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시 급락…공모가 산정시 PER 하락으로 상장 기업가치↓ - 상장, 수 늘었지만 규모 줄어 - IPO 기업과 증권사간 기업가치 부풀리기 꼼수 경계도 ‘솔솔’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국내 증시가 크게 하락하면서 새내기주(株) 기업공개(IPO)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IPO 기업들이 증시 하락으로 인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대폭 늘어난 상장 개수에도 불구하고 연간 공모 규모는 예년보다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된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들어 신규 상장 기업(10월말 기준)은 유가증권시장 5곳, 코스닥 시장 41곳이다. BNK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에는 8곳, 코스닥시장엔 67곳이 상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장 수로 따지면 ‘훈풍’이다. 코스닥 시장에 67곳이 상장되면, 2015년(57곳)보다 더 많이 상장되는 것으로 10년 동안 연도별 기록으로 살펴봐도 최고치다. 올해 상장을 청구한 기업(10월말 기준)만 유가증권시장 11곳, 코스닥시장 88곳에 이른다.

그러나 최근 증시가 급락하면서 이들 기업의 공모 규모가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통상 공모할 때 ‘희망 공모가 범위’를 산정한다. 이 때 ‘IPO 기업과 유사한 기업들’의 최근 주가를 반영(상대가치법)하게 된다. 반도체 기업이 신규 상장한다고 하자. 그러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기업의 주가순이익비율(순이익 대비 시가총액ㆍPER)을 계산한 뒤, 여기에 ‘신규 상장 기업이 발행할 주식 수’까지 활용해 희망 공모 수준을 산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때 사용되는 PER에는 유사한 기업의 시가총액이 반영된다. 최근처럼 시장이 급락해 대부분의 종목이 20% 내외로 주가가 하락하게 되면 PER도 대폭 낮아져 상장 예정 기업의 공모 수준을 축소시킬 가능성이 커진다. 10월 들어 코스피는 13%, 코스닥 지수는 21%가량 하락했다.

올해 대어급 물량이 사라진 것도 공모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대어급’으로 꼽혀 온 SK루브리컨츠, 카카오게임즈, 현대오일뱅크 등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연기하거나 철회한 상태다.

최종경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IPO시장은 상장 수로 보면 활황이지만, 소형주에 집중된 상장으로 인해 공모규모는 최근 4년을 살펴봐도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거기다 연말이 되면서 IPO 기업이 급격히 몰리고 있고, 이로 인해 짧은 기간 내 많은 기업의 수요예측이 집중돼 투자자금 분산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1~2개 진행되던 수요예측이 올해 11월에는 매주 4~7개가 진행된다. 수요예측이 너무 한꺼번에 몰리게 되면 공모가가 희망 수준을 하회할 수 있고, 때론 공모 철회ㆍ연기도 발생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증권사들과 IPO 기업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IPO 기업 입장에선 증시 급락에도 불구하고 공모규모를 줄이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이 증권사와 희망 공모가격 범위를 논의할 때 유사기업을 바꾸거나 할인율을 임의 조정하는 방식으로 ‘희망 공모가 범위’를 억지로 끌어올려 공모 규모를 유지하는 ‘꼼수’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코스닥 활성화’라는 기조를 지키기 위해 상장 수 확대만 밀어부칠 게 아니라, 증시 상황에 맞는 합리적인 공모가 산정 역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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