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증기금은 2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K-비즈홀에서 열린 ‘2026 기업승계 M&A 브릿지 포럼’을 개최했다. [홍석희 기자]
기술보증기금은 2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K-비즈홀에서 열린 ‘2026 기업승계 M&A 브릿지 포럼’을 개최했다. [홍석희 기자]

영농법인 운영자 “세금 내면 손에 쥐는 게 없어”…매각 놓고 고민

후계자 없는 60대 제조업 2세도 새 주인 찾아…“자금력 있는 사람이 맡아야”

리스팅 “최종 조건협상까지 간 거래도 40%가량 무산…가격·조건 조율이 최대 난관”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회사를 팔아 노후자금을 마련하려 했는데 꿈도 못꿔요. 현재는 양도세를 내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이 없다고 하더라구요. 세금 문제가 현재대로라면 사실상 손에 쥐는 게 별로 없다는 상담 결과도 받았어요.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지금으로서는 회사를 팔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기술보증기금은 2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K-비즈홀에서 열린 ‘2026 기업승계 M&A 브릿지 포럼’을 개최했다. A씨는 행사 일환으로 열린 ‘현장 상담’ 부스를 찾아 상담을 받았으나 결국 ‘일단 경영 지속’을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A씨는 “남편이 10년 전에 창업해서 일군 영농법인인데 노후를 준비해서 매각을 검토 했지만 현재로선 좀 더 기다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현행 비상장 중소기업의 주식을 팔 때 양도차익에 붙는 세율은 대주주인 경우 과세표준 3억원 이하에는 20%, 3억원 초과분에는 25%가 적용된다. 여기에 양도소득세의 10%에 해당하는 지방소득세까지 더하면 실질 세율은 각각 11%, 22%, 27.5% 수준이다. 기업을 10억원에 팔았다면 양도세만 2억7000만원이 넘는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셈이다.

회사를 물려줄 사람이 없어 인수합병(M&A)을 통한 제3자 승계를 검토하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지만 현장에선 세금과 매각가격, 고용승계, 기존 대표의 잔류기간 등 현실적인 장벽이 거래를 가로막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도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12월 ‘인수·합병 등을 통한 중소기업 승계 촉진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세제개편안에도 일정 요건을 갖춘 중소·중견기업을 제3자가 승계할 경우 매도자의 주식·출자지분 또는 사업용 자산 양도소득세를 20% 감면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적용 시점은 2028년 1월 1일 이후 양도분이다.

이날 포럼은 중기부와 기술보증기금이 기업승계 희망기업과 매수 희망기업, M&A 중개기관 등을 연결하기 위해 마련했다. 부산과 대전에 이어 열린 세 번째 권역별 행사로 M&A 중개 상담과 기초컨설팅 등이 함께 진행됐다.

현장에서 만난 60대 제조업체 대표 B씨에게도 승계는 현실적인 고민이었다. 부친이 세운 제조업체를 이어받은 2세 경영인인 그는 몇 년 전 회사가 자본잠식 상태까지 몰리자 사재를 투입해 정상화했다. 성인 자녀들이 있지만 회사를 물려줄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B씨는 “회사를 정상화하기는 했지만 앞으로 성장하려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저보다 자금력이 있고 회사를 키울 수 있는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 회사에도 좋고 직원들에게도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경영난이 심했을 당시에도 매각을 시도했지만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웠다고 했다.

B씨가 꼽은 가장 어려운 문제는 기업가치 산정이다. 중소기업은 상장기업과 달리 비교할 수 있는 시장가격이 없고 대표 개인의 영업력이나 거래처 관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경우도 적지 않다.

B씨는 “기업가치 평가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현재 갖고 있는 제품이 앞으로 얼마를 벌어줄 것인가를 평가하는 부분”이라며 “주관적인 영역이어서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에 이견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M&A 현장에서 거래가 깨지는 가장 큰 이유도 가격과 조건이다. 상담자로 행사에 참여한 M&A 플랫폼 리스팅의 신유진 M&A 매니저는 “매각을 원하는 대표 가운데 연령대가 높은 분들은 자녀에게 승계할 의사가 없어서 다른 매수자를 찾는 경우가 있다”며 “반대로 인수하려는 기업은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회사를 붙이는 ‘볼트온’ 방식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리스팅은 중소기업 매도·매수자를 연결하고 거래 자문과 협상을 지원하는 M&A 플랫폼이다.

