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파업 현실화
회당 참여 수십명…“생산 차질 제한적”
핵심공정은 ‘협정근로’로 생산체제 유지
車·조선·건설 긴급재 우선 생산·출하
이희근 사장, 현장 소통 집중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1968년 창사 이후 사상 첫 파업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은 포스코가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했다. 일부 생산라인이 멈춰도 고로 등 핵심 공정의 불씨는 지켜 자동차·조선·건설 등 국가 주력산업으로의 공급 차질만큼은 막겠다는 방침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노조의 48시간 부분파업에 대응해 조업·설비·판매·출하 전반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비상조업 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부분파업 대상 공정에서도 가용인력을 활용해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사전에 인력 운용계획을 마련했다.
이번 1차 부분파업이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파업 대상은 전체 생산공정 가운데 포항제철소 전기강판 압연라인(3ZRM)과 광양제철소 산세공장 등 두 곳이다. 각각 전기차 모터용 강판을 얇게 만드는 공정과 냉연 생산에 앞서 철강 표면을 세척하는 공정이다.
포스코 전체 직원은 포항제철소 약 8000명, 광양제철소 약 7000명 등 총 1만7000명가량이며, 이 가운데 노조원은 약 1만명이다. 노조는 이번 파업에 150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파업 대상 라인의 전체 근무 인원이 100명 안팎인 만큼 실제 참여 인원은 교대조별로 수십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제철소 공정 대부분이 자동화돼 있고, 특히 포항 3ZRM은 운전실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비교적 소규모 설비라는 점도 생산 차질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고로 등 핵심 생산공정은 파업 대상에서도 사실상 제외된다. 단체협약에 따른 ‘협정근로’ 대상으로, 쟁의행위가 벌어져도 미리 정해진 인력은 평소처럼 근무하며 핵심 설비의 가동을 유지한다. 24시간 연속 조업이 필요한 설비의 안전을 확보하고, 갑작스러운 가동 중단으로 인한 대형 설비 사고를 막기 위한 장치다.
특히 포스코가 가장 민감하게 관리하는 공정 가운데 하나가 고로다. 고로는 철광석과 원료탄 등을 높은 온도에서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제철소의 핵심 설비로, 통상 365일 24시간 연속 가동된다. 예기치 않게 장시간 멈출 경우 내부 쇳물이 굳는 이른바 ‘냉입’이 발생할 수 있고, 심하면 설비 복구와 재가동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고로 가동 차질은 해당 설비에만 그치지 않는다. 고로에서 쇳물 생산이 중단되면 제강과 압연 등 뒤 공정으로 영향이 이어지고, 장기화하면 자동차강판과 조선용 후판, 건설용 강재 등을 공급받는 수요업체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포스코가 이번 파업 대응에서 ‘기간산업으로서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철강은 자동차·조선·건설·가전 등 국내 주력 제조업 대부분에 투입되는 기초 소재다. 어떤 상황에서도 고객사의 생산계획이 흔들리지 않도록 자동차·조선·건설 등 국내 수요산업에 필요한 소재와 긴급재를 우선적으로 생산·출하하기로 했다.
고객사별 재고 현황도 미리 파악해 필요한 물량을 선행 확보했다. 파업 기간 물량 부족 가능성이 있는 품목은 사전 생산을 통해 재고를 비축하고, 주요 고객사와 상시 소통채널을 유지해 공급에 대한 불안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판매·생산부서가 함께 참여하는 관리체계도 구축했다. 조업과 설비 상태부터 판매·출하 상황까지 상시 점검하고, 파업 규모와 기간 등 상황별 시나리오에 맞춘 단계적인 대응계획도 마련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관련 부서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해 즉시 대응한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이번 노사 갈등을 단순한 임금교섭을 넘어 회사의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중대한 시점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 공세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 국내 철강 수요 부진이 겹친 상황에서 사상 첫 파업까지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이번 교섭에서 노조에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노조 요구안을 모두 수용할 경우 약 1조40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올해 포스코의 예상 영업이익 1조3980억원과 같은 규모다. 한 해 벌어들일 영업이익을 거의 전부 추가 인건비로 써야 하는 셈이다. 미국·인도 제철소와 전기로, 수소환원제철 등 대규모 투자가 줄줄이 예정된 만큼 지금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 여력을 지켜야 한다는 게 회사 측 판단이다.
경영진도 노사 문제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이희근 포스코 사장은 대외 경영활동 상당 부분을 취소하고 포항에 머물며 노조 및 현장 직원들과의 소통에 집중하고 있다. 당초 이달 초 참석할 예정이었던 미국 루이지애나 전기로 일관제철소(HPLS) 기공식 출장도 취소했다.
이 사장은 지난 3일 열린 7차 교섭을 전후해 2일과 4일 두 차례 직원들에게 담화문을 보내 노사관계 안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말에도 현장을 찾아 직원들의 의견을 직접 들었으며, 지난 7일에는 포항의 노조 사무실을 찾아 김성호 포스코노조 위원장과 간담회를 가졌다.
경영진은 위기 극복을 위해 임금 반납에 나섰다. 사장 20%, 본부장 15%, 임원 10% 임금을 반납했다.
이희근 포스코 사장은 “파업 이후의 영향은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너무나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중국, 인도에 주도권을 빼앗긴 채 삼류회사가 되느냐, 다시 도약하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는 지금이야말로 회사의 지속가능성과 직원 여러분의 미래를 함께 지켜내기 위한 중요한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노사 갈등이 전면파업으로 번질 경우 생산 영향까지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포스코는 파업 규모와 기간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별 비상계획을 마련했지만, 노조가 파업 대상을 넓히고 참여 인원을 크게 늘릴 경우 일부 공정의 생산·출하 차질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노조는 교섭에 진전이 없으면 오는 16일부터 대상 공장을 확대해 120시간 동안 2차 부분파업을 벌이고, 10월에는 조합원 약 1만명이 참여하는 전면파업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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