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력망 ‘국가비상사태’ 선포
트럼프, 26일(현지시간) 행정명령 서명
디지털 백도어 우려하며 中 감안 조치
韓업체는 이번 조치가 반등 계기 전망도
효성·HD현대·LS 등 현지 생산시설 확충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미국이 자국 전력망에 들어가는 외국산 전기설비를 국가안보 심사 대상으로 돌라며 국내 업체들은 오히려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등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북미 시장 내 입지를 다진 국내 업체들이 높아진 현지 안보·조달 기준을 선점하며 지배력을 키울 수 있단 것이다.
29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각)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국가비상사태법에 따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일부 외국산 장비의 구매·수입·이전·설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이번 행정명령에 따라 사이버 안보나 운용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관련 핵심 소프트웨어 및 디지털 기능을 포함한 특정 외국산 대형 전기 장비의 미국내 구매 및 설치가 금지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변압기·대형 발전기·에너지저장장치(ESS)·인버터·고압 차단기 등이 포함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력망 내 외신장비 차단에 전격 나선 것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외국산 장비에 외부에서 원격 접근할 수 있는 디지털 백도어의 존재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 지난해 미국에선 자국 전력망에 연결된 장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중국산 태양광 인버터내 미인가 통신장치가 탑재된 것이 발견된 바 있다. 이에 원격 조작 가능성 우려가 불거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배터리 및 태양광 인버터 제조시장의 약 80%를 차지한다. 2020년 미국 상무부 조사를 보면 지난 10년간 미국은 중국산 대형 변압기를 다량 수입해 왔다. 다만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중국 변압기 수입 비중은 모든 전력 용량 구간이 한자릿수(1.3%~7.3%)에 그쳤다. 미국 유틸리티 회사들이 중국 수입 비중을 축소해오며, 중국은 멕시코 등 현지 생산법인을 통해 우회 수출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업체가 이번 행정 명령에 포함될 가능성이 낮으며, 미국은 공급 부족 시장인 만큼 수요 증가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국내 주요 전력기기 업체들은 미국 현지에 생산시설을 확장해 나가고 있어, 이번 미국의 조치가 반등 계기가 될 수 있단 분석도 이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에 대비해 미리 현지 거점을 구축한 점이 큰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효성중공업의 경우 미국에서 유일하게 765킬로볼트(kV)급 변압기를 생산할 수 있는 멤피스 공장을 운영 중이며, 추가 증설할 예정이다. 완공 시 멤피스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은 약 4억달러에서 2028년 6억달러 수준까지 늘 전망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서 변압기 공장을 증설 중이다. 앨라배마 제2공장 총투자액은 올해 상반기말 기준 3852억원에 달한다. 증설을 완료하면 현지 생산능력은 50%가량 확대된다. LS일렉트릭은 유타주와 텍사스주를 거점으로 현지 공급망 안정성과 납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대(對)미국 초고압 변압기 수출액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초고압 변압기(용량 1만킬로볼트암페어(kVA) 초과) 중량은 3220만톤(t)으로 수출액은 7억3828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2024년 수출액(4억345만달러) 대비 83% 급증한 수준이다. 아울러 올해 들어 1월부터 7월까지 수출한 초고압 변압기 중량은 누계 2639t에 달하며 수출액은 5억9558만달러로 집계됐다. AI 열풍으로 수요가 늘며 벌써 2025년 연간 수출액의 80% 이상을 달성한 셈이다.
k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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