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도 제법 잘하고 가정환경도 꽤 좋은 초등학생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소년에게 절망적이고 엄청난 위기가 닥쳐왔다. IQ 테스트를 실시한다는 것이었다. 평소 테스트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있던 소년은 IQ 테스트를 실시하러 들어오는 상담교사를 보자 갑자기 긴장했다. 그 상담교사가 마치 무서운 꿈을 꿀 때 나타나는 악마처럼 느껴졌다.
평소 책도 잘 읽고 발표도 잘하던 소년은 시험 때만 되면 긴장하여 제대로 시험을 치루지 못하곤 했다. 그래서 소년은 이번만큼은 정말로 잘해야겠다는 의욕을 가지고 있었다. 마침내 상담교사가 테스트 시작을 알렸다. “자, 지금부터 문제를 푸세요.”
그러나 이번만큼은 반드시 잘해내고야 말겠다는 다짐은 의욕에 그쳤을 뿐, 막상 테스트가 시작되자 소년은 너무 당황해 문제를 풀 수 없었다. 그러자 소년의 심장은 마구 쿵쾅거리기 시작했고, 연필을 쥔 손에는 땀이 나 연필을 제대로 잡을 수조차 없었다. 야속하게도 다른 친구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문제를 잘 풀고 있었다. 친구들이 아무런 어려움 없이 문제를 푸는 것을 본 소년은 더욱 당황했고, 마침내 온몸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다른 친구들이 문제 한 페이지를 다 풀고 다음 장을 넘기는 소리가 들리는데도, 소년은 처음 두 문제를 가지고 끙끙대고 있었다. IQ 테스트를 하는 시간은 그 소년의 삶에서 가장 절망적인 시간이었다.
당연하게도 IQ 검사 결과에 소년의 그런 절박한 심정이 반영되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그 소년의 IQ는 0에 가까운 것으로 나왔고, 그 소년에게는 저능아라는 딱지가 붙게 되었다. 그러자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의 선생님들은 아무도 그 저능아에게 기대를 하지 않았고 요구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소년은 많은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담임선생님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그게 무슨 소용인가? 부질없는 짓이었다. 한번 저능아로 낙인찍힌 그 소년은 이미 인생의 낙오자가 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선생님들은 그 소년이 저능아와 같은 행동을 하고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할 때 오히려 만족스러워했다. 그리고 선생님들이 만족해 하니 소년도 그런 행동을 반복했다. 소년은 일단 한번 들어가면 헤어나지 못하는 미로처럼, 빠져나오기 힘든 수렁에 들어선 것처럼 보였다. 만약 그 소년에게 알렉사 선생님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소년은 어쩌면 저능아라는 낙인을 평생 떼어내지 못한 채 살아갔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의 삶은 어땠을까?
그 소년의 삶에서 알렉사 선생님은 한 줄기 빛이었다. 3학년 때까지의 선생님들은 나이도 많고, 테스트 결과를 철석같이 신봉하는 분들이었다. 그러나 갓 대학을 졸업한 알렉사 선생님은 IQ 테스트 점수가 무엇인지도 몰랐고, 또 그 결과에 신경 쓰지도 않았다. 알렉사 선생님이 IQ 테스트를 잘 모른다는 사실은 그 소년에게 행운이었다. 알렉사 선생님은 소년이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소년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것을 얻어내곤 했다. 왜 그랬을까? 그 이유는 단순했다. 그 소년은 3학년 때까지 담임선생님들에게 했던 것보다 더 많이 그 선생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소년은 알렉사라는 선생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선생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열심히 준비하고 공부해야 했다. 만약 선생님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았다면 그 소년은 청혼하고 싶을 정도로 그 선생님을 좋아했다. 그럴수록 그 선생님보다 그 소년 자신이 더욱더 놀라게 되었다. “아니 내가 이렇게 잘할 수 있다니.”
그 소년은 자신이 그렇게 잘할 수 있을지 전혀 몰랐다. 난생 처음으로 전 과목 A를 받은 학생이 되었고, 그 후에도 계속 그런 상태를 유지했다. 그 소년은 다름 아닌 예일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성공지능(SQ)을 제안한 로버트 J. 스턴버그다.
◇ 이제는 성공지능 시대다.
스턴버그는 심리학을 전공하고, 심리측정을 연구한 끝에 지능에는 IQ로 파악되지 않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인간의 지능을 다중적 구조로 파악하고 지능증진 프로그램 개발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세계적인 심리학자 가운데 하나다.
미국 예일 대학교의 교수인 그는 21세기와 같은 다양성의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주로 IQ보다는 분석력, 창의력 및 실천적 능력으로 구성된 SQ가 높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자년에는 SQ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보자. SQ란, 성공지능(successful intelligence)지수를 의미한다. 성공지능 이론은 인간의 지적 능력을 보다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주기 때문에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그래서 이번 호부터는 SQ에 관한 컬럼을 3회에 걸쳐 연재하고자 한다.
▣ 글 : 최창호 심리학박사 / 컬럼리스트 / 헤럴드에듀 전문위원 겸 홍보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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