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미니앨범 내고 인기몰이 나선 띠동갑 듀오
정지찬 · 박원 1집이후 18개월만에 컴백…느리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 깊은 여운…주말 코엑스무대 서는 ‘공연계 블루칩’
어떤 노래는 몸이 먼저 움직이고, 어떤 노래는 입이 절로 따라가고 또 어떤 노래는 하늘을 자꾸 쳐다보게 한다. 가수이자 작곡가, 프로듀서로 활약하고 있는 정지찬과 보컬리스트 박원으로 구성된 남성 듀오 원모어찬스의 노래는 그렇게 눈을 멀리 끌고 간다. 그건 눈을 감아도 마찬가지여서 목소리에 실려 먼 기억의 어느 곳을 헤매게 된다. 이는 정지찬과 박원이 지닌 바람 섞인 보이스의 질감때문이기도 하고 포크 음악이 갖게 마련인 느린 스텝 때문인듯도 싶다.
지난달 말 두번째 미니앨범 ‘뭐가 그리 좋은지 몰라’로 정규 1집 이후 18개월만에 돌아온 원모어찬스는 그렇게 훨씬 가벼워졌다.
정지찬은 “힘을 빼고 편안하게 만들자”고 마음먹고 만든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바람이 살랑이는 잔디에 누워 너와 나의 사랑에 빠진다는 ‘fall in love’, 로맨틱하고 부드러운 멜로디의 ‘뭐가 그리 좋은지 몰라’, 누군가를 만나는 일의 의미를 곱씹어보는 ‘그댈 만나기 위해’ 등 원모어찬스만의 서정적인 곡들이 주류를 이룬다. ‘Sunshine’은 그 중 신난다. 어둡고 지친 속에서 한 줄기 햇살처럼 힘을 돋우는 곡으로 공연장에서 함께 부르기에 제격이다. ‘걸어간다’는 박원이 처음으로 작곡한 곡. 담담한 피아노와 진한 보컬이 묘하게 어울린다. 박원은 “개인적 느낌을 적어가다 보니까 더 느리고 호소력있게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의 컨셉은 가능한 한 ‘덜고 빼기’다. 귀에 순하고 담백해 질리지 않는다. 앨범 디자인도 거기에 걸맞게 소박하다. 꺼글꺼끌한 재생지 커버 한 가운데 작은 클로버 세 잎이 그려져 있는게 전부다. 클로버잎은 달랑 세장이고 테두리만 빨간 펜으로 그려져 있다. 행운도 어떤 색칠도 더하지 않은 감성이 여리다.
이는 10년째 채식주의자이자 생활속에서 실천하는 환경운동가로 살아가고 있는 정지찬다운 작업이다. 지찬은 일산 정발산동 집앞에 1평 남짓 작은 텃밭을 가꾸며 거기서 나오는 각종 채소로 식탁을 채운다. 상추, 불루베리, 오이, 토마토 등 남부러울 것 없는 도시의 농부다. 씨를 뿌리고 나서는 손이 많이 가지만 어느 정도 자라면 저녁에 물주는 정도라며 가장 신경이 쓰이는 건 비와 햇빛이라고 농사꾼다운 걱정을 털어놓았다. “아무리 물을 많이 줘도 비 한번 오는 것만 못해요. 한번 오고 나면 쑥쑥 자라니까요”
‘한국의 제이슨 므라즈’랄까. 정지찬은 “그가 노래하는 걸 보면 사랑이 가득하다”며, “그런 모습은 평소에 그렇게 생활하니까 나오는 거”라고 평했다.
이번 앨범 제작은 지찬의 환경사랑에 공감한 아웃도어기업 파나고니아의 협찬으로 이뤄졌다. 사실 정지찬과 박원의 조합은 좀 별나다. 둘은 띠동갑이다. 1996년 유재하 가요제 8회 대상을 차지한 정지찬은 2008년 19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다. 그 때 대상의 주인공 박원을 보자마자 눈도장을 찍고 작심하고 작업을 걸었다. “원이가 노래하는데 몰입도가 좋더라고요.” 지찬은 축하 뒤풀이에 가서 일단 안면을 트고 더 친해지고 싶어, “우리 집에 놀러오라”며 옆구리를 찔렀다.
당시 지찬은 남성 듀오 ‘자화상’으로 활동한 뒤 솔로 활동을 하던 차, 원이를 보고 딴 마음이 슬슬 든 것이다.
2010년 첫 싱글 ‘시간을 거슬러’를 내고 5개월 뒤 ‘널 생각해’로 원모어찬스는 큰 호응을 얻었다. 두 곡을 포함해 2012년 정규1집의 타이틀곡 ‘눈을 감으면’,‘미소짓지마’ 등은 음원차트에서 여전히 스테디셀러로 인기가 높다.
지찬은 “원이와 얘기하다보면 세대차를 느끼기도 하지만 때로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 새로운 것을 던져주는데 반짝 반짝 빛나는게 있다”고 했다. 나이탓에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고리타분함을 박원이 날려주는 셈이다.
박원은 “혼자가 아니라 둘이 같이 하기때문에 더 새로운게 나오는 것 같다”며, 특히 선배로부터 힘빼는 걸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지찬은 곡을 만들때 음원보다 라이브 공연을 염두에 두고 만드는 경우가 많다. 원모어찬스의 콘서트는 지금까지 입소문만으로도 매진을 기록하며 공연계 블루칩으로 통한다. 이번 앨범을 선보일 원모어콘서트는 7월26,27일 양일간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다.
이윤미 기자/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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