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판사들까지 돌려봤다는 유시민의 ‘항소이유서’가 재조명되고 있다.
9일 방송된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알쓸신잡)에서는 주제 불문, 세계화장실협회의 존재이유에서부터 소설 ‘태백산맥’까지 다양한 잡학에 대한 출연자들의 이야기가 쏟아졌다.
그 중에서도 단연 관심을 끈 건 유시민의 ‘항소이유서’ 비화였다. 당시 25세였던 유시민은 1984년 서울대 프락치 사건 배후조종자로 몰려 구속됐다. 형사가 동네 다방에서 만나자고 해 슬리퍼 끌고 나갔다가 잡혔다. 1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받았고, 단 한 대도 때리지 않았음에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았다.
이에 유시민은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형사지방법원 항소 제5부에 직접 항소이유서를 제출했다. 이 항소이유서는 당시 대학생은 물론 판사들까지 돌려봤다는 명문 중의 명문으로 꼽힌다.
유시민은 “쓰는 데 14시간 정도 걸렸다. 퇴고가 불가능한 상황이었기에 모든 문장과 한자까지 다 외워 썼다. 감옥에 누워 첫 문장부터 마지막까지 머릿속에 모든 문장을 넣었다. 잘 안 나오는 볼펜으로 눌러썼다. 200자 원고자 100자 분량이다”며 당시 글을 썼을 때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원고지 200자 짜리 100장 분량이었다. 단편 소설 하나 정도 되는 분량이었다. 변호사가 그걸 읽어 보고 우리 큰 누이를 불러서 혼자 읽기는 아까우니 좀 돌려보라고 주셨나 보더라. 그게 복사가 돼서 퍼져나갔다고 그러더라. 그 뒤 이제 학교 선배들이 맨날 글 쓰는 일만 시키더라. 수시로 불려가서 무료 하청을 몇 년 동안했다”고 털어놔 웃음을 안겼다.
항소 이유서에는 유시민 특유의 간결하고 논리적인 표현들이 가득 차 있다.
“현 정권은 정식출범조차 하기 전에 도덕적으로 이미 파산한 권력입니다”
“이 성스러운 날에 인간 해방을 위한 투쟁에 몸바치고 가신 숱한 넋들을 기리면서 작은나마 정성들여 적은 이 글이 감추어진 진실을 드러내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등의 문장들은 읽는 이들의 가슴을 움켜쥐게 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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