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수명 기존 대비 약 2만㎞ ↑
범퍼 수리비 QM6 대비 25~30%↓
엔진오일 등 소모품 비용, 동급 경쟁차보다 낮아
7년·14만㎞ 보증 연장도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르노코리아가 플래그십 크로스오버 ‘필랑트’의 차량 가격뿐만 아니라 구매 이후 들어가는 비용까지 낮추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하이브리드 특유의 높은 연료 효율에 더해 타이어 교체 주기를 늘리고, 소모품과 사고 수리비 부담도 낮추는 식이다. ‘차를 산 뒤 들어가는 돈’까지 경쟁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먼저 타이어 교체 주기를 한층 늘렸다. 지난 2일 경기 용인 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에서 만난 이재현 금호타이어 책임연구원은 “르노코리아가 요청한 회전저항 수준은 국내 고객사들 중에서도 굉장히 까다로운 수준”이라며 “고객들이 자동차를 타면서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부분 중 하나가 주유 비용과 효율성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포커스를 두고 개발했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는 현재 르노코리아의 필랑트와 그랑 콜레오스에 20인치 OE(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자동차 시절부터 르노코리아와 20년 넘게 협업하고 있는 금호타이어는 두 차량 타이어 개발 과정에서 연료 효율과 승차감, 정숙성은 물론 마모 성능까지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금호타이어 측은 필랑트·그랑 콜레오스에 적용한 제품의 회전저항 성능이 동일 사이즈의 시판 경쟁 제품보다 약 16% 우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회전저항이 줄면 타이어가 굴러갈 때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이 감소해 차량 연료 효율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다른 타이어보다 1년 더 쓴다
눈에 띄는 것은 마모 성능이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는 배터리가 추가되면서 차량 무게가 늘어나는 만큼 타이어 마모 부담도 커질 수 있다. 금호타이어는 필랑트용 제품 개발 과정에서 컴파운드의 마모 성능을 높이는 데 공을 들였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1년에 2만㎞ 정도를 탄다고 보면 이번 신규 개발 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약 2만㎞ 정도 더 탈 수 있다고 예상한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타이어를 약 1년 정도 더 사용할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타이어 위치를 주기적으로 앞뒤로 교환하는 등 정상적인 관리를 전제로 한 예상치다.
타이어를 오래 쓰기 위해 승차감을 희생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르노코리아가 개발 과정에서 금호타이어에 강조한 부분 중 하나가 부드러운 승차감이다.
이 책임연구원은 “처음 20인치 대형 타이어가 적용된다고 해 핸들링에 초점을 맞춘 차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르노코리아는 ‘SUV지만 승용차처럼 편안한 승차감을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주 미세한 충격에도 부드러운 느낌을 내기 위해 끝까지 튜닝했던 기억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숙성에도 눈여겨 볼 만하다. 20인치 타이어 안쪽에 흡음용 폼을 넣어 특정 공명음 영역에서 경쟁 제품 대비 소음을 약 4dB 낮췄고, 타이어 패턴에서 발생하는 소음 역시 1dB 이상 줄였다.
개발 속도도 빨라졌다. 금호타이어는 디지털 트윈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실제 타이어 제작 전 성능을 예측하고 있다. 현재 가상 개발을 통해 실제 제품을 만들지 않고도 90~95% 수준까지 성능을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타이어 개발 기간도 과거보다 약 30% 줄었다. 실제 타이어 제작을 기준으로 QM6 개발 당시 1년 6개월 걸렸던 기간이 필랑트·그랑 콜레오스에서는 1년으로 단축됐다.
소모품·사고 수리비도 낮춘다
타이어 교체 주기를 늘리는 동시에 정비 때 들어가는 비용도 낮추고 있다.
필랑트의 엔진오일 세트 1회 교체비는 부품과 직영사업소 공임을 합쳐 13만1000원이다. 동급 경쟁모델의 13만7000원보다 6000원 낮다. 에어컨 필터 역시 필랑트가 5만7000원, 경쟁모델이 5만8000원으로 책정됐다.
르노코리아는 그랑 콜레오스와 필랑트 등 신차를 중심으로 부품 국산화를 확대하고 있다. 두 차량의 현재 부품 국산화율을 약 60% 수준이다.
이정귀 르노코리아 창원중앙정비사업소장은 “과거에는 수입산 부품들이 있어서 부품 단가가 비쌌던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에는 국산화를 통해 부품 가격이 많이 내려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그랑 콜레오스다. 앞·뒤 범퍼 교체 수리비는 이전 자사 SUV 모델 QM6와 비교해 약 25~30% 낮다. 모든 수리 항목이 같은 폭으로 내려간 것은 아니지만 신차 개발 과정에서부터 부품 가격과 향후 수리 부담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사례다.
현장에서 바라보는 신차의 초기 품질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르노코리아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이 소장은 “그랑 콜레오스나 필랑트 같은 경우 앞에 나왔던 어떤 차들보다 품질은 최고 수준”이라며 “현재까지 이슈가 되는 품질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창원중앙정비사업소는 과거 르노코리아 직영 창원사업소의 시설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공식 서비스센터다. 일반정비와 보증수리, 사고·보험수리, 판금·도장, 법정검사 등을 한곳에서 처리하며 하루 최대 40~50대 수준의 정비 능력을 갖추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전국 365개의 공식 서비스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이달부터는 2027년형 필랑트와 그랑 콜레오스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차체·일반부품과 엔진·동력전달 주요 부품의 보증을 최대 7년·14만㎞까지 늘리는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하이브리드 전용 부품은 8년·16만㎞, 고전압 배터리는 10년·20만㎞의 보증기간이 유지된다.
직접 달려보니 16㎞/ℓ…20인치에도 승차감 부드러워
연구소와 정비 현장에서 나온 설명을 실제 주행에서도 확인해봤다. 용인에서 경남 창원까지 약 330㎞ 구간에서 필랑트를 직접 몰았다. 고속도로와 도심 주행이 섞인 조건에서 계기판에 표시된 평균연비는 16㎞/ℓ 안팎이었다. 공인 복합연비 15.1㎞/ℓ를 웃도는 수준이다.
주행 조건에 따라서는 20㎞/ℓ 안팎의 연비도 가능하다. 필랑트는 시스템 최고출력 250마력의 하이브리드 E-Tech 파워트레인을 탑재한다. 출력만 놓고 보면 효율에만 치중한 차는 아니지만 장거리 주행에서 연료 게이지가 줄어드는 속도는 예상보다 더뎠다.
아울러 20인치 휠을 장착했지만 노면의 잔충격을 비교적 부드럽게 걸러냈고 장시간 고속도로를 달릴 때도 차체가 거칠게 튀는 느낌이 크지 않았다. 전 트림에 적용된 주파수 감응형 댐퍼와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에 저소음 OE 타이어까지 맞물린 결과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차량의 경제성은 구매 가격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며 “필랑트는 높은 연료 효율뿐 아니라 타이어 수명, 소모품과 수리비 등 실제 고객이 차를 보유하면서 부담하는 비용까지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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