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부동산 시장엔 이제 더 이상 집값은 올라가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달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값은 일제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오로지 전셋값만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다들 외환위기 직후보다 더 심각하다고 했다. 가계부채가 1200조원을 돌파했다는 발표도 나왔다. 집살 사람은 빚을 내 이미 다 샀고, 새로운 주택 수요층인 20~30대는 불완전한 고용환경으로 구매력이 없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그때 법조팀 발령이 났다. 주택 시장은 그렇게 계속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했다. 법조팀에서 근무한 2년 동안 부동산 뉴스는 거의 보지 않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대통령이 탄핵되는 와중이어서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부동산 시장은 안봐도 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올 1월2일 다시 부동산팀으로 돌아왔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강남 아파트에 투자해 1~2년 사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는 사람이 수두룩했다. 정부가 아무리 규제책을 내놓아도 시장을 이길 수 없다며 과감하게 높은 웃돈을 주고 강남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이 넘쳐났다. 그럼에도 인기지역엔 매물 자체가 없었다. 5500가구가 넘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에 나온 매물은 단 한 개에 불과했다. 가계부채는 2년 전보다 늘어 1400조원을 넘었고,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대출을 규제해 돈을 빌리기 힘들어졌는데, 집값이 계속 뛰는 게 이해하기 힘들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와 2만달러 시대의 투자공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연봉이 조금 높은 사람이면 누구나 높은 전세를 활용해 강남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시대라는 것이다. 10억원짜리 아파트를 7억원에 전세를 놓고, 3억원만 들여 사는 식이다. 이른바 ‘갭투자’다. 최근 몇 년간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70%로 높아져 가능한 투자법이다.
이 점은 정부의 대출규제가 왜 먹히지 않는지 설명하는 단서다. 10년 전인 2009년만 해도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은 38%로 낮았다. 이때는 은행 대출만 막으면 매매수요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서울 전세가율은 2016년 75%까지 올라간 이래 7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은행 대출을 막아도 전세보증금을 활용한 레버리지(지렛대) 투자가 가능하다.
최근엔 특히 강남권 아파트의 희소성이 점점 더 부각된다. 모두 합해 30만채에 불과한데, 전국에서 돈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강남 아파트를 원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가계부채는 고혈압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건강을 위협하는 불안 요소지만, 잘 관리하면 100살까지 장수하는데도 별 지장 없는 요인일 수 있다는 차원에서다.
주택시장이 정말 고혈압 위험에도 장수를 누릴 수 있는 것처럼 꾸준히 관리될 수 있는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다. 2년전 모두가 집값은 더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느꼈으나 상황이 급변했던 것처럼 앞으로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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