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수정 기자] 영화 ‘비스트’는 낯선 범죄 영화다. 인물들의 감정을 보여주기 위해 서사를 생략한 과감함이 만든 결과다. 이정호 감독은 친절한 설명으로 효과적인 몰입을 유도하는 익숙한 방법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결국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어렵고 이질적인 분위기 탓에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지만, 시도만큼은 빛난다. ‘비스트’는 희대의 살인마를 잡을 결정적 단서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살인 사건을 은폐한 형사 한수(이성민 분)와 이를 눈치 챈 라이벌 형사 민태(유재명 분)의 쫓고 쫓기는 내용을 담은 영화다. 영화 ‘베스트셀러’ ‘방황하는 칼날’을 통해 벼랑 끝에 내몰린 인물들의 처절함을 담은 이정호 감독의 신작이다. ▲ 프랑스 영화가 원작이다. 리메이크를 결심한 이유가 무엇인가? “2000대 초반 영화인데도 70년대 클래식 느와르 느낌이 나는 매력적인 영화였다. 마지막에 두 형사가 총을 겨눈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딱 한 단어로 규정이 될 수 없는 감정을 두 사람 다 가지고 있었다. 그 마음이 느껴졌다. 씁쓸함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원작과는 많이 변화를 하되 그 정서를 유지하고 싶었다.” ▲ 인물들의 전사나 관계 설명이 빠져있다. 불친절하다는 반응까지 감수하며 선택한 이유는?“시나리오를 쓸 때는 과거 사연을 쓴 적도 있고, 개인사를 집어넣기도 했다. 결국은 본질하고는 거리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정확한 원인이 있으면 안정적일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떤 형사들이 있고, 조직 안에서 평판이 다르다. 그냥 그렇게만 출발을 하고 싶었다. 그게 그 사람을 꾸준히 지켜보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을 했다.” ▲ 전혜진의 변신이 인상적이다. 캐릭터 성별을 변경하면서까지 원했던 배경은 무엇인가? “원작에서는 정보원이 남자였다. 처음에는 20대 초반 날 것을 가진 남자 배우를 생각했는데 쉽게 찾지를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전혜진을 만났는데 기존에 가진 도시적 이미지 외에 엉뚱함도 있더라. 돌출적인 행동과 건들거리는 이상한 모습들, 말투도 독특했다. 내가 못 봤던 모습에서 이상한 에너지를 느꼈다. 술 먹다가 삐딱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모험을 걸어보자고 결심했다.”
▲ 이성민과는 세 번째 호흡이다. 어려운 캐릭터를 꾸준히 맡겼다는 점에서 신뢰가 엿보인다. “내 시나리오 문체가 독특한데 그 부분을 제일 잘 아는 분이다. 해석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제는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안다. 내가 오랜만에 연출을 했는데, 요즘에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조언도 해주셨다. 많이 도움을 주셨다.” ▲ 이야기가 아닌 감정으로 스릴을 만들어야 했다. 서스펜스를 위해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보통은 스토리를 먼저 짜는데 이번에는 인물을 중심을 뒀다. 두 형사의 감정을 처음부터 쌓으려고 했다. 거기서 서스펜스가 나온다고 생각을 했다. 초반부터 두 사람의 입장과 그들이 느끼는 소외, 열등감을 너무 드러내지 않는 선에서 느껴지도록 만들려고 했다. 안개와 갯벌이 많이 나오는데, 안개에 쌓인 비밀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여주려고 했다.” ▲ 전작이나 캐스팅 등 익숙한 것을 선택하지 않는다. “영화는 인생의 한 단락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극적인 순간을 담아야 한다. 한수라는 사람의 인생에서는 선을 넘는 것이 그 순간이다. 민태도 그렇다. 극적인 것들이 조합되는 순간이 가장 영화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 영화가 어렵다는 관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 사이에서 늘 고민을 한다. 이 영화가 그렇다고 달에서 떨어진 영화는 아니다. 이번 영화는 두 형사의 관계와 각자의 입장들을 중심으로 보시면 더 좋을 것 같다. 세 짐승이 어떻게 변모해가고 마주치는지를 봐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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