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6PFLOPS 연산 확보…중개연구 전환 가속
1.1조 신약 이어 인프라 탑재…양 날개 완성
지주사 의지-경영진 실행력…SKT ‘해인’ 시너지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SK바이오팜이 엔비디아(NVIDIA)의 차세대 블랙웰 아키텍처 기반 초고성능 AI 가속기 ‘B200’ 128장을 전격 도입하며 대규모 독자 AI 컴퓨팅 인프라를 확보했다.
이는 반도체와 통신 분야를 중심으로 결속력을 다져온 SK그룹과 엔비디아의 파트너십이 신약 개발 영역으로 확장된 첫 실질적 성과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해 온 그룹 전반의 인공지능 전환(AX) 드라이브가 제약·바이오 신약 R&D 현장으로 직결되며,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이 추진해 온 ‘빅 바이오텍’ 도약 전략도 한층 속도를 내게 됐다.
연산 576PFLOPS 확보… 중개연구 ‘TR-AX’ 본격화
SK바이오팜이 확보한 B200 128장의 연산 성능은 8비트 저정밀도 연산(FP8) 기준 초당 576페타플롭스(PFLOPS, 약 0.58엑사플롭스)에 달한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순수 연구 목적으로 구축한 자체 AI 인프라 가운데 단연 독보적 규모다.
회사는 이 막대한 컴퓨팅 파워를 신약 개발의 최대 난관이자 연구 자산 가치를 좌우하는 ‘TR-AX(중개연구 AI 전환)’에 전면 투입한다. 중개연구는 실험실 세포 실험이나 동물실험 등 비임상 연구 결과를 인체 대상 임상시험으로 효과적으로 연결·전환하는 핵심 과정이다. 비임상과 임상 간 괴리를 좁혀 신약 후보물질의 실패율을 낮추고 적응증 발굴 속도를 끌어올리는 R&D 승부처다.
이는 이 사장이 지난달 오파칼림 도입 기자간담회에서 제시했던 구상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이 사장은 당시 “빅 바이오텍으로 가기 위해 AI는 옵션이 아닌 기본”이라며 “회사의 최종적이고 중대한 목표는 중개연구 전 과정을 완전히 AI 에이전트로 진행하는 TR-AX 구축에 가장 집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SK바이오팜은 확보된 B200을 바탕으로 바이오·헬스케어 특화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타깃 발굴부터 후보물질 스크리닝, 임상 성공률 시뮬레이션까지 R&D 전 주기를 가속화할 방침이다.
독자 전용 LLM 구축… 데이터 보안·오픈이노베이션 신사업 모색
인프라 활용은 R&D 연구실을 넘어 기업 운영 전반과 신규 비즈니스로 확장된다. SK바이오팜은 이번 연산 자원을 바탕으로 연구뿐 아니라 전사 공통 업무에 활용할 독자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해 생산성과 의사결정 효율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특히 민감한 환자 정보와 신약 후보물질 등 핵심 기밀 데이터를 통제 가능한 자체 폐쇄형 인프라 내에서 운용함으로써, 글로벌 규제 기관의 엄격한 데이터 거버넌스 및 보안 컴플라이언스 요구에도 선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나아가 SK바이오팜은 이 인프라를 외부 유망 바이오텍, 학계, 글로벌 연구기관과의 공동연구를 지원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AI 플랫폼’으로 개방한다는 구상이다. 풍부한 컴퓨팅 파워를 매개로 글로벌 파트너십을 유치하고, 장기적으로는 AI 신약 플랫폼 기반의 연구 서비스 등 신규 사업 모델까지 발굴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1조1000억원 규모의 오파칼림 도입으로 뇌전증 상업화 파이프라인을 다변화한 SK바이오팜이 첨단 AI 인프라까지 손에 쥐며 ‘빅 바이오텍’의 양 날개를 완성했다.
지주사의 AX 드라이브·경영진의 실행력…B200 선점
이번 대규모 첨단 AI 인프라 선점은 지주사의 강력한 AX 추진 기조와 SK바이오팜의 탄탄한 펀더멘털이 맞물려 만들어낸 시너지라는 분석이다.
최 회장이 그룹의 리밸런싱 핵심 축으로 ‘전방위 AI 생태계 확장’을 천명한 가운데, 뇌전증 혁신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의 미국 직판 성공으로 확고한 현금 창출력을 입증한 SK바이오팜이 그룹 AI 역량을 선도적으로 이식받는 주체로 낙점된 것이다.
앞서 이 사장은 지난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 당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CEO 중 유일하게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주최한 프라이빗 리셉션에 공식 초청됐다.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릴리와 엔비디아가 세계 최초의 AI 공동 혁신 연구소를 설립한다고 발표해 화제가 됐던 자리로, 신약 개발과 AI의 융합 흐름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 6월 황 CEO 방한 당시 최 회장과의 서울 강남 ‘깐부치킨’ 만찬 회동에는 최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본부장이 동석해 비상한 주목을 받았다.
이 같은 네트워크는 SK텔레콤이 구축한 국내 최초 B200 기반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해인’의 클라우드 구독(GPUaaS) 서비스를 통해 실질적인 성과로 가시화됐다. 전 세계적 품귀를 빚는 최신 AI 연산 자원을 제약·바이오 계열사가 발 빠르게 선점할 수 있었던 것은,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AI 인프라 조율과 실행력이 긴밀하게 뒷받침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사장은 “대규모 자체 AI 인프라는 미래 신약 개발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반이라는 판단 아래 선제적으로 투자를 결정했다”며 “글로벌 수준의 B200 인프라를 기반으로 신약 초기 연구개발의 핵심 역량인 TR-AX를 한층 강화하고, 신약 개발 전 과정에서 AI 활용을 극대화해 연구개발의 속도와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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