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아이다호 메모리 팹 건설 현장 공개
메흐로트라 CEO, 방진복 입고 클린룸 둘러봐
“美 유일 메모리 제조” 강조…삼성·SK 견제구
“美 고객과 협력 긴밀, 8000명 일자리 창출”
러트닉 상무장관, 삼성·SK에 추가 관세 으름장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미국 행정부로부터 생산시설 추가 투자 압박을 받는 사이 업계 3위 마이크론이 연일 ‘미국 유일 메모리 기업’임을 강조하며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6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산자이 메흐로트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기업으로서 미국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대미(對美) 추가 투자 압박을 받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의 차별점을 우회적으로 과시했다.
마이크론이 자국에 메모리 생산시설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후공정에 해당하는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 중이다. 아직 미국 내 메모리 팹(공장) 투자 계획은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메흐로트라 CEO는 이날 인터뷰를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메모리 팹이라고 자부하는 아이다호주 보이시 공장 건설 현장에서 진행하며 그 의미를 강조했다.
안전모를 쓰고 작업화를 신은 채 아이다호주 공사 현장을 둘러보거나 방진복을 입고 R&D 클린룸을 살펴보는 사진도 이날 처음으로 공개했다.
마이크론은 이곳에 두 개의 대형 팹을 짓고 있다. 각각의 팹은 미식축구장 10개 크기에 달한다.
메모리 수요를 따라갈 수 없을 만큼 주문이 폭발하자 마이크론은 당초 2027년 하반기로 예정했던 아이다호주 1공장의 가동 시점을 2027년 중반으로 앞당겼다. 2공장 역시 2028년 말 가동 예정이다.
아이다호주에 이어 뉴욕주 시러큐스와 클레이에도 최첨단 메모리 공장을 건설하는 등 자국에 대규모 자본을 쏟아붓는 중이다. 미국 전역에 총 2500억달러(약 338조원)를 투자해 메모리 팹을 동시다발적으로 지어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크게 뒤지는 생산능력을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메흐로트라 CEO는 “미국이 AI 혁신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빅테크) 고객들과 긴밀히 협력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만의 강점”이라고 밝혔다.
메모리를 사들이는 핵심 고객사들이 모두 미국 빅테크 기업인 만큼 미국 현지에 건설하는 자사 메모리 팹이 최대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현재 아이다호주 보이시 팹에 약 8000명의 건설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며 “고객들은 마이크론이 미국 노동자들에게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인건비와 기타 운영비 부담이 높아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지을 경우 투자 수익성도 그만큼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반도체 생산공정을 잘 아는 숙련된 노동자가 부족한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마이크론도 이 점을 인식한 듯 지난달 아이다호주 공장 인근에 1680평 규모의 반도체 인력 양성 시설을 지었다. 이곳에서 마이크론 직원은 물론 협력회사 근로자들까지 교육해 키워낸다는 계획이다.
메흐로트라 CEO는 “미국보다 더 나은 혁신 허브는 없다. 보이시에 100억달러 규모의 마이크론 리서치 연구소도 지어 파트너들을 한데 모을 것”이라며 “보이시는 이제 최첨단 메모리 제조의 허브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센터 고객들은 우리가 공급할 수 있는 양보다 50% 더 많은 메모리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2027년에는 올해보다 메모리 공급이 더 빠듯해질 것이란 전망도 덧붙였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10일(현지시간) 미국 투자은행 키뱅크 캐피털 마켓이 주최한 기술 리더십 포럼에서도 “미국 내 메모리 전공정 팹에 투자하는 기업은 우리가 유일하다”고 강조하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견제구를 날렸다.
수미트 사다나 마이크론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는 메모리가 아닌 로직 파운드리에 집중됐고, SK하이닉스의 투자도 패키징 시설”이라며 “(마이크론이) 미국에서 생산한 메모리는 가격 프리미엄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론의 이 같은 발언들은 최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겨냥해 ‘표적관세’ 도입을 시사한 것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러트닉 장관은 이달 2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채플힐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혁신장관회의 중 CNBC에 “(반도체 부문에서) 표적화되고 정교한 관세 정책을 도입할 것”이라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는 “TSMC는 애리조나에 265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마이크론은 2500억달러 규모의 메모리 공장을 짓는다”며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을 경우 세계 최대 시장에 들어오기 위해 관세를 낼 각오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고강도 관세 타격을 피하려면 지역경제 및 고용창출 효과가 더 큰 메모리 전공정 생산시설도 미국에 지으라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경고한 셈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인디애나 첨단 패키징 팹 기공식에서 곽노정 사장이 “앞으로 미국에서 투자와 협력을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추가 메모리 팹 투자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삼성전자는 현재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2공장 증설 계획을 공식화했으나 미국 행정부가 요구하는 메모리 팹 투자 계획은 밝히지 않은 상태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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