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동산고, 동산중 탁구부의 단체사진. 두 팀은 2000년 이후 한국 남자 중고탁구에서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맨 오른쪽 뒤가 권오신 감독이다. [사진=박건태 기자]
대전동산고, 동산중 탁구부의 단체사진. 두 팀은 2000년 이후 한국 남자 중고탁구에서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맨 오른쪽 뒤가 권오신 감독이다. [사진=박건태 기자]

한국중고탁구연맹(회장 손범규)과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월간탁구가 공동으로 진행한 ‘탁구 명문교를 찾아서’ 시리즈가 당초 기획했던 10편으로 막을 내립니다. 마지막 편은 2000년대 들어 한국 남자탁구의 명문으로 우뚝 선 대전동산고입니다. 탁구팬과 독자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주>

탁구전용체육관인 행촌체육관에서 훈련하고 있는 대전동산중고 및  대전동문초 선수들. [사진=박건태 기자]
탁구전용체육관인 행촌체육관에서 훈련하고 있는 대전동산중고 및 대전동문초 선수들. [사진=박건태 기자]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대전)=유병철 박건태 기자] 3년 전인 2016년 얘기 하나. 그해 9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주니어탁구선수권에서 한국은 최강 중국을 3-2로 꺾고 남자 단체전에서 우승했다. 이어진 12월,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세계주니어탁구선수권 준결승에서 한국은 다시 중국을 3-2로 눌렀다. 중국이 이 대회에서 결승에 오르지 못한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 이렇게 연속으로 만리장성을 허문 주니어 남자선수들은 조승민(20 삼성생명) 김대우(20 보람할렐루야) 안재현(19 삼성생명)으로 당시 모두 대전동산고(이하 동산고) 소속이었다. 심지어 벤치도 서영균 당시 동산고코치(동산고 출신, 현재는 미래에셋대우 여자팀 코치)였다. 이 3명은 현재 모두 국가대표이고, 특히 안재현은 지난 2019년 4월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서 ‘157위의 3위 쾌거’를 달성했다. 조금 더 보자. 현재 16명의 한국남자 국가대표 중 동산탁구는 5명을 배출했다. 위에서 언급한 3명에 임종훈(22 KGC인삼공사)과 정성일(15 동산중)이 합류했다. 장성일은 유일한 중학생 국가대표로 뽑혔다. 16명 중 5명이니 현재 한국 남자탁구에서 1/3 정도의 비중으로 봐도 무방하다. 조금 시선을 내려 중고대회를 보자. 2000년 동산중 창단 때(동산고는 2001년 창단) 코치로 합류해 이제는 동산고 감독을 맡고 있는 권오신 감독은 “단체전 우승이 35번은 되는 것 같다. 솔직히 개인전 우승은 정확히 헤아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창단 초기를 제외하면 중고등학교는 매년 보통 2개씩은 단체전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아니, 이렇게 숫자로 따질 것이 아니다. 2018년 대한탁구협회는 초중고대에 실업까지 모든 팀을 포함해서 대한민국 최고의 탁구팀을 뽑았는데 바로 그 팀이 대전동산고였다. 동산고는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탁구 사상 처음으로 단체전 5연패의 기염을 토했다. 이쯤이면 그냥 대전의 남자 주니어탁구가 역대급으로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대전동산중고 선배들이 대전동문초 선수들을 앞에 놓고 다시 한 번 포즈를 취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최고의 시설에서 함께 연습하니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경우가 자주 나온다. [사진=박건태 기자]
대전동산중고 선배들이 대전동문초 선수들을 앞에 놓고 다시 한 번 포즈를 취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최고의 시설에서 함께 연습하니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경우가 자주 나온다. [사진=박건태 기자]

