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성폭력 인식 부족…책임져야” -법조계 “사과했다고 용서할 순 없어”
[헤럴드경제=신동윤ㆍ박로명 기자]“천주교에서는 신부님에게 고해성사를 하면 모든 죄를 용서한다는데 저는 이미 12년전에 제가 한 일은 아니지만 친구의 잘못을 알고도 이를 말리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 국민앞에 용서를 구했습니다. 이제 악의적으로 매도를 하지 말아 주었으면 합니다.”
이는 홍준표<사진>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지난 23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홍 후보는 지난 2005년 발간한 자서전 ’나 돌아가고 싶다‘에 성폭행을 계획한 하숙집 친구에게 돼지발정제를 구해줬다는 내용을 기술했던 것이 최근 SNS 등을 통해 퍼지며 성폭행 모의 논란에 휩싸였고, 이에 대한 입장표명을 위해 이 같은 글을 작성한 것이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25일 온ㆍ오프라인 상에서는 홍 후보에 대한 논란은 가시지 않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 23일 오후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방송토론에서도 심상정ㆍ유승민ㆍ안철수 후보는 직접 홍 후보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촉구하는 등 압박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같은 세간의 평가에 대해 홍 후보는 “친구의 잘못을 알고도 말리지 못한 점 거듭 사과 드린다”면서도 “45년전 18세때 친구를 말리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12년전에 자서전을 통해 고해성사를 하고 용서를 구했음에도 그 때는 아무말 하지 않다 대선때 뒤늦게 시비를 걸어 마치 성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일을 두고 여성계에선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반응이다.
우선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는 SNS 논평을 통해 “홍 후보 측은 (대학생 시절 강간모의 가담을) ‘장난삼아’ 한 일, ‘혈기왕성한 대학생 때’ 일이라며 ‘성장통’으로 호도하고 있다”며 “강간은 범죄라는 당연한 이야기를 또 할 수 밖에 없다. 강간모의 사실이 밝혀진 대통령 후보가 아무렇지 않은 듯 유세현장을 누비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학계의 반응 역시 비슷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과라는 것은 당사자에게 하는 것인데, 진정 문제라고 생각했다면 불특정 다수에게 진정성 없는 사과를 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성폭력특별법이 발효된 이후에도 이런 내용의 자서전을 쓰는 것은 법조인 출신으로서 이 같은 행동이 얼마나 큰 범죄인지에 대한 기본적 인식도 되어있지 않다고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폭력 사건을 직간접적으로 겪어본 사람이라면 이번 사건에 대해 극도의 분노를 느끼는 것은 정상”이라며 “반성은 커녕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는 것을 볼 때 어렸을 때 했던 일이라 할지라도 공인으로서 책임을 져야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법조계에선 자서전에 서술된 홍 후보의 행위를 형법상으로 판단한다면 강간 미수죄의 방조범이자 공범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한 성폭력 범죄 전문 A 변호사는 “고의적으로 약물을 먹이는 행위 자체를 형법 제297조에선 ‘강간’으로 보고 있으며, 홍 후보의 행동은 형법 제 300조에 따른 ‘강간 미수’의 범죄를 저지른 친구의 행위를 방조한 공범으로서 처벌받을 수 있는 행위”라며 “하지만 형사소송법 제 294조에 따라 공소시효가 10년인 점을 감안하면 홍 후보의 행위는 법적 처벌의 대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A 변호사는 “자신의 잘못을 뒤늦게 깨달아 자서전에 수록했다고 해서 모든 국민이 당연히 용서하고 선처해야한다는 것은 수긍하기 힘들다”며 “이번 일은 홍 후보의 젠더 감수성 수준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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