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1조원어치가 팔린 파생금융상품(DLF)이 심각한 원금손실 상태에 빠지면서 사태가 일파만파다.

세계 경기 침체 공포 속에 각국 장기채 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이와 연동된 파생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은행과 일부 증권사 등에서 작년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 사이 약 1조원어치 판매한 금리 연계형 DLS가 현재 적게는 -40%, 많게는 -90% 이상 손실률을 기록 중이다. 당장 내달부터 만기인데 원금의 완전손실까지도 예상된다.

10여년 전 ‘키코(KIKO) 사태’가 떠오른다. 2008년 외환파생상품 ‘키코’에 가입했다가 피해를 입었던 피해기업들은 이번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사태가 “10년 전과 판박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불안전 판매에 대한 고강도 조사를 예고 하고 있다. 이미 금융감독원에는 불완전 판매를 주장하는 소비자들의 분쟁조정 신청이 29건 접수됐다. 파생금융상품 투자손실 책임은 원칙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있다. 하지만 은행들이 판매 과정에서 손실 가능성을 과소평가해 판매 했다면 이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현행 금융관련 법에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직접 금융회사의 책임을 물을 근거가 부족하다. 자본시장법이 불완전판매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규정하고 있지만,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배임 소지를 피하려면 법원 판결이 필요하다. 시일도 오래 걸리고 예방도 어렵다.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의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수시로 의견이 충돌했던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이 DLS사태에 대해서는 철저히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게 이채롭다. 이상동몽(異床同夢). 방법은 다르지만 지향점은 같은 모습이다.

금융위는 이번 사태가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국회 통과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금감원은 은행의 금융상품 판매관행을 혁신할 압박카드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다.

은행들의 반발로 키코 관련 분조위는 오랜기간 결론을 못내고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 산하 분쟁조정위원회에서 보상비율 20~30%가 논의되고 있지만, 은행들은 받아들일수 없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소송도 불사할 태세다. 금감원은 DLS 사태를 계기로, 키코 관련에서도 은행들을 ‘압박’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위의 키코사태 해결에 대한 기류도 달라질 예정이다. 그동안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키코가 분쟁조정 대상이 되는지 의문”이라며 금감원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새로운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금감원과 협력을 모색해야 하는 은성수 후보자의 입장은 다르다. DLS사태까지 터지면서, 다소 전향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10년째 표류 중인 금소법도 힘을 받을 전망이다. 금융소비자 보호는 문재인 정부의 중요 정책과제지만, 20대 국회에 막혀 아직 시행을 못하고 있다. 금소법은 금융소비자 보호와 관련한 제도적 기반을 촘촘하게 마련하는 게 핵심이다.

적합성·적정성·설명의무·불공정영업행위 금지·부당 권유행위 금지·광고 규제 등 ‘6대 판매행위’ 원칙이 전 금융상품으로확대 적용되는 게 골자다. 그간 금융투자 상품과 일부 보험상품에는 적용돼 왔지만 이를 은행이 판매하는 상품으로 확대됐다.

6대 판매원칙의 실효성을 강화할 수 있는 징벌적 과징금, 손해배상 입증 책임전환, 위법계약 해지권 등의 수단도 도입된다. 특히 그간 과태료 성격의 제재만 받던 금융회사에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된 것은 금융회사 영업 관행 자체의 변화를 촉구할 수 있는 장치 중 하나다.

또 금융회사가 소비자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피해가 예상되면 금융당국이 판매를 금지하는 판매제한 명령권도 도입된다. 그 밖에 금융소비자 관련 분쟁 조정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길도 마련된다.

원금을 다 날릴수 있는 DLS 상품의 분류가 중위험상품으로 돼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위험에 따른 분류가 잘못된 금융상품은 금융사들이 책임을 지게 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원금손실 위험이 따르는 금융상품은 금융회사 창구에서 제대로 팔려야 한다. 투자자들은 바로 알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치 않으면, 다시 소를 키울 수 없다. 이번에라도 제대로 외양간을 지어야 하다. 씁쓸한 이유에서지만 그래도 ‘동상이몽’이던 금융당국이 이번에는 같은 방향을 보는 듯해 반갑다.

김나래 IB금융섹션 IB증권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