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통합노조 TF 위원장 첫 서면 인터뷰
“임단협 부결, 조건의 좋고 나쁨에 대한 판단 아냐”
“합의 과정의 투명성과 충분한 설명 필요”
“향후 과반 노조로 교섭대표노조가 목표”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SK하이닉스 기존 노조에 대응해 출범한 직군 통합노조가 최근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 부결의 핵심 원인으로 ‘정보와 설명 부족’을 꼽았다. 성과급 지급 방식보다 구성원들이 합의 내용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통합노조는 기존 합의와 향후 단체협약 적용 문제에 대한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으며, 대화가 우선이지만 만약 조합원 권익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 임직원들은 기존 민주노총 산하 기술사무직 노조와 한국노총 소속 이천·청주 전임직 노조 등에 대한 불만을 품고 지난 8월 전 직군을 아우르는 통합노조를 출범시켰다. 출범 사흘 만에 전체 임직원 약 3만5000명의 10% 수준인 3500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사측은 지난해 성과급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한 합의를 변경해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노사는 성과급의 60%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대신 주가 하락 시 현금으로 보전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했지만, 전임직 노조 조합원 투표에서 25표 차이로 부결됐다.
통합노조TF 위원장은 헤럴드경제와의 첫 서면 인터뷰에서 “이번 임단협 투표가 부결된 이유는 구성원들이 합의 내용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정보와 설명이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며 사측과 기존 노조의 깜깜이 회의 방식을 지적했다.
위원장은 “성과급 규모 등 ‘조건’이 나빴기보다 지난해 합의한 초과이익분배금(PS) 체계를 왜 1년 만에 변경하려 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 교섭 과정에서도 회의록과 세부 내용이 제한적으로 공유되면서 구성원들이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했다”며 투명성 문제를 지적했다.
통합노조가 출범한 이유 또한 정보가 불충분하게 제공되는 점에 조합원들이 답답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위원장은 “회사와 싸우는 것만이 노조의 일은 아니다. 구성원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노조의 일”이라며 “노조에 대한 구성원의 기대치가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과급 산정 방식 역시 같은 맥락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노사는 지난해 PS 재원 산정 기준을 ‘영업이익의 10%’로 합의했는데, 통합노조가 현행 구조를 자체 분석한 결과 PS 비용을 차감한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다시 10%를 산정하는 구조라면 실질 재원은 영업이익의 약 9.09%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을 250조원으로 가정할 경우 약 2조3000억원이 차이나는 것이다.
통합노조 위원장은 “사측은 ‘영업이익의 10%’라는 기준이 실제로 어떤 산식을 통해 PS 재원으로 산정되고 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가 소통행사에서 강조한 ‘같이 미래를 만들고 지속가능한 회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방향에는 기본적으로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위원장은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려면 구성원 역시 회사의 판단 근거를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며 “회사가 결론을 제시하고 동의를 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구성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통합노조는 올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하지 않아 현재 직접적인 교섭권은 갖고 있지 않다. 이에 진행 중인 재교섭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PS 산식과 단체협약 등을 자체 분석하고 구성원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회사와의 공식적인 노사관계 구축도 요구하고 있다. 통합노조는 사측에 상견례와 노조 사무실 제공 등을 요청한 상태다.
기존 PS 합의와 향후 단체협약 적용 문제에 대해서는 법률 검토도 진행 중이다. 통합노조TF 위원장은 “기존 합의가 어떤 근거와 절차에 따라 변경되는지, 구성원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됐는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조합원 권익 보호를 위해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필요한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보 공개와 조합원 참여, 투명한 의사결정이라는 운영 원칙을 실제 활동으로 보여주고 구성원들의 선택을 받아 과반노조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통해 교섭대표노조로 구성원들의 의견을 직접 임단협에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9일 SK하이닉스 전임직 노동조합은 “임단협 부결 이후 조합원의 뜻을 반영하기 위해 사측과 늦은 시간까지 재교섭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조합원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진지하게 논의했으며, 일부 내용은 법률 및 실무적인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10일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하고 재교섭안에 대해 설명한 후 조합원 대상 재투표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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