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유재수(55)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을 무마한 혐의를 받는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이 구속을 면했다. 법원은 ‘법치주의를 후퇴시켰다’고 표현하며 조 전 장관의 혐의가 소명됐다고 판단하면서 구속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해 향후 검찰의 영장 재청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부장판사는 27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청구된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권 부장판사는 조 전 장관의 혐의가 상당부분 소명됐다고 판단하면서도 구속 필요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은 영장 재청구 여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오히려 법원이 혐의 성립을 수긍했기 때문에 보강수사를 통해 결론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4개월 넘게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이어진 상황에서 무리하게 구속을 시도한다는 비판이 따를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조 전 장관은 현재 감찰 무마 외에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인 가족비리 사건과 청와대의 울산시장 개입 사건에서도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다. 배우자 정경심(57)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가 차명으로 사모펀드를 통로로 삼아 차명 주식 거래를 한 부분은 조 전 장관에게 고위공직자의 직접 투자를 금지한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정 교수가 주식을 싸게 사들인 차액 만큼을 조 전 장관의 뇌물수수로 볼 소지도 있다. 하지만 동일한 사안으로 이미 정 교수가 구속돼 있고, 이번 감찰무마 사건 영장심사에서도 배우자가 구속된 상황이 참작된 점을 감안하면 여기서도 새로 구속을 시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검찰은 울산시장 선거부정 사건과 관련해 임동호(51)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영장에 한병도(52)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함께 조 전 장관을 피의자로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감찰을 중단시킨 행위가 직권남용이라는 점을 법원으로부터 확인받은 만큼, 유 전 부시장의 ‘구명 청탁’을 한 여권 관계자들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다만 조 전 장관의 신병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 재직 당시 감찰 중단을 지시한 이가 따로 있는지에 관한 규명 과정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권 부장판사는 이날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범죄혐의는 상당 부분 소명됐다”며 감찰 무마 혐의를 인정했다. 특히 이례적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는 지적까지 덧붙였다. 권 부장판사는 특히 조 전 장관을 향해 “직권을 남용해 유재수에 대한 감찰을 중단한 결과,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권 부장판사는 다만 유 전 부시장이 사표를 제출하는 조치는 이뤄졌고, 조 전 장관이 개인적인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범행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또 조 전 장관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배우자 정경심 교수가 다른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조 전 장관은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유 전 부시장의 비위사실을 확인됐는데도 특별감찰을 중단하도록 부당하게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업체 대표 등 4명으로부터 총 495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먼저 구속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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