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색된 한일관계…성사 가능성도…불발땐 11월 APEC회의 기회 남아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막이 오르는 ‘제69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24일)을 하기로 함에 따라 총회에 참석할 예정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회담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두 정상은 일본 측의 역사왜곡 문제 탓에 한ㆍ일 관계가 급랭돼 그간 국제 외교무대에서 몇 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박 대통령 취임 후 양자 정상회담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올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선 두 정상은 스쳐 지나갔고, 3월 네덜란드 헤이그의 핵안보정상회의에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주선으로 마지못해 한 테이블에 앉은 게 전부다.
일단 다자외교의 ‘큰 장’인 유엔에서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공식적인 회담을 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일본 측이 성의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한ㆍ일 정상간 만남은 무의미하다는 게 박 대통령의 일관된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아베 총리는 여러 경로를 통해 한ㆍ일 정상회담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지만, 틀어질대로 틀어진 두 나라 관계 복원의 출발점인 역사왜곡 문제를 풀 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면서 남북 통일ㆍ대북 메시지를 국제 사회에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알려져 아베 총리와 회담 필요성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분위기도 두 정상의 공식 만남의 시급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그러나 최악의 한ㆍ일 관계를 두 정상이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8ㆍ15 경축사를 통해 내년이 한ㆍ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인 점을 거론하고 미래지향적 한ㆍ일 관계의 원년을 만들자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대표적인 지일(知日)파인 유흥수 주일대사의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유 대사가 고령임에도 장고 끝에 그를 기용한 건 한ㆍ일 관계 회복의 미션을 준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유흥수 대사는 최근 “현재의 나쁜 한일관계, 정상적이지 못한 한일관계가 더는 계속돼서는 안 된다”면서 “이제 원상 또는 정상으로 회복돼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회담이 유엔에서 불발된다 해도 기회는 11월에 또 마련된다. 중국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나 같은 달 미얀마에서 열리는 ‘아세안+3 정상회의’ 등이 무대다. 이들 이벤트는 다자 정상회의의 성격이어서 한ㆍ일 양국이 따로 공을 들여야 양자 정상회담이 성사된다. 중ㆍ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상황에서 일본의 태도변화 여하에 따라 한ㆍ일 정상의 만남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때마침 지난 11일엔 한ㆍ중ㆍ일 3국의 차관보급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고위급 회의가 서울에서 열려 동북아 3국의 소통을 위한 채널이 서서히 달궈지는 분위기다.
홍성원 기자/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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