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구속영장 일상화 미중무역전쟁發 유탄 우려 혁신성장 규제완화는 답보 기업들 기살리는 정책 절실

대내외적으로 동시다발적인 악재가 터지면서 재계의 시계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밖으로는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수출 기업들이 미국과 중국의 본격화한 통상전쟁의 틈바구니에서 휘청이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국제 유가와 환율도 변동성이 심화되면서 불안감을 더한다. 안으로도 더욱 심각하다. 무리한 압수수색과 남발되는 구속영장, 총수 일가를 둘러싼 각종 구설수와 폭로, 이에 따라 고조되는 반기업정서 등으로 기업의 경영환경은 악화일로다.

▶일상화된 압수수색과 구속영장 남발, 더 움츠린 기업=올해는 재계의 수난시대라고 할 정도로 압수수색과 구속영장에 시달리고 있다.

‘물벼락 갑질’이 발단이 된 한진가(家)는 가족전체가 수사대상에 올랐다. 조양호 회장을 비롯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에 모두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하나같이 기각됐다. 게다가 경찰, 검찰, 관세청, 공정위, 국토부 등으로 부터 3개월간 14차례나 되는 압수수색을 당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검찰의 주요 수사 대상에 올랐던 삼성도 올들어서도 ‘압수수색 단골’이 됐다. 노조 와해 의혹, 다스의 미국 소송 대납 의혹 등으로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등이 압수수색을 받은 횟수는 올 들어서만 20차례에 육박한다.

LG그룹도 지난 5월초 사주 일가의 탈세 혐의와 관련해 압수수색을 받았고, 롯데건설과 대우건설 등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 수주전과 관련해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

공정위 간부들의 기업 불법 취업과 관련해서도 현대차 등 곳곳에서 압수수색이 벌어지고 있다. 현 정부의 재벌개혁 기조는 더욱 강화되면서 움츠러든 기업들은 국내 투자나 일자리창출 등에서 정상적인 경영을 하지 못하는 양상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을 상대로 한 압수수색은 올들어 거의 일상화됐다”면서 “아마 외국인투자자들의 눈에는 왠만한 국내 대기업은 거대한 비리집단으로 보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여건도 최악 기댈곳 없는 재계=경영여건은 최악의 상황으로 가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르면 내달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키로 해 기업들의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까지 나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완화도 여전히 답보상태다.

여기에 기득권을 쥔 강성노조의 반발로 노동 유연성 확보는 요원하고, ‘삼성 때리기’ 등 반기업 정서는 더욱 커져 경영활동 지장이 현실화하고 있다.

힘이 돼줘야할 경제단체들은 내분 등으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정농단 게이트’ 이후 와해돼있고, 부회장 경질 건으로 극심한 ‘내홍’에 휩싸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최저임금 추가 인상, 근로시간 단축, 저성장 기조 고착화 우려, 투자심리 냉각 등이 넘어야할 큰 장애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미ㆍ중 싸움에 새우 등 터질 위기= 대외적 상황도 매우 위험하다. 한국 경제를 사실상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는 중국의 도전과 미국의 압박으로 불안한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자동차는 지난해 중국의 ‘사드 보복’에 이어 올해는 미국의 ‘관세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분석기관 픽셋에셋매니지먼트의 애널리스트들은 미국의 중국산 제품 고율 관세 부과로 촉발될 미중 무역전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게될 10개국 가운데 한국을 6위로 꼽았다.

한국은 전자제품, 자동차, 철강, 선박 등 주요 수출 품목이 무역전쟁의 가장 집적적인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미국이 수입차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대미 차 수출단가는 3000달러 올라 가격경쟁력이 상실될 것으로 우려된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미국 정부가 수입차에 관세 25%를 부과하면 결국 전체 수출 중단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 수출가격은 평균 1만4500달러 선으로, 25% 관세가 붙으면 단가가 평균 3000달러 올라 채산성을 맞출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시장마저 비우호적이고, 신흥국 불안도 여전하다.

재계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한국 경제는 온통 악재에 둘러싸여 있다”면서 “적어도 국내적으로는 기업의 기(氣)를 살리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이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