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온스당 4400달러대…1년 새 20% 넘게 상승

중국 21개월 연속 매입·한은도 3550억원 ETF 투자

골드뱅킹 7개월 만에 반등…은행 골드바 판매도 증가

오마이걸 미미. [뉴시스]
오마이걸 미미. [뉴시스]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주식보다는 손에 잡히는 현물이 좋다.”

그룹 오마이걸 멤버 미미는 지난달 3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같은 투자 철학을 밝혔다. 주식은 팔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느껴지지 않아 금처럼 눈에 보이는 자산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미미는 지난 4월에도 한 유튜브 예능에서 금을 조금씩 사 모으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이후 금값이 오르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많이 벌었다”는 말을 듣는다고 전했다.

미미가 선택한 금에 개인투자자는 물론 각국 중앙은행과 금융권까지 몰리고 있다. 고금리와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달러화 가치에 대한 불안이 겹치면서 금이 다시 ‘최후의 안전자산’으로 부상한 것이다. 중국은 21개월 연속 금 보유량을 늘렸고 한국은행도 13년 만에 금 관련 투자를 재개했다.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와 은행 금통장에도 뭉칫돈이 유입되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제 금 가격은 온스당 4400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은 지난 4일 온스당 4429.8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최근 금값은 가파른 상승과 조정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7월 중순 저점을 찍은 뒤 8월 25일까지 약 15% 뛰며 4600달러 안팎까지 올랐다. 이후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불거지자 이달 1일 43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4500달러 선을 넘나들었다.

최근 한 달간 상승률은 약 4%로 낮아졌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20% 이상 높은 수준이다. 연초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큰 폭의 조정을 받았음에도 금값이 재차 반등하면서 추가 상승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은 주식·채권·달러 등 전통자산의 변동성을 방어하는 대체자산이자 인플레이션 대피처로 꼽힌다. 전체 원자재 시장에서 거래 규모가 압도적으로 커 주요국 중앙은행과 기관투자자들도 금을 별도의 투자자산군으로 분류해 포트폴리오에 편입한다.

통상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 금리가 오르면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최근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상승하며 금값이 단기 조정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도 매수세가 이어지는 배경에는 미국의 재정건전성 악화와 달러화 구매력 하락에 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달러와 국채 등 명목자산 비중을 줄이고 금이나 비트코인 같은 대체자산을 사들이는 이른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가 확산한 것이다.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가 달러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질수록 금과 같은 비달러 자산의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

각국 중앙은행의 구조적인 매입은 금값을 떠받치는 가장 강력한 버팀목으로 꼽힌다. 중국 인민은행의 지난 7월 말 금 보유량은 7608만온스로 한 달 전보다 64만온스, 약 20t 늘었다. 월간 증가량으로는 2023년 10월 이후 최대다. 중국은 21개월 연속 금 보유량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임세준 기자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임세준 기자

외환보유액 다변화와 달러 의존도 축소, 위안화의 국제적 입지 강화 전략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 준비자산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8% 수준으로, 글로벌 주요 중앙은행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앞으로도 금 매입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도 13년 만에 금 관련 투자를 재개했다. 한은은 올해 2분기 말 기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세계 최대 금 ETF인 ‘SPDR 골드 셰어즈’ 67만9765주를 보유했다. 평가액은 약 2억5041만달러, 한화로 약 3550억원이다. 2013년 실물 금 20t을 사들인 이후 처음 확인된 금 관련 투자다.

다만 금 ETF는 외환보유액 가운데 유가증권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한은의 공식 금 보유량 104.4t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한은은 국내 금 생산업체가 해외로 수출하려는 물량과 거래 희망 시기를 제시하면 운용계획과 시장 상황 등을 검토해 매입 여부를 결정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골드 러시’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세계금협회(WGC)가 세계 76개 중앙은행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9%는 향후 1년 동안 글로벌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자기 기관의 금 보유량을 직접 확대하겠다는 응답도 역대 최고인 45%에 달했다.

최근 4년간 세계 중앙은행의 연간 금 매입량은 약 1000t으로, 이전 10년간 연평균 매입량인 500t의 두 배 수준이다. 올해도 폴란드와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신흥국 중앙은행이 금 매입을 주도하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금 투자 열기도 뜨겁다. 국내 최대 금 현물 ETF인 ‘ACE KRX금현물’에는 올해 들어 지난달 24일까지 6935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개인투자자 순매수액은 2116억원으로, 8월에만 655억원이 넘는 개인 자금이 유입됐다. 최근 1년간 개인 순매수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

은행권에서도 금 투자 수요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달 19일 기준 1조7822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을 당시 2조원대까지 불어난 뒤 가격 조정과 함께 감소했지만, 최근 금값이 반등하자 약 7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골드뱅킹 상품을 취급하지 않는다.

