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유연성·경기 대응력 약화 우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복지분야의 법정지출 확대로 정부가 반드시 지급해야 하는 의무지출 예산이 매년 15조~20조원씩 증가해 재정의 유연성과 경기 대응력 약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출을 의무화하는 기초연금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구직자 취업촉진법 등 관련 법령의 개정과 예산 심사를 연계해야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국회예산정책처의 ‘의무지출 사업 예산안 분석’ 보고서를 보면 법률에 의해 정부의 지출 의무 및 규모가 결정되는 의무지출 예산 규모는 지난해 217조원에서 올해(본예산 기준) 239조3000억원으로 22조3000억원 늘어난 데 이어, 내년엔 255조6000억원으로 다시 16조3000억원 증가한다.

이어 2021년에 270조7000억원, 2022년 289조5000억원으로 증가하고, 2023년엔 302조8000억원을 기록하면서 처음 300조원을 돌파한다. 전체 예산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51.0%에서 내년(49.8%)과 2021년(49.5%)엔 전체 재정지출 확대로 50%를 약간 밑돌지만, 2022년부터 다시 50%를 넘어서게 된다. 지난 2011년 우리나라 전체 예산(309조1000억원)이 처음 300조원을 넘었던 것을 감안하면, 의무지출액이 12년만에 전체 예산 규모로 확대되는 것이다.

이처럼 의무지출이 급증하는 것은 복지분야 법정지출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기초연금을 비롯한 복지 분야의 법정지출은 올해 106조6800억원에서 내년 120조1611억원으로 13조4811억원 증가해 전체 증가액의 대부분인 82.5%를 차지한다. 이어 공공자금관리기금과 주택도시기금의 국공채 이자상환 등에 따른 이자지출이 올해 15조8860억원에서 내년 17조9405억원으로 2조545억원 증가하며, 쌀 소득직불금 등 기타 의무지출이 5조1888억원에서 5조9378억원으로 7490억원 늘어난다.

복지분야 법정지출의 세부 내역을 보면 기초연금 지급액이 올해 11조4952억원에서 내년 13조1765억원으로 1조6813억원 증가하고, 생계·의료급여 등 기초생활보장 의무지출이 1조1245억원 증가한다. 국민연금·공무원연금 등 4대 공적연금 지출액이 5조3633억원, 건강보험·고용보험 등 사회보험 지출액이 4조7024억원 늘어나고, 아동수당 등 기타 복지지출도 5420억원 늘어난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장기 재정전망에 따르면 의무지출은 향후에도 연평균 3.1% 증가해 2050년에는 614조2000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60.5%에 달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복지분야 의무지출은 2030년 185조3000억원, 2040년 262조7000억원, 2050년에는 347조7000억원으로 연평균 3.9% 늘어나고, 전체 의무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50년 56.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예산정책처는 “포용국가 정책기조에 따른 복지 확대와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법정복지지출이 전체 의무지출 증가를 주도할 전망”이라며 “의무지출의 지속적인 증가는 재정의 신축성과 경기 대응력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해준 기자/hj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