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일 걸리던 통관 기간, 3~4주로 지연 -PUSAN을 BUSAN으로 정정 요구, 까다로워진 기준 -전시회 끝나는 날 물품 인도, 추가 관세도 부과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중국의 사드 보복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면서 국내 중소 수출업체들의 피해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보복 형태도 통관지연, 대금결제 지연, 계약보류 및 파기, 행사금지, 불매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으며, 방법도 더욱 노골적으로 바뀌는 모습이다.

19일 한국무역협회(회장 김인호)는 지난 8일 개설한 ‘대중 무역애로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피해건수가 17일까지 총 60개사 67건이라고 밝혔다.

비관세장벽으로 꼽힐 수 있는 피해사례가 신고센터 개설 열흘도 지나지 않아 67건에 이른 것은 지난해 한국에 취해진 중국의 비관세 조치(26건)를 감안하더라도 눈에 띄게 늘어난 수준이다.

▶까다로워진 통관, 3~4주 지연 속출=신고된 사례 중에 가장 빈번한 것은 ‘통관지연’이었다. 전체 신고사례 가운데 3분의 1에 이르렀다. 전례나 관행에 없는 사유를 제시하거나 컨테이너 전수조사 등 무리한 검역으로 평소 3~4일 걸리던 통관 소요기간이 3~4주 이상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

일례로 지난 6년간 1~2일이면 통관이 이뤄져 아무런 문제없이 중국에 수출하던 A기업의 경우 최근 2개월째 통관이 지연되면서 상당한 금융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원산지증명서상 작성 요건을 통상 관례보다 엄격히 지적하고 있기 때문인데, 부산의 영문명칭 표기를 ‘PUSAN’에서 ‘BUSAN’으로 정정을 요구하는가 하면, 원산지시스템상 자동입력되는 날짜 하이픈(10-03-2017) 삭제는 물론 수입국 국적 표기 형식 등의 정정을 요구하며 통관을 지연하고 있다. 이로 인해 A기업은 통관지연으로 2개월간 선금 3억원 융통에 따른 금융비용만 300만원을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중국 전시회에 참가한 B업체도 통관지연으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전시회 참가를 위해 항공편으로 물품을 배송했으나, 통관이 지연되면서 전시회가 끝나는 날 물품을 인도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중국 측에서는 0.5달러에 불과한 부속품에 대한 관세도 30달러의 추가해 부과했다. 이로 인해 B기업은 하루 반나절 동안이나 전시회에 참가하지 못했으며, 그로 인해 4500만원 상당의 피해를 봐야 했다.

▶계약보류 및 파기, 1억원 피해 눈물=계약을 보류하거나 파기하는 사례로 피해를 보는 기업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접수된 사례만 15건에 이르렀다.

상해 바이어와 10만달러 수출계약 체결 후 2차 물품을 발송하려 했던 C기업은 바이어측에서 갑자기 연기를 요구했다. 중국 산둥성 제남시 바이어 측에서도 3만달러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물건을 발송하려 했으나 계약을 보류할 것을 통보해왔다. 이로 인해 C업체는 잔금 납입 지연 및 계약 보류에 따라 1억원의 피해액이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수출 계약을 마친 D업체 역시 한국제품이라는 이유로 올해 1월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으면서 1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대금결제 지연으로 ‘발만 동동’=오랜기간 안정적인 거래 관계를 유지해온 바이어도 사드 배치 이후 대금결제를 지연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어 중소 수출업체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지난 4년간 중국측 유통 바이어와 거래해온 E업체는 지난해말부터 3개월째 수출대금 결제가 지연되고 있다. 해당 바이어는 특별한 사유를 이야기하지 않고 있으며, E업체는 수백만원의 피해를 고스란히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F업체는 중국 거래 은행에서 신용장(LC) 개설을 거부해 전신환(TT) 결제로 진행하고 있으나, BL 송부에도 불구하고 대금결제를 지연하고 있는 등 수백만원의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신고됐다.

▶대책없는 불매 운동, 사업 존폐 위기= 해자왕 리엔화 티몰 등 주요 유통채널은 중국 현지 반한 분위기, 중국 정부로부터의 불이익을 우려해 한국산 물품의 구매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 4년간 중국내 주요 유통업체에 연간 700만달러 규모의 국산 분유를 수출한 G업체는 올해 3월부터 중국측 총판이 주요 유통업체로부터 판매 중지를 통보받았다. 이로 인한 수출 중단 피해는 물론 총판 측이 거래선을 타국업자로 변경시 사업 존폐의 위기에 맞게 되는 등 판매 중지가 지속될 경우 올해 피해액만 78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공식품을 수출하는 H업체는 올해 중국측 국산 식품 빅바이어와 계약서 교환 단계에서 취소 통보를 받았다. 바이어는 현지에서 구매 거절, 반품 요구가 급증해 한국 제품 수입에 우호적이지만, 어쩔 수 없이 취소한다는 입장이다. 이로 인한 피해액만 600만달러에 이르고 있다.

조미김을 수출하는 I업체는 지난 6년간 매월 60만~70만달러 상당 중국에 수출해왔으나, 올해부터 기존 바이어들이 일방적으로 발주를 중단했다. 이 같은 판매 중지가 지속될 경우 이 업체는 올해 800만달러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무역협회는 중국의 제재 조치들이 ‘정경분리’원칙에도 위배되고 한-중 FTA 상호호혜 정신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임을 지적하고, 정부 차원에서 피해업체 지원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또한 우리 업계도 시장경제 원리보다 정부 방침에 좌우되는 중국 시장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향후 사업계획 수립과 경영 활동에 반영해줄 것을 주문했다.

김정관 무역협회 부회장은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업계 피해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실시간 상담, 기업 방문컨설팅 및 유관기관 지원사업 연계 등을 통해 발빠르게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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