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성장동력 7대 SEED 프로젝트 보고회’에서 50년 전 아이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던 ‘로보트 태권브이’가 소환됐다.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태권브이의 두뇌와 심장, 신체에 비유하고, 양자·첨단바이오, SMR·핵융합·재생에너지, 혁신 미래소재 등 신기술을 더해 미래 태권브이를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그렇다면 태권브이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아무리 뛰어난 두뇌와 심장, 신체를 갖췄어도 이를 실제 구현하고 움직이게 할 소재가 없다면 태권브이는 완성될 수 없다. 반도체와 배터리, 우주항공기와 원자로, 모터와 발전기까지 오늘날 첨단산업의 성능과 한계는 결국 혁신 미래소재가 결정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가 ‘첨단 공급망’을 중요 축으로 제시한 건 큰 의미가 있다. 핵심 광물의 안정적 확보와 공급망 다변화, 국내 정·제련 역량 강화, 재자원화와 비축 확대는 첨단산업을 지탱하는 필수 기반이자 기술 주권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자원 공급망의 안정성과 소재 기술 자립은 별개이면서도 하나의 가치사슬로 연결된다. 광물 확보가 곧 산업용 소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원하는 조성과 순도로 정제하고, 원자 배열과 미세조직을 제어해 목표 물성을 구현한 뒤 이를 균일하게 대량 생산할 공정 기술까지 갖춰야 비로소 산업적 가치를 갖는다.

희토류 영구자석이 대표적이다. 네오디뮴 등 희토류 원소 확보만으로 고성능 자석을 만들 순 없다. 조성과 결정구조, 입자 배향, 자장성형과 제조공정을 정밀 제어해야 한다. 특히 전기차 구동 모터와 풍력발전기는 고출력·고효율은 물론 열적 안정성과 장기 신뢰성이 필수이다.

소재 제조분야에서 신기술은 자원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AI를 활용해 희토류가 없는 새로운 자석 소재를 설계·제조하거나 희토류 사용량을 줄이면서 성능을 유지하는 미세조직 제어기술은 단순한 제조기술을 넘어선다. 희소자원의 대체·저감 원천기술 확보는 공급망 위험을 낮추고 우리 경제와 안보를 지키는 핵심 자산이다. 주어진 자원에 기술을 맞추기보다 기술로 자원 의존의 한계를 재정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혁신 미래소재 원천기술의 힘이다. 안정적 공급망이 자원 확보의 토대라면, 혁신 미래소재 원천기술은 그 자원을 고가치·고성능 물질로 전환한다. 나아가 새로운 소재를 설계하는 기술은 특정 자원에 대한 의존을 낮추고 신산업의 가능성을 열 수 있다. 공급망과 혁신 미래소재 기술은 기술 주권을 함께 완성하는 두 축이다.

7대 SEED 프로젝트가 겨냥하는 SMR과 핵융합, 차세대 재생에너지, 양자, 우주항공, 첨단바이오 역시 기존 소재의 한계를 넘어야 한다. 우주·심해와 같은 극한 환경을 견디는 경량·고강도 소재, 전기·자기·열·광학적 특성을 정밀 제어하는 소재, 기존에 없던 기능을 구현하는 소재 등이 필수적이다. 이제 경험과 시행착오에 의존하던 연구에서 벗어나 AI·데이터 기반의 소재 설계·예측, 그리고 최적의 조성·공정을 찾아가는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미래 산업은 완제품을 넘어, 성능을 결정하는 혁신 미래소재를 누가 먼저 설계·제조하느냐의 경쟁이 될 것이다.

혁신 미래소재 연구 역시 미래의 씨앗을 심는 일이다. 지금은 수요가 적어도 10년 뒤 국가 전략산업의 핵심이 될 혁신 미래소재를 미리 준비하고, 대학·출연연의 원천 연구를 기업과 연결해 산업화로 이어 나가야 한다.

최철진 한국재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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