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업계, 사내 성문제 방지차원서 회식 자제령 - 워라밸 시행으로 회식 횟수 줄고 ‘119문화’ 정착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 화장품기업 A사에선 팀별로 진행되던 회식 자리가 확 줄었다. 최근 미투(Me-Too)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데다 여직원들이 많은 화장품기업 특성상 만약에 발생할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A사의 마케팅팀은 지난달 아예 회식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월 2~3회 하던 것과 대조된다. 마케팅팀의 정모(46) 팀장은 “미투운동으로 회사에서 회식 자체를 자제하는 분위기”라며 “퇴근길 술 한 잔이 생각나더라도 친한 동성간의 술자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 중견 식품업체 B사에 다니는 최모(44) 부장은 지난해부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시행으로 5시30분이면 귀가한다. 처음에는 낯설어 동료들과 술자리가 잦았으나 올해들어서는 집 근처 헬스장에서 한 두시간 운동을 한 뒤 집에 들어가고 있다. 최 부장은 “워라밸 시행 취지를 살려 회식 자리도 격주로 하던 것을 월 1회로 줄였다”며 “회식을 하더라도 음주보다 식사 중심으로 1차로 끝낸다”고 했다.
이처럼 미투 운동 확산과 워라밸 도입으로 유통업계 회식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특히 백화점, 마트, 화장품, 식품 등 특성상 여성 근로자가 많은 유통업계에서 이같은 현상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화장품 업계에선 잇따라 회사내 성추행과 솜방망이 처벌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회식 자제령 등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화장품기업 C사는 최근 사내 통신망에 술을 동반하지 않은 회식을 권하고 2차까지 가는 회식 자리를 자제하라는 글이 올라왔다. 특히 노래방 등 밀폐된 공간은 피하라고 했다.
이 회사 김모 부장은 “회식이 크게 줄었고 회식을 하더라도 음주 대신 식사 중심으로 하고 굳이 2차를 가더라도 카페로 간다”며 “노래방은 아예 가질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미투 운동 확산 이후 회사에선 펜스룰(이성이 함께 하는 자리를 만들지 않는 것) 현상과 회식 자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가 지난 3월21~25일 직장인 4915명을 대상으로 미투 전후 달라진 직장 내 문화를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7%가 ‘달라진 점이 없다’고 답한 반면 32%는 ‘펜스룰 현상’, 17%는 ‘회식 자제 등 조직 문화 개선 노력’ 등을 꼽았다.
워라밸 확산도 기업 회식 문화를 바꿔 놓고 있다. 다른 업계보다 선도적으로 워라밸을 도입하고 있는 유통기업은 회식을 하더라도 ‘119’를 지키는 분위기다. 119란 회식은 1차에서 1가지 술로 저녁 9시 이전에 끝내는 것을 말한다.
B사 최 부장은 “워라밸 시행으로 퇴근 후 개인시간을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회식이 크게 줄었다”면서 “잔업이 없고 회식 자리가 줄면서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크게 늘었다”고 했다.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문화가 형성되고 있지만, 기업 회식 자리가 줄어들면서 유통기업 인근 식당가의 표정은 어둡다. 서울 명동의 한 음식점 사장은 “최근 한 달 사이 단체손님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며 “단체홀은 예약을 못 받은지 오래”라고 했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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