 워싱턴DC, 푸에르토리코, 아메리칸사모아, 북마리아나제도 등과 이같은 합의안을 마련했다. 그동안에도 개인·학교·주단위로 제기한 소송에선 플랫폼기업이 개별·비공개로 합의한 적은 여러차례 있었지만, 이번 건에선 미국 전역의 주정부가 공동원고로 나서 공개적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다.

합의로 소송이 종결됨으로써 메타의 위법행위 여부는 가려지지 않았으나 청소년의 SNS 이용에 대한 플랫폼의 설계·영업책임과 그 범위가 사회적으로 인정된 사례가 됐다는 의미가 크다. 합의금 규모보다 더 주목되는 것은 이용 시간을 제한하고 서비스, 알고리즘 설계를 바꾸기로 한 결과다. 원칙적으로 18세 미만의 메타 소셜미디어 이용시간은 하루 2시간으로 제한된다. 학교 학업 중 알림 비활성화, 추천 알고리즘 배제, ‘좋아요’ 확인 차단, 사진 필터 사용 금지 등이 시행된다. 메타는 또 나이 확인 기술을 구축하고, 13세 미만 접근을 차단하는 AI(인공지능) 모델도 개발하기로 했다.

미성년자의 SNS 이용 제한과 규제는 세계적인 추세다. 이미 호주와 영국은 16세 미만의 SNS 이용 금지를 법제화했다. 프랑스·덴마크·스페인 등 유럽 각국도 연령 제한 입법을 추진 중이며 미국 일부 주에선 알고리즘 규제에 나섰다. 그러나 한국은 연령별 사용 규제를 비롯한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회에는 14세 미만 SNS 가입 금지, 미성년자 추천 알고리즘 배제, 16세 미만 이용시간 제한 등을 담은 여러 법안이 계류만 돼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플랫폼기업의 설계·영업과 정부의 규제정책, 학교·가정의 감독체계 등의 기관·영역별 법적 책임과 권한에 대해 통합적이고 사회적인 합의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법적 강제와 자율 규제 사이에서 어떻게 실효성 있는 제도를 시행할 것인가로 논의가 나아가고 있지 못하다. 플랫폼기업에는 알고리즘 설계와 이용시간 제한에 대한 의무 및 서비스의 안전성 입증 책임을, 국가에는 연령 확인 체계와 제재 권한을, 학교에는 디지털 활용 교육권과 기기 사용 제한권을, 가정에는 부모의 감독·지도 의무를 강화할 수 있는 통합 관리 체계 마련과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