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류주 시장, 특히 위스키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제3국가에선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새로운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면서 활황이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는 위스키 시장이 힘을 못쓰고 있다.
한국 위스키 업계가 붕괴된 이유는 뭘까. 바로 제품 이노베이션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지난 1991년 위스키 수입시장이 개방되자 업체들은 위스키 원액 생산을 중단하고 수입에만 열중했다. 한국 위스키의 미래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유사한 처지에 놓였던 타이완의 위스키 업계 사례를 살펴보면 더 뼈 아프다.
2005년 타이완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주류 수입개방 정책을 제출했다. 이에 대응한 타이완의 주류업체는 위스키 원액 수입 대신 아예 위스키 공장을 설립하는 역발상을 했다. 이는 매우 과학적인 추론에 근거했다. 일반적으로 화학 반응의 속도는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급속히 증가한다. 위스키 숙성은 결국 화학변화이므로 타이완과 같이 평균 기온이 높은 곳에서는 숙성이 빠르게 진행된다고 믿은 것이다. 타이완의 제조 책임자들은 자국에서 1년 숙성한 위스키는 스코틀랜드에서 3~4년 숙성한 위스키와 같은 효과가 있다고 여겼다.
또 숙성기간보다 중요한 것은 오크통의 선택과 관리로, 그것이 위스키 품질에 절대적이라고 생각했다. 숙성년수 보다는 블랜더들의 원액 선정과 조합능력을 더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런 혁신의 성과로 2015년 타이완 위스키 카발란(Kavalan)은 세계 최고의 위스키 상을 받게 된다.
위스키 얘기는 아니지만, 편견을 깨는 창조적 발상으로 주류 강자가 된 사례도 있다. 보드카 쪽이다. 보드카는 보리 등 곡물과 감자 등으로 만든다는 게 업계 전통이다. 그런데 포도로 보드카를 만든 곳이 있다. 한 주류업체는 2009년 프랑스에서 출시한 포도로 만든 증류주 오드비(Eau de Vie)를 브랜디 대신 보드카로 개발했다. 이것은 2016년 200만 상자(1상자 9L) 이상 팔리며 세계적 브랜드가 됐다. 기존 관행이나 정설을 무시한 파격적인 승부가 유효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다.
위스키 국내 시장이 발전하려면 이같은 해외 사례를 교훈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침체에 빠진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매우 시급한 일이다.
다행히 최근 한국 위스키 시장에서도 카발란 위스키처럼 혁신을 표방하며 뛰고 있는 위스키가 있다. 바로 국산 위스키 브랜드 ‘골든블루’다. 골든블루는 국내 최초로 출시된 저도수 위스키로, 스카치 위스키와는 다르게 36.5도의 도수를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스코틀랜드산 원액을 쓰지만 40도 이하의 제품은 스코틀랜드에서 병입이 불가능하다는 조항 때문에 스카치 위스키라는 딱지를 붙일 수 없었다. 이에 출시 초기에 스카치 위스키만 잘 팔리는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을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혁신을 앞세운 ‘골든블루 사피루스’는 국내 단일 제품 판매량 1위 위스키 브랜드에 올라섰다. 한국 위스키 시장을 40도 이하의 저도주 위스키가 중심이 되는 시장으로 주도하면서 말이다. 전통을 깬 일은 인정할 만 하다. 이는 바람직한 사례지만, 대부분 국내 위스키는 관행에서 못벗어나고 있다. 혁신만이 한국 위스키 시장을 지킬 수 있다. 그걸 깨달아야 한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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