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사업장 수주 비리 만연
서울도 ‘무이자 이주비’ 공약 속출
“계도기간 필요” vs “비리 끊어내야”
정부와 서울시가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에 참여한 건설사들의 수주 공약에 문제가 있다며 수사 의뢰를 한 것을 놓고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다른 정비사업지에서도 비슷한 수주 공약이 종종 있어 왔는데 방치하다가 이제와서 단속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이번에 본보기를 보여 정비사업장의 부조리를 씻어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광주 풍향구역에서는 ‘이주비 이자 지원 전액 무이자’, ‘광주 최고 일반분양가 보장’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A 건설사가 시공사로 선정됐다. 해당 공약들은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이번 한남3구역 특별점검에서 ‘직접적으로 조합원에게 금전적 이익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불법 소지가 있다며 수사의뢰한 것과 동일한 형태다. A 건설사에 패배한 B 건설사 역시 수주에 고배를 마시기는 했지만 ‘사업비·이주비 무이자 대여’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총 2995가구를 짓는 사업비 8000억원 규모의 이 대형 재개발은 광주 지역에서는 계속해서 수주 과열 우려가 지적된 사업장이었다. 건설사들이 암암리에 조합원들에게 현금을 뿌리고 여행을 보내준다는 소문까지 퍼지며 혼탁 양상을 보였다. 결국 며칠 전에는 일부 조합원이 시공사 선정 과정에 불법이 있었다며 재선정을 요구하고 나서는 일까지 벌어진 상태다.
그럼에도 정부는 해당 사업장에 대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한남3구역에 대해 특별점검에 나선 것과는 딴판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 정비사업은 사실상 무법지대”라며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서울에만 집중한 사이 대형건설사들이 지방 수주를 강화하면서 혼탁 양상은 서울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이라고 해서 정부가 수주 비리에 대해 동일한 잣대로 대응한 것도 아니다. 올초부터 시공사 선정관련 잡음이 일었던 구로구 고척4구역에서는 입찰에 참여한 C 건설사와 D 건설사가 사업비와 이주비를 무이자로 대여해주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상호비방전이 격화됐다. 우여곡절 끝에 C 사와 D 사가 화해해 공동으로 수주했는데, 이 과정에서 국토부나 서울시가 현장점검을 한 것은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인력 등 행정력의 한계로 인해 전국의 모든 사업장을 다 단속하기에는 여력이 부족한 것은 맞다”며 “한남3구역의 경우 지나치게 과열돼 특별점검에 나선 것이며, 정부는 수주 비리를 엄단하겠다는 일관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특정 구역만 겨냥해 단속한다는 인상을 주자 일각에서는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위법이 아니라는 자체 법률 검토 결과와 기존의 수주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약을 제시했는데 정부가 수사 의뢰까지 할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지난해 관련 법 개정 이후 적용 과정에서 관행과 상충하는 점이 있다면 처벌보다는 계도가 우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참에 일벌백계로 다스려 정비사업의 수주비리를 끊어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김은유 법무법인 강산 변호사는 “이번에 적발된 것은 관련법에 비춰보면 명백한 불법”이라며 “법이 바뀌었는데도 기존의 관행을 고집하는 건설업계에 경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향훈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는 “최저 분양가 보장이나 이주비 무이자 대여 같은 것은 정책적으로 정해진 것인데 건설사가 해주겠다고 공약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장밋빛 공약을 내세워 수주해놓고 후에 나몰라라 하는 일이 반복되는 일을 막기 위해 엄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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