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부터 2013년까지 만성적자 조현준 회장의 ‘초심경영’ 통한 신흥시장 개척·품질관리 혁신 등 기본기 강화 전략 ‘구원투수’ 승리 지난해 1조163억원 영업익 올려
후발 주자의 무리한 해외진출은 불가피한 저가수주로 이어졌다. 어렵게 계약을 따내 보낸 제품도, 품질 문제로 수리비가 더 들어갔다. 적자는 해마다 눈덩이처럼 늘어났고, 시장에서는 사업 철수와 매각설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3년 뒤, 이 사업은 회사 전체 이익의 20%를 담당하는 ‘효자’로 탈바꿈했다.
선발 주자들이 미쳐 눈여겨 보지 못한 신흥시장 개척, 품질 관리 혁신, 그리고 양보다 질 위주의 선별 수주를 내건 구원투수의 승리다.
아픈 팔을 버리는 대신, 철저한 재활을 통해 기본기를 강화하는 전략을 택한 오너 구원투수의 결단이 만든 혁신이다.
효성은 최근 영업이익 1조163억원을 내용으로 하는 지난해 실적을 발표했다.
창사이래 처음으로 연간 이익이 조 단위에 올라선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이미 세계 1등을 달리고 있는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같은 주력 화학섬유 사업이 영업이익1조원 시대를 이끌었다.
하지만 연간 영업이익 1조원 시대 개막은 이들 기존 사업과 함께, 천덕꾸러기였던 중공업 사업의 화려한 변신의 공이 컸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는 만성 적자를, 또 2014년에도 사실상 0에 가까운 52억원의 수익을 올리는데 그쳤던 중공업 사업은 불과 1~2년만에 1890억원 영업이익을 올리는 알짜 효자로 변신했다.
변압기 같은 전력 기자재와 전동기, 펌프, 풍력발전기를 만드는 효성의 중공업 사업은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때 마침 터진 금융위기와 글로벌 경기 부침에 절대 발주 물량 자체가 줄어들고, 여기에 글로벌 시장 후발 사업자로 단기간에 외형 확대를 위해 저가 수주를 감수하면서, 만성 적자에 빠졌다.
심지어 이 때 수주해 멀리 유럽과 미국으로 보낸 제품 중 일부에서 불량이 발생하면서, 막대한 추가 비용까지 지불해야 했다. 말 그대로 사면초가 상태였다.
이런 효성 중공업의 위기를 구한 것은 2014년 전략본부장 사장으로 투입된 조현준 현 회장의 ‘초심 경영’이다.
조석래 전 회장의 장남으로, 중공업 사업의 구원투수가 된 조현준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무리한 수주는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혔다.
기존 저가 수주 및 불량 제품 해소, 고수익성 제품의 선별적 수주와 원가 절감 및 품질 혁신활동을 강화하면서 체질 개선에 나섰다.
또 독일 ABB, 프랑스 알카텔 등 유럽 선두 업체들이 선점한 기존 시장 대신 북미, 북아프리카, 중동, 인도, 중국 등 신규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전력 환경이 열악한 신규 시장에 과감하게 도전해, 이들 고객의 요구에 부합하는 제품으로 수주 성공률을 끌어 올렸다.
또 신시장 개척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EPC(설계 조달 시공 등 일괄 수주 방식) 및 솔루션 사업 프로젝트 수행에도 나서 수익원 다변화도 이뤄냈다.
그 결과 2014년 영업이익이 52억원으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고, 다시 2년 만에 189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또 외형적으로도 세계 시장 수주 확대와 원가 절감 등으로 매출 2조5574억원의 주력 사업군으로 거듭났다.
여기에 4차 산업 혁명 시대 빅데이터, 융합의 선도적인 변화를 이끌어 “전력사업과 사물인터넷 두 부문의 융합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글로벌 전력망(Grid)의 신뢰성을 높여, 글로벌 송배전 분야의 토털 에너지 솔루션 공급업체로 세계시장을 선도하게 될 것”이라는 미래 청사진까지 제시했다.
올해 초 중공업 사업에서 보여준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그룹 총괄 회장으로 취임한 조 회장은 “기술이 자부심인 회사, 반드시 승리하는 회사”를 일성으로 제시한 것도 중공업의 성공 신화를 효성의 모든 사업분야로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최정호 기자/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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