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희윤 기자] 한류바람을 타고 수많은 공연기획사들이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곧 포화상태에 이를 국내 뮤지컬 시장의 한계를 내다보고 미리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공연계에서 뮤지컬은 가장 인기 높은 장르다. 일례로 뮤지컬 ‘팬레터’도 곧 대만에 진출한다. 과연, 한국 창작뮤지컬의 해외진출 전망은 어떨까.■ 한국 창작뮤지컬 세계로 뻗어나가다한국 창작뮤지컬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빈센트 반 고흐’, ‘빨래’ 등이 중국으로 진출하고, ‘인터뷰’, ‘알타 보이즈’, ‘김종욱 찾기’ 등이 일본 공연을 펼쳤다. ‘마이 버킷 리스트’는 일본과 중국에 동시 진출했다. 특히 ‘마이 버킷 리스트’의 경우 중국 공연은 음악과 대본을 현지화해 중국배우들이 직접 공연했고, 일본 공연에선 한국배우들이 일본어로 직접 공연하는 등 같은 작품이 서로 다른 형태로 진출된 경우다.이처럼 한국 창작뮤지컬이 소극장 뮤지컬은 물론 대형 뮤지컬까지 규모와 공연형태를 막론하고 해외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작품들은 대개 기획 단계부터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고 준비된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 해외 진출 작품의 중심인 ‘팬레터’는 개발 단계부터 수출을 염두에 두고 해외 전문가를 참여시켰기 때문에 해외 진출을 더욱 빠르게 추진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중 창작뮤지컬 ‘팬레터’는 한국 최초로 대만에 진출한다. 대만 ‘내셔널 타이중 시어터(National Taichung Theater, 이하 NTT)’에서 8월에 공연이 예정돼 있다. 앞서 뮤지컬 ‘팬레터’의 오리지널 버전 공연은 주최 측인 NTT에서 여름 시즌 우수한 해외 작품으로 선정,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성사됐다. 대만 현지에서 대한민국 창작 뮤지컬로는 이례적으로 먼저 러브콜을 받은 셈이다.이에 ‘팬레터’ 제작사 라이브 강병원 대표는 한국 창작뮤지컬의 해외 진출이 가능했던 중요 요인에 대해 “해외에서 성공하는 한국뮤지컬의 강점은 작품이 갖고 있는 보편적인 정서, 장르의 다양성,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에 있다. 또 오리지널 투어의 경우 매력적인 배우의 출연이 성공의 요인이라 볼 수 있다”고 강점을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한국뮤지컬의 이 같은 장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기에 비싼 금액을 지불하며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해외진출은 성공의 증표일까?
사실 해외 진출 국내 뮤지컬의 초석을 다진 건 바로 에이콤이 제작한 창작뮤지컬 ‘명성황후’다. 1995년 서울 초연 이후 3년만인 1997년 아시아 창작뮤지컬 최초로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그러나 국내 공연팀의 첫 해외진출인 만큼 어려움도 많았다. 해외 뮤지컬 공연이 대개 1~2년 정도의 준비 기간을 거치는데 반해 ‘명성황후’는 약 1개월 정도의 짧은 준비기간만 허용됐고, 공연기간도 10일 남짓으로 짧았다. 더욱이 북미투어를 돌면서 작품에 대한 언론의 호평을 받기도 했으나 한국의 역사적 현실을 공감할 수 없는 현지 반응은 혹평에 가까웠다. 적자도 꾸준했다. 7년 만인 2004년, 캐나다 토론토 공연에서 첫 흑자가 날 정도였다. 물론 ‘명성황후’는 해외진출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기에 전적으로 실패라고 볼 수만은 없다.그러나 이는 해외에 진출한 한국 공연이 실제로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잠재가치가 큰 시장일지라도 뚫어내는 것이 선과제다. 국내에서 검증받은 공연일지라도 문화권 자체가 다른 해외에선 통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오리지널 공연은 그것대로 살리면서도, 한국의 작품을 해외 관객의 입맛에 맞게 현지화하는 전략이 중요하다.이에 강병원 대표는 “해외 현지에서 실제 무대화 작업 시 문화와 언어, 정서의 차이로 인해 작품을 해석하는 시각이 다를 때 고충을 느낀다. 그렇지만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협의를 통해 성공적인 로컬라이징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그는 “해외진출이 성공의 증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이 우리나라에서 공연을 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창작뮤지컬도 해외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한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창작뮤지컬 해외시장 개척 전망
공연기획사 라이브는 한-중-일 해외 라이선스 공연 진출에 성공한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 ‘마이 버킷 리스트’에 이어 ‘팬레터’까지 3연속 해외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러한 해외진출의 목적은 결국 한국의 창작뮤지컬 작품을 해외에 알리고, 외국시장 개척의 길을 꾸준히 모색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다.앞서 ‘명성황후’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처럼 작품성을 막론하고 해외 현지인들이 공감을 느낄 여지가 없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창작뮤지컬을 통해 해외진출에 도전하겠다는 취지를 나무랄 순 없지만, 우리 것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선행돼야만 한다.‘팬레터’도 마찬가지다. 한국 창작뮤지컬 중 좋은 작품들이 많고 아시아권 시장에서도 한국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중 ‘팬레터’는 소재적인 측면에서 문화를 넘어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서사와 휴머니즘이라는 보편 정서가 담겨있다. 세계 4대 뮤지컬 중 역사적인 지점과 휴머니즘을 통해 전 세계를 울린 ‘미스 사이공’이 그러하듯 공감력을 넓혀야 작품 자체로 세계시장에서 선보일 수 있게 된다.결국 좋은 작품을 기획하고 제작해 관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만이 한국 뮤지컬의 세계 진출 시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된다. 세계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보편적인 소재의 경쟁력 있는 작품이 많이 개발돼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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