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서 제작되는 모든 송유관을 미국 철강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히며 국내 철강업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키스톤XL 송유관’, ‘다코타 대형 송유관’ 신설을 재협상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미국 내 송유관에 미국산 철강을 사서 쓸 것”을 주문했다. 송유관 건설을 통해 에너지 산업은 물론 미국 철강업까지 동시에 활성화하겠다는 의도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결정은 국내 철강업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철강협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현대제철, 세아제강, 휴스틸 등 국내 철강업체들이 미국에 수출한 송유관이 47만톤, 한화 약 2900억원 규모다. 특히 현대제철과 세아제강은 매년 10만톤 가량의 송유관을 수출해왔다. 실제 행정명령이 시행될 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내산 철강의 미국 수출 비중은 13%. 설상가상 규제가 송유관을 넘어 유정용 강관 등 다른 제품으로까지 확대될 경우 피해는 더욱 커질 수 있다. 트럼프의 인프라 재건 공약이 국내 철강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가 무색하게 됐다.
물론 이번 행정명령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미국 내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지며 시행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가 ‘미국산 철강’의 기준이다. 모든 제조 과정이 미국에서 이뤄진 것만을 미국산 철강으로 정의한다. 송유관 건설에 참여한 업체 가운데 이미 인도, 러시아 소유 공장에서 파이프를 조달한 곳에선 ‘의도는 좋지만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브래드포드 리서치(Bradford Research)의 한 분석가도 “미국 철강 업체들이 송유관을 생산하곤 있지만, 키스톤의 요구사항을 충족하려면 공장 재투자와 생산 재배치 등이 필요하다”며 “미국에서 (키스톤 유형의) 강관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지만 러시아인, 인도인들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행정명령이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 협정에 가입된 40여개 회원국은 미국 정책으로 차별당해선 안된다’는 내용의 WTO 조항에 위배된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상황이 이런 만큼 국내 철강업체들은 일단 지켜보겠단 입장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행정명령이 내려지긴 했지만 미국 내에서도 국제법 위반 등 이견이 분분해 시행될지도 미지수”라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 범위, 시기 등이 언제쯤 나올지 지켜본 뒤 대응 수위를 정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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