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2월 만기 도래액 전년보다 25%↑

A~BBB급 만기 늘었는데 발행은 급감

회사채 대신 은행대출·단기자금 조달

신용등급 낮을수록 더 높은 금리 차환

1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의 무게가 실리면서 시장금리가 출렁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각종 지표를 살펴보고 있다.  [UPI]
1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의 무게가 실리면서 시장금리가 출렁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각종 지표를 살펴보고 있다. [UPI]

연말까지 23조원에 육박하는 회사채 만기가 집중되면서 기업들의 차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 9∼12월 만기도래액이 지난해보다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신용도가 낮은 기업일수록 더 높은 금리로 만기 채권을 차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16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9~12월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22조962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조4137억원보다 4조5492억원(24.7%) 급증했다.

A~BBB급에서는 만기 증가와 발행 감소가 동시에 나타났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A+·A·A-·BBB급의 올해 하반기 회사채 만기도래액은 총 5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 3조6000억원보다 47.2% 증가했다. A+급은 1조3000억원에서 2조6000억원으로 두 배 늘었고 A급은 6000억원에서 1조1000억원, BBB급은 8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증가했다. A-급은 90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올해 상반기 A+급 회사채 발행액은 3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조1000억원보다 41.2% 감소했다. A급은 2조9000억원에서 1조7000억원, A-급은 1조2000억원에서 7000억원으로 줄었다. BBB급은 1조60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61% 급감했다. 한신평은 금리 상승과 신용 이벤트, 투자심리 약화 등으로 상반기 일반기업 회사채 발행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즉, 회사채 발행 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태에서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오히려 크게 늘어나 있는 셈이다.

기업의 자금조달 경로도 달라졌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일반기업의 회사채 조달은 지난해 1~7월 5조5000억원 순발행에서 올해 같은 기간 16조2000억원 순상환으로 전환했다. 은행대출은 31조4000억원에서 57조2000억원으로 82.2% 늘었고, CP·단기사채 조달도 8조8000억원에서 12조1000억원으로 37.5% 증가했다.

전체 자금조달 규모는 55조2000억원에서 57조3000억원으로 큰 변화가 없었지만. 회사채 대신 은행대출과 단기자금을 통한 조달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단기차입 의존도가 높았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단기차입금 비중은 AA급이 30~40%대, A급이 40~60% 수준이었다. BBB급은 지난해 6월 65.9%에서 올해 6월 100%까지 높아졌다. BBB급 기업군의 차입금이 단기차입에 집중됐다는 의미다. 만기가 짧을수록 기존 빚을 갚기 위해 새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시점도 빨리 돌아오고 차환 부담도 커진다.

김가영 NICE신용평가 평가정책본부 평가기준실장은 “단기조달 비중의 상승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필요할 때 장기자금으로 다시 전환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장기시장 접근성과 은행의 대체조달 여력을 유지하고 있다면 단기화는 일시적인 조달 전략에 그칠 수 있지만, 두 경로가 함께 약화된 기업에서는 단기화가 차환위험 확대의 전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1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결정도 관건이다. 이를 앞두고 국내외 채권금리도 뛰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5.041%까지 올라 2007년 7월 이후 약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15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4.091%, 10년물은 4.600%로 마감했다. 회사채 3년물(무보증·AA-)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6.0bp(1bp=0.01%포인트) 오른 연 4.750%를 기록했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국채금리 상승이 국내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채권금리의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며 “글로벌 채권시장의 동조화가 강화된 가운데 미국채 금리 흐름이 국내 금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장기물보다 단기물 금리가 유가 상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난 7월 유가 상승기에는 5년 이상 장기금리의 상승폭이 컸지만, 8월 들어서는 만기 2년 안팎의 단기금리 상승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이 연구원은 “미국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과 주요 채권 투자자의 포지션 변화 등에 따라 만기별 금리 움직임도 차별화되고 있다”며 “특히 단기자금 시장 여건에 따라 헤지펀드의 국채 포지션이 변하면서 금리에 미치는 영향력도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추가 긴축과 전쟁·유가 상승, 외국인 선물 매도와 입찰 부담이 동시에 나타날 경우 국고채 금리가 단기적으로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며 “잠재성장률과 중립금리가 높아지면 기준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고, 국고채 공급 부담까지 더해져 장기물 금리도 과거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하준 기자


hajun82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