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동문·前은행장 대결 관심 금융위 “은행 불특정신탁 불허” 양대 금융단체장 대결 마침표

두 협회장의 갈등은 금융위가 연초 업무계획을 통해 발표한 신탁업 육성 방안이 도화선이 됐다. 금융위는 연초 업무보고를 통해 종합 자산관리서비스라는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신탁제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8일에는 법무부, 기재부와 함께 신탁산업 개선을 위한 정부부처 첫 합동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서 꾸려진 합동 테스크포스(TF)는 올해 상반기까지 6차례 정도 회의와 연구 용역을 바탕으로 신탁 관련 제도 전반을 아우르는 개선안을 마련하고, 신탁업법 안을 연내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정부의 신탁업법 제정 방침이 알려지자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1월 신탁업법 제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자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2월 “국내 증권사가 불합리한 대접을 받고 있다”며 “불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혀 응수했다.

이에 다시 하 회장은 2월 하순 “은행과 증권, 보험 등이 각각 다른 운동장에서 노는 ‘전업주의’를 버리고 겸업주의를 허용해 업무 경계가 없는 ‘종합운동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대응했다. 그는 특히 “은행ㆍ증권ㆍ보험업권이 다같이 공유하는 신탁 업무를 자본시장법으로 규제하는 불특정 금전신탁과 수탁재산 집합 운용 역시 은행권에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반격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결국 황영기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헤럴드경제가 최근 만난 금융위 담당자는 “처음부터 불특정금전신탁을 은행권에 넘겨줄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은행이 생각하는 신탁업 제정의 방향은 질 좋은 신탁 상품을 내놓는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지금 있는 금융투자 상품식 신탁을 좀 더 쉽게 판매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금융투자 상품으로서의 신탁이 아닌, 신탁 본연의 기능으로 돌아가 신탁 같은 신탁을 해보자는 목적이다”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국내 신탁 시장에서 보관ㆍ관리신탁이나 종합재산신탁의 비중이 일본ㆍ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절대적으로 낮은 구조를 바로잡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신탁업 제정 방향을 동산과 부동산의 관리ㆍ보관ㆍ처분 등의 기준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유언신탁ㆍ생전신탁 등 한 개인의 재산을 장기에 걸쳐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신탁 상품을 만들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715조 규모의 신탁 시장에서 종합재산신탁 수탁액은 2159억원에 불과하다. 전체의 1%도 채 안된다. 일본은 우리의 종합재산신탁에 부합되는 포괄재산신탁이 신탁 수탁 총액 중 55% 정도를 차지한다.

정순식ㆍ장필수 기자sun@heraldcorp.com

“신탁업 육성의 본 취지는 유언신탁ㆍ생전신탁 등 한 개인의 재산을 장기에 걸쳐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 데 있다. 불특정금전신탁의 은행권 허용은 애초부터 논의의 출발점이 아니다”

금융위원회가 은행권의 불특정금전신탁의 허용 요구에 분명하게 불허로 선을 긋고 나서면서 은행권과 증권업계의 신탁업 갈등이 사실상 일단락됐다. 이로써 서울대 무역학과 선후배 하영구 은행연합회장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의 ‘신탁전쟁’은 사실상 금융투자업계의 승리로 끝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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