골드뱅킹은 통장에 원화를 입금하면 국제 금 시세와 원·달러 환율을 반영한 가격으로 금을 사고파는 상품이다. 실물 금을 보관할 필요가 없고 0.01g 단위로 거래할 수 있어 소액 투자자의 접근성이 높다. 일부 은행은 일정 금액을 주기적으로 매입하는 자동이체와 목표 수익률·손실률 알림, 지정가 반복매매 서비스도 제공한다.

다만 이름에 ‘통장’이 붙어 있어도 일반 예·적금과는 다르다. 금값과 환율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예금자보호 대상도 아니다. 매매차익에는 15.4%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되며 은행별 매매 수수료와 매입·매도 가격 차이인 스프레드도 따져봐야 한다. 금값 상승률이 그대로 투자수익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광고판 앞으로 지나가고 있는 외국인. 임세준 기자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광고판 앞으로 지나가고 있는 외국인. 임세준 기자

은행을 통한 실물 골드바 구매도 늘고 있다. 지난달 1∼19일 5대 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약 201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일 기준 하루 평균 판매액은 18억3000만원으로 7월의 14억5000만원보다 26.2% 증가했다. 금값이 크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10g짜리 소형 골드바에 수요가 집중되는 모습이다.

골드바는 실물을 직접 보유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구입할 때 금값에 더해 부가가치세 10%와 판매 수수료가 붙는다. 보관과 도난·분실 위험도 투자자가 직접 부담해야 한다. 금값이 일정 폭 이상 올라야 초기 비용을 만회할 수 있는 구조다.

금 투자 상품별 과세 방식도 다르다. 은행 금통장과 국내 상장 금 ETF는 매매차익에 배당소득세가 부과되는 반면, 증권사 계좌를 통해 KRX 금시장에서 직접 거래하면 장내 매매차익에 양도소득세와 부가가치세가 붙지 않는다. 다만 KRX 금시장에서 매입한 금을 실물로 인출할 때는 부가가치세 10%와 인출 비용을 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높은 금리와 달러 강세가 단기적으로 금값을 압박할 수 있지만 중장기 상승 동력은 살아 있다고 진단한다. UBS는 미국의 실질금리 하락과 달러 약세, 중앙은행의 꾸준한 매입을 근거로 내년 상반기 금값이 온스당 50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세계 중앙은행의 금 매입량은 750∼1000t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금과 함께 귀금속으로 분류되는 은과 백금에도 투자 수요가 번지고 있다. 은 가격은 최근 한 달 동안 12% 넘게 올랐고 백금도 같은 기간 약 5% 상승했다. 은은 안전자산인 동시에 태양광과 전자제품 등에 활용되는 산업재 성격도 갖고 있어 금보다 가격 등락 폭이 크다.

경기 흐름의 가늠자로 ‘닥터 코퍼(Dr. Copper)’라고 불리는 구리 역시 역사적 고점 부근에 머물러 있다. 구리 가격은 지난달 파운드당 6.83달러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t당으로 환산하면 1만5000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달 들어 일부 조정을 받았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40% 이상 높다.

미국 정부는 구리가 국가안보와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자원이라며 구리 반제품 등에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관세와 추가 규제에 대비해 구리를 미리 미국으로 들여오려는 수요가 늘면서 COMEX 창고 재고도 급증했다.

공급 측의 구조적인 문제도 구리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 주요 구리 광산이 몰린 남미 지역에서 기상이변과 조업 차질이 발생한 데다 지난해 산사태로 생산을 중단했던 인도네시아 그라스버그 광산의 정상화 시점도 늦어졌다.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투자를 중심으로 구리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공급 확대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구리 실물 가격을 추종하는 ‘TIGER 구리실물’ ETF는 최근 1년간 40%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국 최대 구리 생산업체인 프리포트맥모란의 주가도 최근 52주 최고가인 80.24달러까지 올랐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내 구리 가격이 t당 1만6000달러 선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금과 은, 구리 모두 단기간 가격이 크게 오른 만큼 추격 매수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금리와 달러 가치, 지정학적 상황에 따라 가격이 양방향으로 크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후의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금도 가격까지 안전한 자산은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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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상(60대) 씨는 지난해 9월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남겨진 재산은 서울의 32평 빌라 한 채(시가 약 8억원)와 예금(1억5000만원), 보험금(5000만원) 등 약 10억원 규모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862091

atto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