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307년 ‘영국전쟁’이 분수령을 맞았다. 18일(현지시간) 치러지는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는 영국전쟁의 종지부가 될지 새로운 출발이 될지를 판가름하게 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많은 영국인들은 스코틀랜드 분리독립으로 포괄적인 영국 정체성이 파열될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지난 수십년간 그 충성심은 지속적으로 균열을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300년 넘게 ‘연합왕국(United Kingdom)’의 한 지붕 아래 살던 ‘영국성(Britishness)’의 정신분열증이 깊어진 까닭은 무엇일까.
▶‘대영제국’ 미련, 또다른 영국병=영국인들은 자신의 국가를 ‘그레이트 브리튼(Great Britain)이라고 부른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등 왕국 연합을 통칭하는 말이지만, 한 때 세계의 4분의 1을 지배한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의 자부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말이기도 하다.
영국을 분열로 이끈 것은 또 다른 영국병인 ‘대영제국’의 망령이다. 잉글랜드를 중심으로 한 영국인들은 연합왕국을 유지하며 세계 무대에 ‘영국(UK)’ 브랜드를 유지하려고 한다.
그러나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지지자들은 “UK를 영국 제국주의의 가식”으로 평가한다. 스코틀랜드 독립을 찬성하는 가수 빌리 브래그는 에딘버러 무대에서 “영국은 쿨하지 않아요, 당신도 알다시피/진정 더이상 위대하지도 않지요”라고 노래했다.
FT는 “제국주의 몰락은 부와 힘, 사람의 제국주의적 비전도 함께 사장시켰다”며 ‘영국성’을 와해시키는 원인으로 진단했다. 여기에 “20세기 영국 국민을 엮어줬던 영국철강과 영국석탄과 같은 국영기업도 모습을 감췄고 종교 역시 국민을 단결시키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단일 영국의 정체성 강화를 위한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균열의 봉합은 무위로 끝났다. 스코틀랜드 출신 고든 브라운 전 총리는 재임기간 영국 정체성을 강화하려고 노력했지만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할지 조차 제대로 합의하지 못했다고 FT는 지적했다.
▶스코틀랜드 내부분열도 심각=300년이라는 시간은 스코틀랜드 내부도 분열시켰다. 세대ㆍ성별ㆍ출신지역 등에 따라 찬반의견이 갈리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고 있는 형국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 조사에 따르면, 25∼34세 청년층에서는 독립 찬성(57%)이 반대(43%)를 14% 포인트 앞섰지만, 65세 이상 노년층에서는 반대(61%) 의견이 찬성(39%)보다 월등히 많았다. 노년층은 연금 수령이나 의료 서비스 혜택 축소 등을 우려해 독립에 반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여성 응답자는 독립 반대(55%)가 찬성(45%)보다 우세했지만 남성은 찬성(52%)이 반대(48%)보다 앞섰다.
그러나 FT는 스코틀랜드가 이번 투표를 계기로 독자적 정체성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덤 톰킨스 글래스고대 교수는 “근본적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15년쯤 뒤 또다시 분리독립을 묻는 주민투표를 추진할 것”이라면서 그 때가 되면 독립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로운 영국(New Britain)’을 찾아서=일각에서는 새로운 영국을 생각해야 할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스코틀랜드 독립 지지론자인 로빈 틸브룩 변호사는 “스코틀랜드 독립 움직임은 모든 주류 정당이 제압하려고 했던 ‘영국 민족주의’를 촉발시킬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잉글랜드 민족주의’도 고개를 들고 있다. 잉글랜드의 주도권을 주창하는 보수당 원로 존 레드우드는 “이제 사람들이 영국(England)을 위해 목소리를 낼 때”라면서 “우리가 함께 번영하는 것과 함께 잉글랜드가 스코틀랜드 등과의 관계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보수당 의원 앤드류 로신델은 “만일 스코틀랜드가 독립한다면, 영국은 상처받을 것이고 비통하고 모욕감이 들 것”이라면서도 “영국(UK)은 호주나 캐나다와 같은 연방제를 채택할 수 있다”며 “이 체제 안에서 각 지역은 자체 정부를 갖고, 영국 의회는 외교와 국방 문제만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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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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