비결 하나, ‘탁구인 이사장’ 손영화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비결’이다. 단일학교가 탁구에서 이렇게 놀라운 성적을 내는 이유 말이다. 첫 번째가 이유가 뚜렷하다. 바로 탁구인 출신이 이사장이기 때문이다(국내 이런 학교가 없다). 대전동산중고가 속해 있는 학교법인 행촌학원의 손영화 이사장(63)은 학창시절 취미생활로 탁구를 시작했고, 고2 때까지 선수생활을 했다. 대전시체육회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박일순 전 대전시탁구협회장이 동기다. 1994년 손기철 행촌학원 설립자가 작고하면서 부친의 바통을 이어받은 손영화 이사장은 탁구부를 창단했고, 2001년에는 고등학교 창단과 함께 탁구전용체육관인 행촌체육관을 만들었다. 국비 6억 원을 확보했지만, 탁구에 최적화된, 원하는 규모의 체육관을 짓는 데는 크게 모자라자 사재 10억 원 이상을 선뜻 내놓았다. 그리고 선수들의 숙소와 훈련환경 등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선수뿐 아니라 지도자들도 우대했다. 초중고 탁구지도자들은 불안정한 신분에 보수도 낮았다. 이에 권오신 코치를 데려오면서 학교 행정실 직원으로 채용하고, 교육대학원을 마치고 정식교사로 뽑는 등 안정된 환경에서 선수들을 지도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지금도 동산중고는 졸업생들이 원할 경우, 코치와 개인코치로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손영화 이사장은 1996년부터 2005년까지 대전시탁구협회장을 역임했고, 2006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간 한국중고탁구연맹 회장을 맡았다. 2007년에는 (사)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 대전시회장으로 교원노조와의 단체교섭을 전국최초로 타결하게 만드는 등 교육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이에 2013년 국민교육 유공자로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다. 가장 최근인 지난 4월에는 대전시체육회 학교체육위원장에 만장일치로 선출됐다.

행촌체육관의 벽에 걸려 있는 포스터. 안재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동산의 탁구는 한국을 넘어 세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박건태 기자]
행촌체육관의 벽에 걸려 있는 포스터. 안재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동산의 탁구는 한국을 넘어 세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박건태 기자]

비결 둘, 기량이 느는 일관시스템 사기업으로 따지면 그룹총수가 해당종목을 좋아하니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이에 유망주가 몰려오고, 이 시스템에 속한 선수들은 기량이 짧은 시간에 크게 신장하는 것이다. 동산의 탁구는 대전동문초-동산중고-한남대-KT&G인삼공사로 이어진다. 특히, 초중고는 행촌체육관에서 함께 훈련한다. 선배들이 어린 선수들을 볼을 받아주니 동산의 멤버가 되면, 기량이 일취월장한다. 중2 때까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안재현이나, 이번에 중학생 국가대표가 된 장성일이 대표적인 예다. 동산탁구의 멤버가 잠재력을 터트리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오는 8월 대전동문초등학교에도 현대식 탁구체육관이 들어서면 훈련여건은 더 좋아진다. 일본의 탁구용품업체 니타쿠로부터 14년째 의류를 후원 받고 있다. 이처럼 중고 탁구팀으로는 완벽에 가까운 조건을 갖춘 동산탁구는 활발한 국제교류도 펼이고 있다. 6월 중순 싱가포르탁구협회가 남자 주니어팀을 보내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자매결연을 맺어 1월에는 동산중고팀이 싱가포르로 가고, 여름에는 싱가포르가 오기로 약정했다. 일본 쿄도에 있는 ‘동산고’와도 이미 자매결연을 맺었고, 한때 호주와도 자매결연을 맺어 교류전을 실시했다.

비결 셋, 인성이 우선사실 동산중고는 ‘공부’와 ‘인성교육’으로도 유명하다. 대전의 명문사학으로 대입성취도가 높다.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로 선정됐고, 2014년에는 인성교육 우수 모델학교로 지정된 바 있다. 인성을 바탕으로 공부면 공부, 탁구면 탁구를 최선을 다해 노력하자는 풍토를 만든 것이다. 권오신 감독은 “탁구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사실 손영화 이사장님이나 학교 자체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인성이다. 좋은 인성이 바탕이 되면, 탁구실력은 노력하는 만큼 저절로 따라온다는 것이 저희 학교의 모토”라고 설명했다. 이쯤이면 동산고는 대전의 자랑이다. 손영화 이사장과 친구 사이인 박일순 대전시체육회 사무처장이 동산탁구의 발전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왔고, 박 처장에 이에 대전시탁구협회장이 된 방기봉(61 한국특수메달공업 대표) 회장도 내년 도쿄올림픽에 대전동산중고 선수들을 견학보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산의 ‘2000년 이후 최강’은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고교 톱랭커인 3학년 3명이 실업팀으로 빠져나가도, 2학년 이지환와 정남주 등이 건재하고, 1학년에는 ‘탁구신동’ 조대성(대광고2)에 도전하는 이기훈 등이 버티고 있다. 여기에 내년에는 중학생 국가대표 장성일을 비롯 장한재, 김장원이 고등학교로 올라온다. 또 동산중도 이재현(2학년) 이호윤(1학년) 등 멤버가 탄탄하고 향후 동문초로부터 이정목(6학년) 권혁(5학년)을 차례로 수급 받는다. 한국 남자탁구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대전의 동산탁구를 보면 된다. ■ 동영상 레슨


sport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