거래의 마지막 문턱은 가격이다. 신 매니저는 “가격을 조정하고 조건을 조율하는 과정이 가장 어렵고 여기에서 많이 거래가 무산된다”며 “지금까지 약 25건 정도를 성사시켰는데 최종 조건협상 단계까지 갔다가 거래가 깨지는 경우도 40%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수자가 기존 대표에게 일정 기간 회사에 남아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매각 이후 실적에 따라 매매대금 일부를 추가 지급하는 ‘언아웃(earn-out)’ 방식 등을 활용하면서다. 신 매니저는 기존 대표가 회사에 남기를 원하는 기간에 대해 “거래마다 다르지만 2년에서 5년 정도”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표 개인에게 축적된 거래처와 영업 노하우를 한꺼번에 넘기기 어렵다는 점이 M&A 계약조건에도 반영되는 셈이다.

반대편에서는 적극적으로 기업을 사려는 경영자들도 있었다. 박종욱 브라이즈 대표는 지금까지 샴푸 회사와 손목보호대·깔창 브랜드, 방송제작사 등 약 5건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인수 규모를 키워 100억~200억원대 기업을 찾고 있다.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소비재 기업 가운데 매출은 있지만 적자가 나거나 현금흐름이 좋지 않은 기업도 검토 대상이다.

박 대표는 “저희는 제조·생산해서 제품을 판매하는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제품이 있는 회사를 주로 본다”며 “AI를 활용해 경영과 광고·마케팅 운영비용을 낮춘 상태여서 인수한 기업의 비효율을 줄이는 방식으로 수익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매도자가 생각하는 가격과 매수자가 판단하는 가격의 간극은 이곳에서도 확인됐다. 박 대표는 “인수가격이 맞지 않아 중단한 경우도 있고 외부에서 제품만 봤을 때 예상했던 것과 실제 내부 데이터를 확인했을 때 상황이 달라 거래를 접은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바이오벤처 온코빅스도 새 투자자와 인수자를 찾고 있다. 김성은 온코빅스 대표는 2024년 마지막 브릿지 투자를 받은 이후 후속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김 대표를 포함한 직원은 6명이다. 지난해 매출은 약 2억5000만원, 올해 예상 매출은 약 4억원이다. 김 대표는 회사 운영을 위해 자신이 모아둔 노후자금까지 투입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제가 개발하고 있는 약이 환자에게 전달돼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회사를 넘기더라도 신약개발을 지속할 수 있는 인수자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신약개발과 무관한 영업이나 마케팅 사업으로 회사 방향을 바꾸는 조건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거래가 막판에 깨진 경험도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인수 협상을 진행했던 기업과 가격 문제로 사실상 성사 직전 거래가 무산된 적이 있다고 했다. 현재도 2~3개 업체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기술보증기금은 2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K-비즈홀에서 열린 ‘2026 기업승계 M&A 브릿지 포럼’을 개최했다. [기보]
기술보증기금은 2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K-비즈홀에서 열린 ‘2026 기업승계 M&A 브릿지 포럼’을 개최했다. [기보]

정부는 올해부터 기업승계형 M&A 매칭시스템을 가동하고 매도·매수기업에 대한 컨설팅과 기업가치평가, 매칭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매도기업의 M&A 추진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직원 이탈이나 거래처 동요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기업명과 민감정보를 가린 기업소개자료를 활용하는 방식도 도입했다.

이상창 기보 이사는 “기업승계 M&A는 중소기업이 축적해 온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이어가고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기보는 앞으로도 지역별 포럼을 확대해 현장에 필요한 정보와 지원제도를 폭넓게 알리고, 전문기관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기업승계 M&A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