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G20이 DMZ 북미회동에 빛이 바랜데다, 동북아 정세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자임해왔건만 주요 결정과정에서 번번이 ‘재팬 패싱’ 수모를 겪어온 일본이었다.
하지만 아베가 국제무역질서를 거스르는 조치일 수도 있는 카드를 꺼내든 가장 큰 이유는 일제의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판결에 대한 불만으로 보인다. 이전 한국 정부가 자신들에 우호적이었던데 반해, 문재인 정부들어서는 자신들이 원하는 바가 좀처럼 관철되지 않아 정치적으로 상처를 입은 아베였다.
이번 수출규제 발언으로 일단 속은 시원할지 모르겠다. 이달 하순 열릴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고, 우익 여론의 지지를 끌어내기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단순히 한국 반도체산업에 타격을 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상식적인 한국과 일본 전문가들의 견해다. 일본부품 의존도를 줄여야한다는 국내의 목소리는 더 높아졌고, 일반 국민들 역시 일본제품 불매운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일본 자동차, 유니클로, 일본 맥주 생산기업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을 찾는 한국관광객 수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도 교과서왜곡, 독도문제, 위안부 사과문제 등에 대한 일본정부의 태도에 대한 국민적인 반감으로 ‘불매운동’이 촉발된 적이 있다. 이번 아베정부의 결정 역시 이런 부메랑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과거 정부에서는 ‘한일관계’를 고려해 일본의 잘못된 결정에도 모호한 태도를 보이며 일본을 달래기도 했지만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 WTO제소는 물론 일본 수출품을 규제하자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일무역적자는 241억달러(28조2000억원)에 이른다.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정치적, 국제적 소득을 얻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의 주요 시장 중 하나인 한국을 자극한 댓가가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것은 간과한 듯하다.
정치, 더군다나 국제정치는 단순한 보복조치로 상대에 타격을 준다고 승리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하지 않다. 좋든 싫든 수많은 분야에서 얽히고 설킨 양국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아베가 꺼내든 도끼는 자신의 발등을 찍을 지도 모른다.
김성진 선임기자/withyj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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