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심각한 교사 부족에 시달리는 일본 정부가 교직에 들어오는 청년들의 학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여형 장학금 상환을 면제해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장기간 근무한 교사는 빌린 학비 일부 또는 전액을 갚지 않도록 해 교직의 매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17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문부과학성은 국·공립 및 사립 초·중·고교 등에 근무하는 교사를 대상으로 대학 재학 중 받은 대여형 장학금의 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
일본의 장학금은 크게 상환할 필요가 없는 ‘급부형’과 졸업 후 본인이 갚아야 하는 ‘대여형’으로 나뉜다. 이번 제도가 도입되면 교직 근무기간 등에 따라 대여형 장학금의 일정 금액 또는 전액을 면제해주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 대상을 새로 임용되는 교사로 한정할지, 이미 학교에서 근무 중인 현직 교사까지 포함할지는 향후 논의할 예정이다.
개학부터 교사 4317명 부족…채용 경쟁률도 역대 최저
일본 정부가 이처럼 강한 유인책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교사 부족이 있다.
문부과학성 조사에 따르면 2025학년도 개학 시점에 전국 공립 초·중·고교와 특수학교에서 당초 배치계획보다 부족했던 교사는 총 4317명에 달했다. 전체 학교 가운데 8.8%인 2828곳에서 교원 부족이 발생했다. 5월 1일 기준으로도 부족 인원은 3827명에 이르렀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에서 1911명, 중학교에서 1157명, 고등학교에서 571명, 특수학교에서 678명이 부족했다.
대규모 채용이 이뤄졌던 세대의 퇴직이 이어지는 가운데 출산·육아휴직이나 질병 휴직으로 생긴 빈자리를 대신할 임시 교원마저 구하기 어려워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일본 사회 전반의 구인난이 심해지면서 교직 대신 민간기업으로 향하는 청년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교원 채용시험의 인기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문부과학성이 집계한 2025년도 공립학교 교원 채용시험의 전체 경쟁률은 2.9대 1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응시자는 10만9123명으로 조사 이래 가장 적었던 반면 채용 인원은 3만7375명으로 1986년 이후 가장 많았다.
문부과학성도 대규모 퇴직에 따른 채용 확대와 함께 교직의 근무환경에 대한 불안 등이 지원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장시간 근무와 과중한 업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교직 선택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과거에도 ‘교사 되면 장학금 면제’…한 차례 폐지됐다
일본에서 교사를 대상으로 장학금 상환을 면제해주는 제도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과거 일본육영회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졸업 후 일정한 교육·연구직에 종사하면 상환을 면제하는 ‘상환 특별 면제 제도’가 운영됐다. 그러나 특정 직업 종사자에게만 혜택을 주는 데 따른 형평성 논란과 교원 수급 안정 등을 이유로 학부 단계 신규 대상은 1998년 입학생부터 사실상 중단됐고 이후 제도가 폐지됐다.
최근 교사 부족이 다시 심각해지면서 일본 정부는 장학금 지원 카드를 단계적으로 되살리고 있다.
이미 2025년도부터는 교직대학원이나 일정 요건을 갖춘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정규 교사로 채용된 사람 가운데 요건을 충족하면 대학원 재학 중 받은 제1종 장학금을 전액 면제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2025년도에는 366명이 면제 대상이 됐다. 문부과학성은 학부 단계에서 받은 장학금에 대한 상환 지원도 계속 검토해왔다.
이번 방안이 현실화되면 지원 대상이 훨씬 넓어질 수 있는 셈이다.
평균 330만엔 빌리고 15년 갚아…재원 확보가 관건
장학금 상환 부담은 일본 청년층에게 적지 않다. 일본학생지원기구(JASSO)가 2024년 3월 대여를 마친 대학생을 분석한 결과 1인당 평균 대여액은 약 330만엔이었고, 평균 상환기간은 15년에 달했다.
교직을 선택할 경우 이 같은 장기간의 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초임 교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경제적 유인이 될 수 있다. 문부과학성이 장학금 면제를 교직 매력도 제고의 핵심 수단 가운데 하나로 검토하는 이유다.
다만 제도를 대규모로 확대하면 수백억엔 규모의 재정이 필요할 수 있어 안정적인 재원 마련이 최대 과제로 꼽힌다. 현직 교사와 신규 교사 사이의 형평성, 일정 기간을 채우지 않고 퇴직했을 때 면제액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세부 설계 과정에서 논의가 필요하다.
장학금 면제가 실제 교사 부족을 얼마나 해소할지도 관건이다. 일본 정부 역시 채용시험 일정 조정과 처우 개선, 학교 업무 경감 등 여러 대책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결국 학자금 지원이 교직 진입의 문턱을 낮추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지 않고 오래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역시 교사 부족 해소의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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