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환가액 하향 조정도 2017년 넘어설 것으로 예상 - 1년 뒤 전환가능…2019년 수급 불안 가중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전환사채(일정 기간이 지나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회사채ㆍCB) 발행 물량이 급증하면서 ‘증시 수급 부담’이 커지고 있다. 최근 증시가 폭락하면서 전환가액 하향 조정(리픽싱)까지 대거 진행돼, CB 발행이 내년 증시 상승 동력을 앗아갈 수 있다는 불안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CB 발행액(장내기준)은 올해 11월 6일 기준 3조774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7년(3조3076억원)과 2016년(3조7533억원) 발행액을 이미 뛰어넘는 수준이다. 유가증권ㆍ코스닥시장 상장사들의 CB 발행 전체 금액 역시 총 7조3140억원으로 작년 연간 발행 규모보다 3.7배 증가했다.

리픽싱 횟수도 지난해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환가액 조정’ 공시(11월 5일 기준)만 1015건(유가증권시장 181건, 코스닥 시장 805건, 코넥스 시장 27건 등)이다. 지난해에는 이 공시는 1128건을 기록했다. 올해들어 한 달 평균 100건 정도의 리픽싱 공시가 있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올해는 지난해 보다 70건가량 높은 1200건의 리픽싱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리픽싱은 증시에 ‘물량 부담’으로 작용한다. 전환가액을 기존보다 낮출수록 전환되는 주식 수는 증가하기 때문이다. 통상 기업들은 전환가액을 3개월 단위로 조정하며 초기 전환가액의 70% 수준까지 낮추도록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3월 초에 CB를 발행하면 6월초, 9월초, 12월초에 전환가액을 조정하게 되는데, 최초 전환가액이 1만원이라면 7000원 수준까지 전환가액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전환사채를 발행한 기업 상당수가 1개월마다 전환가액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면서, 전환가액 한도를 70%가 아닌 ‘액면가’ 수준까지 허용하고 있다. 업계에선 최근 증시 폭락으로 리픽싱 작업이 이전보다 훨씬 빈번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리픽싱 당시 전환가액을 조정할 때, 최근 한달ㆍ일주일ㆍ최근 주가 세가지를 사용하게 된다”며 “몇달새 10% 넘게 빠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이 크게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결국 이러한 상황이 대다수 기업의 리픽싱 작업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CB 물량 부담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CB 발행 이후 통상 1년이 지난 시점부터 주식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016년부터 CB 발행물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내년이 물량 부담 고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CB 전환 물량 부담이 해소되려면 결국 이를 발행한 기업들의 기업가치 상승이 뚜렷이 나타나야 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CB는 ‘양날의 칼’과 같다”며 “주식으로 전환되면 주가 하락 압력이 될 수도 있지만, CB 자금으로 기업들이 기업가치 제고에 나선다면 주가가 하락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상장사의 한 관계자는 “CB 발행은 해외 시장에서도 흔한 기업의 자금조달 방식”이라며 “CB에 투자하는 이들은 결국 해당회사가 마련한 자금으로 1년 뒤부터 기업가치가 올라 주식 차익을 내길 기대할 것이기 때문에, 이를 결국 기업들이 보여주면 해당 기업 수급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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