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부터 대형 마트, 편의점 등에서 ‘4캔에 1만원’에 파는 수입 맥주가 속속 등장했다. 자연스럽게 국산 맥주보다 싼 수입 맥주에 손이 가기 시작했다. 5년 전쯤이었다. 집 근처 한 대형 마트에서 그전에 못 보던 국산 맥주가 눈에 띄었다. 국내 대형 주류업체에서 “처음 만들었다”던 에일 맥주였다. 우연히 맛본 해외 수제 맥주에 한창 관심이 쏠리면서 풍미가 진하면서 쌉쌀한 에일 맥주의 맛에 눈을 뜨던 시점이었다. 캔당 가격이 수입 맥주보다 1000원가량 비쌌지만 과감하게 집어 들었다. 그 맥주의 맛은 괜찮았다. 아니 좋았다. 쌉쌀하면서도 홉의 향이 살아 있었다. 이후 그 맥주는 눈에 띄면 구입하는 ‘최애(最愛) 맥주’ 중 하나가 됐다. 하지만 그 맥주가 언제부터인가 눈에 잘 띄지 않기 시작했다. 업무 때문에 서울 중심가나 강남 지역에 갔다 백화점, 마트, 편의점에 들르면 겨우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지난해 말 그 맥주를 구입한 뒤 지금까지 통 접하지 못했다. 수제 맥주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단종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들은 “저렴한 수입 맥주에 밀린 것”이 이유라고 했다. 자신을 수제 맥주 마니아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유명 커뮤니티에 올 초 “이렇게 가면 그나마 제대로 만든 맥주가 다 사라지고 우리나라에는 소위 ‘발포주’나 소맥용 맥주만 남을 것”이라며 “대부분 다른 나라의 주세가 종량세인 반면 우리나라는 종가세인 것이 이유“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고보니 지난해부터 정부가 맥주를 포함, 50여 년 만에 주세 체계를 개편한다고 했는데 한동안 감감무소식이었다. 지난해 7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맥주 과세체계 개선방안’을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한 것이 개편의 시작이었다. 조세연은 맥주에 붙는 세금을 현행 출고가 기준으로 산정하는 종가세에서 알코올 도수나 전체 양으로 매기는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여론은 업종에 따라 크게 달랐다. 수입 맥주 업체들은 “종량세로 바뀌면 수출 원가가 높아져도 ℓ당 세금이 같아 일부 해외 공급자는 원가를 올릴 수 있다”며 우려했다. 반면 국내 수제 맥주 업체들은 “종량세가 도입되면 주세 부담 완화로 새롭고 품질 좋은 맥주를 선보일 수 있다”며 환영했다.
‘복병’이 갑자기 나타났다. 소주였다. “종량세로 전환되면 알코올 도수에 따라 세금이 부과돼 소주값이 오를 수 있다”며 소주업계가 반발했다. ‘소주는 서민의 술’이라는 인식도 이를 거들었다. 기획재정부는 애초 지난 4월 말이나 5월 초 발표하려던 주세 개편안 초안의 발표를 이유 없이 미뤘다. 기재부 측은 “주종(酒種) 간, 동일 주종 내에서 업계 간 종량세 전환에 이견이 있어 이견 조율과 실무 검토에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유를 댔다. 기재부가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 주세법 개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일부에서는 “개정을 영영 미룰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렇게 진통 끝에 나온 초안이 지난 3일 발표됐다. 하지만 내용은 어정쩡했다. 요약하면 맥주ㆍ막걸리는 종량세로 전환하고, 소주ㆍ위스키는 종가세로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영국, 독일 등 대부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주세 체계는 종량세가 채택돼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라 봐도 무방하다. 지나친 ‘눈치 보기’ 끝에 나온 듯한 초안을 보면서 김 빠진 씁쓸한 술맛이 떠오르는 이유는 왜일까.
신상윤 모바일섹션 이슈팀장 ken@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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