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전쟁 영향 위험자산 회피 경제불안시 피난자산…금과 동조 뚜렷

기관보다 개인…코스닥제약주와 ‘대체재’ 안정성 변수…변동성 커 투기접근 경계 지난해 내내 부진을 면치 못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1000만원 수준까지 올라왔다.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미중 무역전쟁으로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자산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낮아져 대체자산으로서 비트코인의 매력이 부각됐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비트코인 가격은 무역전쟁의 파고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 그래프와 놀라울 정도로 일치한다. 원달러 환율은 대외변수에 취약한 한국 통화의 특성상 미중 무역전쟁과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 우려, 유럽 정치 불안 등 글로벌 불확실성을 즉각 반영하는 특징이 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도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때 비트코인 가격은 상승했었다”며 “이번에도 무역갈등 장기화로 인한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비트코인 급등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이 경기불안 때마다 주목받으면서, 가상화폐가 안전자산의 대표격인 금과 닮아간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과거에는 역의 관계를 보였지만, 올해 무역전쟁이 격화된 이후에는 둘다 우상향하면서 경기불안시 대체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무역전쟁 타격이 올해 만큼 컸던 작년 4분기에는 비트코인이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에 대해서는 후술토록 하겠다.

비트코인은 주식시장 내에서도 가장 위험도가 높은 코스닥 제약지수와도 완전한 역의 관계를 보인다. 둘 모두 기관보다는 개인투자자 중심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대체재로 기능하는 모습이다. 경기안정시에는 모험자본이 코스닥으로 유입되는 반면, 극도의 불황시에는 비트코인을 또다른 고수익 투자수단으로 주목한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실제 비트코인은 그간 글로벌 비상사태 발발시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였다. 비트코인은 2013년 국제통화기금(IMF)이 구제금융에 나서 유럽전역을 불안하게 했던 키프로스 사태와 2016년 브렉시트시 두달 동안 70~160%의 급등세를 보였다. 2017년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위협하면서 발언한 ‘화염과 분노’는 당시 비트코인 폭등세의 시발점이 됐고, 올해 무역전쟁 장기화는 비트코인 가격을 연초 대비 130% 이상 끌어올렸다.

비트코인의 최대 약점은 안정성이다. 거래 안정성에 대한 불안이 커질 때마다 되돌림을 지속해 왔다. 2014년초 세계 최초 비트코인 거래소인 마운틴곡스가 해킹으로 파산하자 70% 급락했고, 2016년 8월 홍콩소재 거래소인 비트파이넥스 해킹사태 때에도 20% 가까이 하락했다. 2017년 연말 한국의 거래소인 유빗의 파산은 이후 정부의 규제로 이어져 비트코인 대세하락의 도화선이 됐다. 거래소의 불안정성과 각국 정부의 규제가 겹쳐지면 비트코인은 경기불안이라는 ‘유리한 환경’에서도 하락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4분기 무역전쟁 국면이 대표적인 예다. 분명 경기불안기로 비트코인이 주목받을 만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미국 법무부는 비트파이넥스와 스타트업 테더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비트코인 가격을 불법적으로 조작한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스타트업 에어폭스와 패러곤 창업자 2명에게 등록되지 않은 가상화폐를 발행했단 혐의로 각각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그렇지 않아도 알트코인인 비트코인캐시의 하드포크(하나의 가상화폐를 2개로 분리하는 것)를 두고 떠들썩했던 가상화폐는 글로벌 경기불황에도 불구,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실물이 없는 ‘가상자산’라는 태생적 특성상 안정성 이슈는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통자산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낮아지면서 위험자산의 상징인 비트코인이 아이러니하게도 주목받고 있다”면서도 “당분간 비트코인 동향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지만, 투자대상보다는 일종의 시장심리ㆍ유동성 지표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