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계, 협력이익공유제 강한 반발 - 대·중소기업 상생 실효성 의문, 기존 협력사만 특권 가능성 - 시장질서 반하는 위헌 요소 내포 - “오히려 중소기업 죽이는 법…해외 아웃소싱하면 협력기회 자체 잃을 수 있어” - “주주 재산권 침해될 수도” [헤럴드경제=이승환 · 이세진 기자] “정부의 규제개혁 의지에 대한 재계의 기대감이 단 하루 만에 물거품이 됐다.”

대·내외 경영 환경이 최악의 수준을 맞고 있는 시기에 정부가 탄력근로제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우며 재계에 숨통을 트여준 다음날, 성과공유제보다 공유이익 범위가 더욱 넓고 사실상 강제성을 띤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협력이익공유제가 대·중소기업 상생과 이익 배분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 의문인 동시에 시장질서에 반하는 ‘위헌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7일 경제계 따르면 최근 18만 상공인을 대표하는 전국상의 회장단이 한 자리에 모여 규제 완화를 거듭 촉구했는데 당정이 협력이익공유제를 도입을 발표하면서 며칠 만에 재계와 정면으로 대치하는 국면을 만들고 있다.

재계는 기업 경영환경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말로만 ’규제 혁신‘을 외치고 실제로는 반(反)대기업 정서에 기반한 규제 강화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우선 재계는 협력이익공유제의 ‘법제화 추진’에 대한 우려가 크다. 전 세계적으로 법제화를 통해 기업 간 이익 배분을 규율하는 나라가 없는 만큼 국제적인 기준에 맞지 않고, 대기업의 이윤을 사실상 강제로 배분할 경우 기업의 이윤 추구 동기는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근 각종 규제에 발목 잡혀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꺼리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민간 투자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내 투자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국내 설비투자는 지난 3월 이후 6개월 연속 줄어 20년 만에 최장 감소 기록을 세웠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서 법이나 제도에 의해 규율하는 자본주의 국가는 한국 밖에 없다”며 “기업의 혁신과 이윤 창출 유인을 약화시켜 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내릴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협력이익공유제 유인책으로 내놓은 인센티브 역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공유한 협력 이익을 손실 비용으로 인정하고, 법인세 세액공제 한도를 높여줄 계획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익뿐 아니라 이와 관련된 경영 정보를 협력사와 공유하는 부담을 지면서 인센티브로 얻는 (대기업들의) 실익은 상당히 적을 것”이라며 “정부가 규제로 기업 경영을 옥죄면서 선심 쓰듯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협력이익공유제가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다. 현재 대기업과 거래하는 협력 중소기업 수는 전체 중소기업의 20% 정도다. 협력이익공유제가 시행되면 사실상 대기업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중소기업에만 부여되는 특권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기업이 해외에서 협력사를 찾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익을 공유하는 국내 협력업체보다는 이런 의무가 없는 해외 협력업체에 의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도 국내 주요 대기업의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의 50~90%에 해당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을 살린다는 취지라고 하지만 오히려 중소기업을 죽이는 법”이라며 “대기업은 이에 부담을 느껴 해외로 아웃소싱하게 되고,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협력할 기회 자체를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협력이익공유제가 헌법 제119조 제1항에 있는 시장경제 원리에 위배되고, 재산권이라 할 수 있는 주주 이익을 제한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에 발생한 이익은 최종적으로 주주 몫”이라며 “주주의 동의가 없이 주주 몫을 협력사에 재분배하라는 것은 주주의 재산권 침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기업 활동에는 수많은 정치·경제·사회적 요인으로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이 있으며, 그 불확실한 위험을 기업이 부담하는 데 대한 보수가 시장경제를 지탱하는 기업 이익”이라며 “ 반(反)시장적 이익배분방식은 기업의 혁신 활동이나 효율성 제고, 신상품 개발과 같은 모험정신의 싹을 자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