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출 직업도 고용에 유의한 영향 없어
AI 활용·고용·소득변화 지속 관찰 제언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최근 청년 취업난을 생성형 인공지능(AI) 탓으로 돌리는 것은 성급한 결론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무직 등 화이트칼라 청년 고용·채용이 상대적으로 부진하지만, AI 노출도가 높을수록 청년 고용이 더 크게 감소하는 관계는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AI 노출도만으로 고용 위험을 단정하기보다 실제 AI 활용과 고용·채용·소득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확인된 위험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제언도 뒤따랐다.
20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예정처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생성형 AI의 노동시장 영향’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생성형 AI가 업무 현장에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실제 업무 활용을 토대로 직업별 AI 노출도를 측정하고 노출 수준에 따라 고용·채용·임금에 차이가 나타났는지를 분석했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국내 노동자의 생성형 AI 업무 활용률은 51.8%로 미국(45.9%)보다 높았다.
예정처는 화이트칼라 중심 57개 직업 재직자 1512명을 별도로 조사했다. 조사 대상자의 76.1%가 생성형 AI를 업무에 사용했고 AI 사용자들은 생성형 AI 사용 이후 업무 처리량이 평균 21.2%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직업별 평균 생산성 증가율을 산출해 AI 노출도를 측정한 결과, IT 관련 전문가와 연구직, 금융·법률 전문가 등은 고노출 직업으로 분류됐다.
이렇게 산출한 노출도를 실제 고용 흐름과 비교한 결과 연령대별로 차이가 나타났다. 고용보험 피보험자 기준 20~59세 고용은 챗GPT가 출시된 2022년 11월 이후 전반적으로 완만한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반면 20대 청년 고용은 비노출 직업을 제외한 화이트칼라 직업군에서 감소했다. 다만 화이트칼라 안에서는 AI 노출 수준과 고용 감소 속도 사이에 일관된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청년 채용도 전반적인 감소 흐름을 보였다. 고용보험 신규 취득자 수는 2021년 하반기부터 증가 폭이 둔화돼 2022년 하반기 감소로 전환한 뒤 하락세가 이어졌다. 챗GPT 출시 이후 고노출 직업의 청년 채용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모습이 나타났지만 전체적인 청년 채용 감소도 함께 관찰됐다.
다만 예정처는 이런 추세만으로 고용·채용 감소를 생성형 AI의 영향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AI 노출도가 높은 직업이 많이 분포한 정보통신업과 전문과학기술업 등의 경기 둔화에 따른 고용 위축을 생성형 AI의 영향으로 오인할 수 있어서다.
이에 산업별 경기 영향을 고려해 챗GPT 출시 전후 AI 노출도별 고용·채용·임금 변화를 분석한 결과, 20~59세와 20대 모두 고노출 직업의 고용에 대한 생성형 AI의 유의한 영향은 발견되지 않았다. 저노출 또는 비노출 직업과 비교해도 마찬가지였다. 임금에서도 유의한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채용은 비교 대상에 따라 결과가 달랐다. 고노출 직업은 저노출 직업과 비교하면 생성형 AI가 채용에 유의한 양(+)의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난 반면, 비노출 직업과 비교하면 유의하지 않은 음(-)의 영향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생성형 AI가 채용에 미친 영향의 방향은 불확실하다고 예정처는 분석했다.
예정처는 “AI가 최근 청년 취업난의 주된 원인이라고 결론 내리는 것이 성급할 수 있으며 다른 구조적 요인들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화이트칼라 안에서 AI 노출도가 높을수록 청년 고용이 더 크게 감소하는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고 노출 수준별 고용·채용 동향의 차이도 팬데믹 이후 비대면 서비스 수요 둔화 등 산업 경기 요인의 영향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다만 예정처는 이번 분석 결과만으로 생성형 AI가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봤다. AI 확산의 영향이 노동시장에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고 현재 통계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변화가 있을 수 있어서다.
이에 AI 노출도를 ‘위험 판정지표’가 아닌 ‘관찰대상 선별지표’로 활용하고 실제 AI 활용과 고용·채용·소득 변화를 함께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상 변화가 없으면 일반적인 AI 활용 훈련을 제공하고 채용·소득 감소가 반복되면 심층조사와 고용영향평가를 실시한 뒤 부정적 변화가 지속될 경우 직무전환·전직·소득지원 등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기업의 AI 전환(AX) 지원을 재직자 직무전환 훈련과 연계하고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청년층은 훈련에서 일 경험, 취업으로 이어지는 초기 경력형성 경로를 보강하고 비정형 노동자는 해고·실업뿐 아니라 일감과 소득 감소까지 살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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