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혁신·현장 강조…“변화의 주인공 돼야”
퇴임 후 기업 찾아 혁신기술 발굴 뜻 밝혀
“재경부 무너지면 대한민국 무너져” 당부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8일 이임식을 끝으로 약 1년 2개월간 맡아온 경제수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재명 정부 첫 경제수장으로 취임해 대미 관세·투자 현안과 중동전쟁 대응 등 굵직한 대외 현안을 맡았던 구 부총리는 한국 경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계 1등’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마지막까지 강조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우리 경제가 글로벌 경제 하에서 살아남으려면 세계 1등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지 않고는 안 된다는 걸 확신하고 있고 지금도 똑같다”며 “그 사이에 한 개라도 밀어서 지금 메모리 반도체의 후속타가 될 수 있을 정도로 키우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6월 30일 부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구 부총리는 7월 21일 취임하자마자 대미 통상 현안과 마주했다. 취임 일주일여 만에 관세 협상 시한을 앞두고 미국으로 향했고 이후 대미 투자 문제와 중동전쟁 등 대외 변수가 잇따르면서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해왔다.
그는 재임 기간 추진한 ‘초혁신경제’를 당초 구상만큼 추진하지 못한 점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구 부총리는 부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당시 “뭘 하나 남기고 가느냐”를 고민한 끝에 초혁신경제 아이템을 키우는 것을 선택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하나가 제대로 안 되면 20개, 30개 해도 의미가 없다”며 “하나라도 좀 많이 밀어 올렸어야 했는데 못하고 가는 게 제일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각자의 자리에서 하나를 찾아 계속 관심을 가지고 밀어주는 게 대한민국 경제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잇따른 대외 현안에 대응하느라 현장을 충분히 찾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꼽았다. 구 부총리는 “정상적인 상황이었더라면 현장을 일주일에 한 번씩 또는 두 번씩 가서 아이템을 정하고 부족한 점을 제대로 바꿔주고 필요하면 연구·개발(R&D) 예산도 넣어줬을 것”이라며 “이런 노력을 거의 못하고 가는 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임식이 열린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대강당에는 재경부 직원 200여명이 모여 박수로 구 부총리를 맞았다. 직원들은 구 부총리가 평소 자주 강조했던 말 가운데 ‘인공지능(AI)·혁신·현장’ 세 단어를 골라 마지막 메시지를 요청했다.
구 부총리는 이들 세 단어를 직원들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먼저 2011년 미국에서 비트코인을 접하고도 가능성을 부정했던 경험과 이듬해 중국 이커머스의 성장 가능성을 놓쳤던 경험을 꺼냈다. 새로운 변화가 닥쳤을 때 이를 외면하지 말고 먼저 올라타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문명의 변화가 왔을 때는 과감하게 자기가 테이크(take)를 해야 한다”며 “새로운 변화와 혁신이 나왔을 때는 내가 거기에 주인공이 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혁신에 대해서는 어떤 일을 하든 기존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 불편한 점을 찾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현장도 거듭 강조했다. 구 부총리는 “중앙에서 얘기하는 것과 현장은 완전히 다르다”며 “현장을 알아야 하며 현장과 동떨어진 것은 아무리 해봤자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공직을 떠난 뒤에는 민간에서 혁신 기술을 발굴하고 기업 현장을 찾는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구 부총리는 “기업들을 찾아가 하루만 둘러보는 게 아니라 1박 2일 머무르면서 토론도 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뭐가 문제인지를 확인하는 노력을 현장에서 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임식에 앞서 기자실을 찾은 자리에서도 AI와 바이오, 전력 생산 등 미래 기술을 계속 공부하며 민간에서 ‘초혁신경제 기술 아이템’을 발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구 부총리는 “30개 최신 기술 아이템 중에서 10%, 두세 개만 해도 된다”며 모든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기보다 핵심 기술 몇 개라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특히 센서와 액추에이터 등 핵심 부품의 경쟁력에 주목했다. 구 부총리는 “만약 후각 센서를 세계 최고로 만든다면 로봇을 만드는 모든 사람에게 후각 센서를 팔 수 있다”며 개별 핵심 부품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키우는 방안을 사례로 들었다. 이 밖에 도시수력을 비롯해 태양광 유리, 전력반도체, 그래핀 등을 향후 관심을 두고 살펴볼 분야로 거론했다.
직원들에게는 공직자로서의 책임감을 당부했다. 구 부총리는 “재경부가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무너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며 “모든 분야를 다 할 수는 없지만 ‘이 분야만은 내가 한번 해보겠다’는 생각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후임으로 지명된 이형일 후보자를 언급하며 “부총리라는 자리가 쉽지 않은 자리”라며 “여러분들이 도와줘야 부총리가 잘할 수 있다. 여러분들이 안 도와주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제가 있을 동안 많이 도와줘서 너무 행복했고 이렇게 기분 좋게 떠난다”면서 “또 다시 만나자”고 인사를 건넸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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