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전 1500원 시금치, 지금은 3000원 -주부들 채소류 만지작 거리다 도로 놔 -유통기한 임박해 싸진 상품코너 북적
[헤럴드경제=박이담 기자] “폭염 물가 무서워요. 열흘 전만 해도 시금치 한 단에 1500원이었는데 지금 3000원으로 올랐어요.”
낮 최고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채소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무더운 날씨에 채소류 생육이 부진해 공급량이 부족해진데다가 유통과정에서 신선도를 유지키 위한 추가 비용이 가격에 반영된 탓이다.
지난달 30일 오후 1시 롯데마트 서울역점 채소 코너. 주부들이 배추, 상추 등을 만지작거릴 뿐 선뜻 카트에 담지 못한다. 시금치 한 팩에 2980원, 쌈배추 한 통에 3900원, 적상추 한 봉에 3900원이다. 남편과 함께 이곳을 찾은 이모(77ㆍ서울 용산구) 씨는 “너무 비싸니까 도대체 뭘 사야할지 모르겠다. 그나마 싼 애호박을 저녁에 볶아먹어야지”라고 했다. 애호박은 하나에 850원이었다. 이 씨는 채소 코너를 한참 서성이다 애호박 두 개를 겨우 넣었다.
다음날 친구들과 야유회를 간다는 김모(60ㆍ서울 성동구) 씨도 상추가격을 보고는 적잖이 놀란 표정이었다. 김 씨는 “삼겹살은 넉넉히 샀는데 상추가 너무 비싸네. 이거 한 1000원 돈이면 샀던 것 같은데, 지금 3900원이야”라며 푸념했다. 김 씨는 상추를 포기하고 배추를 보러 갔다가 더욱 놀랬다. 그는 상추 한 봉지만 카트에 넣고는 “상추는 아껴먹고 고기나 실컷 먹지 뭐”라며 채소 코너를 빠져나갔다.
폭염 물가로 힘든 건 마트 직원도 마찬가지였다. 홈플러스 동대문점에서 채소 진열을 담당하는 정모 씨는 “채소가 기본적으로 1000원 씩은 다 올랐어요. 비싸지니까 고객들이 선뜻 안사고 만지작거리기만 하는데 그러면 채소 끝이 금방 물러져요”라고 했다. 그는 “평소보다 진열한 채소를 더 꼼꼼하게 신경써야 하니까 더 힘들다”고 했다.
식탁에 자주 올라오는 채소가격이 치솟자 찌개나 국을 끓여 먹기도 부담스러워졌다. 이날 기준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의 주요농산물 도매가격에 따르면, 시금치와 배추가격은 전월에 비해 두 배 이상 올랐다. 감자, 무, 양파, 양배추 등도 전월보다 값이 인상됐다.
채소만큼이나 과일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다. 주먹보다 작은 참외 6개들이 한 봉지가 9990원이다. 수박도 6㎏ 한 통이 1만4800원이었다. 10㎏짜리는 2만4800원에 달했다.
버거운 가격에 소비자는 대량 묶음은 엄두도 못내는 분위기였다. 소포장 제품이나 유통기한이 임박해 가격을 인하한 상품을 찾는 이가 눈에 띄게 많았다.
수박 앞에서 한참 머뭇거리던 한 주부는 9000원짜리 반쪽짜리를 구매했다. 한 통에 1만4800원인데, 반쪽에 9000원이면 가성비(가격대 성능비)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묻자 “한 통이 너무 비싸서요. 그때그때 바로 먹을 수 있게 조금씩만 사요”라고 했다.
유통기한이 얼마 안남아 세일 중인 상품이 놓인 곳에도 주부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각종 채소와 과일 포장지엔 ‘인하상품’이라는 스티커가 붙어있다. 폭염물가 속에서 그나마 시원한 가격에 구매가 가능해 인기다.
이곳에서 과일을 담당하는 박모 씨는 “요즘 물가가 비싸져서 소포장한 것들이 잘나간다”며 “양대비 가격이 더 비싼데도 작게 포장한 게 더 팔리는데, 수박 소포장 상품도 얼마 전에 새로 생겼다”고 했다.
농수산물유통공사 관계자는 “폭염에 대응해 매일매일 산지와 소비자물가를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농식품부와 산하기관들이 이상기상 대응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폭염 물가 안정 비상 조치에 들어갔다”고 했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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