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5월 소비자물가 발표 민간 소비·기업 투자위축 반증 한은 금리인하 가능성 높아져

소비자물가가 5개월 연속 0%대에 머물며 저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경제가 활기를 띠면서 물가도 안정세를 보인다면 바람직한 일이지만, 현재의 저물가 기조는 이와 다르다. 마냥 반길만한 상황도 아니다. 지금의 저물가 현상은 경제 활력이 떨어지면서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 등 내수 부문의 총수요가 크게 위축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지난해 폭염과 가뭄으로 급등했던 농산물 가격이 안정되고 유류세 인하로 석유류 가격이 떨어진 것도 물가 안정에 기여했다. 급식ㆍ교복 등 무상교육과 건강보험 등 복지 범위가 확대된 것 역시 물가를 하향 안정화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0.7%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물가가 지난해 12월 1.3%에서 올 1월 0.8%로 낮아지며 0%대에 진입한 이후 5개월 연속 0%대를 유지한 것이다. 물가가 5개월 연속 0%대를 지속한 것은 국제유가 급락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10개월 동안 0%대를 기록했던 2015년 2~11월 이후 4년만이다.

지난해 폭염과 가뭄으로 급등했던 채소류 가격은 지난달 9.9% 떨어져 전체 물가를 0.15%포인트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 수산물도 1년 전보다 1.3% 하락하며 전체 물가를 0.02%포인트 끌어내린 반면, 축산물은 2.6% 올라 전체 물가를 0.06%포인트 올리는 역할을 했다. 이들을 포함한 전체 농축수산물 물가는 1.2% 오르면서 전체 물가에 대한 영향이 +0.09%포인트로 매우 미약했다.

석유류 가격도 1년 전보다 1.7%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를 0.08%포인트 끌어내렸다. 지난달 유류세 인하폭이 축소되면서 석유류 가격 하락폭이 전월보다는 줄어들었지만, 1년 전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한 것이다. 가공식품은 전년대비 2.3% 올라 전체 물가에 0.16%포인트 영향을 미쳤다. 이들을 포함한 전체 공업제품 물가는 0.3% 오르는데 그쳐 물가 안정세를 이끌었다.

서비스 물가는 지난달 0.8% 올라 전체 물가를 0.45%포인트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하지만 지난달 서비스 물가 상승폭은 외환위기의 파장이 몰아쳤던 1999년 12월(0.1%) 이후 거의 20년만의 최저치다. 그만큼 서비스 물가도 안정세를 보인 것이다. 집세(-0.1%)와 공공서비스(-0.2%) 물가가 하락한 가운데 외식(1.9%) 등 개인서비스 물가는 1.5% 상승률을 보였다.

정부의 무상복지 확대도 물가 안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무상교육 확대로 남자학생복(-44.3%)과 여자학생복(-41.9%), 학교급식비(-41.3%) 물가가 40% 이상 떨어졌고, 건강보험 확대로 병원검사료(-7.3%), 입원진료비(-1.7%) 등도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계절적 요인이나 대외 변수로 인한 물가 변동을 제외해 경제 내부의 물가 압력을 측정하기 위해 산출하는 근원물가가 3개월 연속 0%대에 머물렀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올 2월 1.3%에서 3~4월에 0.9%를 기록한 후 5월에는 0.8%로 낮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올 2월 1.1%에서 3~4월 0.7%로, 5월에는 0.6%로 낮아졌다. 이는 1999년 12월(0.1%) 이후 약 20년만의 최저치다. 그만큼 총수요가 위축되면서 물가 압력이 약화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소비자물가가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2.0%)를 크게 밑도는 가운데 수요 둔화로 물가 압력이 약화됨에 따라 한은의 금리인하 여력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부 투자은행들은 연내 금리인하를 점치고 있어 향후 한은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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