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0월 원유 물량 확보…단기 수급 이상무

장기화시 12월부터 중동산 수급 우려 본격화

비중동산 대체 조달 증가 시 운임·원가 부담

내수 공급 우선에 수출 물량 감소 가능성도

高정제마진에 정유사 3분기 실적은 개선 전망

지난 11일 후티 반군의 드론 공격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 동서 송유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
지난 11일 후티 반군의 드론 공격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 동서 송유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중동발 원유 공급 차질로 국내 정유업계의 수급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동서 송유관까지 가동이 중단되면서 중동산 원유 확보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정유업계는 당장 국내 석유제품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공급 불안이 길어지면 향후 수출 물량과 수익성 확보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1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내달 도입 원유 물량까지는 상당 부분 확보한 상태다. 산업통상부도 지난 14일 정유업계 점검회의에서 9~10월 원유 확보 물량이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이라고 밝혔다. 이미 계약·선적된 원유가 순차적으로 들어오는 만큼 단기적인 수급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올 겨울부터다. 원유는 통상 수개월 전에 구매가 결정되기 때문에 현재 확보된 물량 기준으로 11월까지도 상당 부분 대응할 수 있지만, 이후 물량은 대체 원유 확보 여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11월까지는 80~90%가량의 도입 물량이 확보됐지만, 상황이 장기화될 시 12월부터 본격적인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급 차질 길어지면 운임·조달비용 폭증

정유사별 영향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사우디산 비중이 절대적인 업체도 있지만 A사의 경우 이미 원유의 50% 이상을 비중동산에서 조달하고 있으며, B사 역시 사우디산 원유를 매달 들여오는 구조가 아니어서 이번 사우디 송유관 차질의 직접적인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공급 차질이 길어지면 미국 등 비중동산 원유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운임과 조달 비용 부담이 늘게 된다. 북미산 원유의 경우 국내 운송까지 약 40일이 걸려 중동산 운송 기간(20~25일)의 2배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대체 원유 확보와 정부의 비축유 스와프(SWAP·교환) 제도 등을 동원하면 국내 수급 자체는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4일부터 비축유 스와프를 재시행하고 있으며, 정유사가 해외에서 원유를 확보하면 정부 비축유를 먼저 빌려주고 이후 실제 원유가 들어오면 이를 반환하는 방식이다. 한 관계자는 “수급 공백을 줄일 수 있는 안전판”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원유가 부족해질 경우 정유사들이 국내 휘발유·경유 등 내수용 석유제품 공급을 우선해야 하는 만큼, 수출에 배정할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내수와 수출의 가격 구조가 다른 가운데, 원유 확보량이 줄면 생산 차질을 넘어 수출 실적은 물론 수익성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수출 물량·수익성 유지가 관건”

현재 국내 내수용 석유제품은 최고가격제가 적용되면서 국제유가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즉각적으로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반면, 수출 제품은 국제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된다. 최근처럼 국제 원유가격과 석유제품 가격 간 격차인 정제마진이 높은 상황에서는 수출을 통해 상대적으로 높은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데, 원유 공급 차질로 생산량이 줄어들 시 수익 창출 기회도 축소될 수 있다.

원유 공급 차질이 단기간에 그친다면 비축유 스와프와 대체 원유 조달 등을 통해 내수 공급을 유지할 수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수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동시에 수출 물량과 수익성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느냐가 숙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실적 측면에서는 최근 높은 정제마진과 유가 상승에 힘입어 3분기 정유업계 실적이 2분기보다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가가 상승하면 기존 재고 가치가 높아지는 재고 관련 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이 집계한 9월 평균 가격은 브렌트유가 100.4달러,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96.3달러다. 전날 브렌트유와 WTI 선물 종가는 지난 5월 19일 이후 약 4개월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다만 이는 유가가 다시 하락하면 재고평가손실로 되돌아올 수 있는 회계상 효과다. 4분기는 변수가 많다. 유가가 하락할 경우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중동산 원유를 비중동산 원유로 대체하면서 비싼 원유와 높은 운임을 부담하게 되면 수익성이 주춤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ke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