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사업시작 후 국내로 건너와
제과·관광 등으로 사업 기틀 마련
석유화학까지 영역 확대하며 재계5위로 발돋음
말년엔 두 아들 경영권 분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롯데그룹을 국내 5대 재벌로 성장시킨 신격호 명예회장이 19일 오후 99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신 명예회장을 끝으로, 개발 시대에 재계를 호령했던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과 정주영 현대 회장, 구인회 LG회장, 최종현 SK회장 등 5대 그룹의 창업 1세대 경영인들이 모두 유명을 달리했다.
혈혈단신 일본 건너가…껌 사업 뛰어들며 1948년 ㈜롯데 설립
신 명예회장은 맨손으로 한국과 양국을 오가며 대기업을 키워낸 자수성가형 기업가다. 당초 식품과 유통, 관광 등 내수 산업에서 업계 1위 기업을 키워내는 성과를 냈지만, 최근에는 석유화학 분야까지 진출하며 수출 기업으로 우뚝 섰다.
신 명예회장은 1921년 경남 울산에서 5남 5녀의 첫째로 태어났다. 일제강점기인 1941년 혈혈단신 일본으로 건너가 신문과 우유 배달 등을 하며 학비를 벌었다.
그는 1944년에야 선반(절삭공구)용 기름을 제조하는 공장을 세우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2차 대전에 공장이 전소하며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그간의 시련을 보상하는 듯 비누와 화장품 사업이 잘되며 재기에 성공했다. 이어 껌 사업에 뛰어들며 지난 1948년 (주)롯데를 설립했다. 이후 초콜릿, 캔디, 비스킷, 아이스크림, 청량음료 부문에도 진출해 성공을 거뒀다.
일본에서 사업을 일으킨 신 명예회장은 고국으로 눈을 돌렸다. 비록 일본에서 사업에 성공하긴 했지만, 언제나 조국인 한국에서도 자신이 만든 과자로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에 한·일 수교 이후 한국 투자 길이 열리자 지난 1967년 롯데제과를 설립했다.
국내 최대 식품기업의 면모를 갖춘 롯데는 관광과 유통, 화학과 건설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특히 그는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는 반드시 관광을 통한 ‘입국(立國)’에 따라 롯데호텔과 롯데월드, 롯데면세점 등 관광 산업에 대규모의 투자를 했다. 국내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 건설도 신 명예회장이 지난 1987년 “서울 잠실에 초고층 빌딩을 짓겠다”며 대지를 매입하면서부터 시작했다. 신 명예회장은 관광 산업을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5년 관광산업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신 명예회장은 국내 5대 대기업으로 키워냈지만, 사실 말년은 순탄치 않았다. 특히 지난 2015년에는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의 경영권 분쟁이 터지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 이 과정에서 장남의 편에 선 신 명예회장은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롯데그룹 경영에도 완전히 손을 뗐다.
여기에 건강에도 이상신호가 왔다. 경영권 갈등 속에서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고, 90대의 고령에 수감 위기에 처하는 등 수난을 겪기도 했다. 이에 법원은 그에게 정상적인 사무처리 능력이 없다며 사단법인 선을 한정후견인(법정대리인)으로 지정했다.
신 명예회장은 두 아들과 함께 경영비리 혐의로 2017년 12월 징역 4년 및 벌금 35억원을 선고받았다. 다만 건강상의 이유로 법정 구속은 면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 여사와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 차남 신동빈 회장,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와 딸 신유미 씨 등이 있다. 신춘호 농심 회장, 신경숙 씨, 신선호 일본 식품회사 산사스 사장, 신정숙 씨, 신준호 푸르밀 회장, 신정희 동화면세점 부회장이 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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