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투기바람 일어난 것, 원위치로 돌아가야 한다. 강남 불패라고 하는데, 그 문제에 관한 한 대통령도 불패다.” 누구 말일까.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11월 한 방송에서 했던 말이다. 당시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는 내용의 ‘10·19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직후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올해 집값대책의 목적을 오른 집값의 “원상회복”이라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원위치’ 발언을 연상시킨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고 한 것도 노 대통령의 ‘불패’ 선언과 다르지 않다.
최근 논란이 되는 ‘집값 담합’에 대한 처벌 방침도 노무현 정부 버전2.0처럼 보인다. 집값이 폭등하던 2006년 당시 노 정부는 아파트 부녀회 등 집값 담합행위에 대해 형사 처벌 방침을 발표했다. 그런데 당시엔 처벌 규정이 없었다. 공정거래법에서 담합은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사업자 자격이 없는 부녀회를 조사할 수 없었다. 처벌 계획은 흐지부지됐다.
이번엔 처벌 규정을 만들었다. 오는 21일 시행하는 공인중개사법을 개정했다. 33조 ‘금지행위’ 조항에 규제 대상을 중개업자뿐 아니라 부녀회 등 일반인까지 포함시켰다. ‘누구든지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줄 목적으로 개업 공인중개사 등의 업무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그리고 업무 방해 내용으로 ‘안내문, 온라인 게시판 등을 통해 특정 가격 이하로 중개를 의뢰하지 않도록 유도’, ‘중개업자 등에 대가를 약속하고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표시·광고하도록 유도’하는 행위 등을 포함했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하는 규정도 정했다. 여기서 주목할 건 새로 만든 처벌 규정이 ‘담합’이 아닌 ‘업무방해’라는 사실이다. 공정거래법상 담합은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짜고 그 분야의 실질적인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다. 기본적으로 집주인이나 부녀회가 사업자가 아니어서 담합 규제의 대상이 아니다.
무엇보다 집주인들이 모여 집값을 높게 내놓자고 약속하는 행위가 실제 경쟁을 제한하는 것인지 판단하기도 어렵다. 매수자가 대상 집값이 너무 비싸다고 판단하면 주변 다른 집을 사면되기 때문이다. 시장 범위를 해당 아파트뿐 아니라 동, 구, 시로 확대할 수 있어 실제 경쟁이 얼마나 제한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담합은 특히 담합을 통해 실제로 부당한 이익을 거둔 게 확인돼야 처벌할 수 있다. 부녀회가 현수막을 내걸었다고 집값이 올라간 건지, 시장 상황에 따라 상승한 건지 판단하기 애매할 때가 더 많다. 따라서 정부가 4일 “모든 유형별 집값 담합 행위를 집중 모니터링하고 법 시행 즉시 집값 담합 수사 활동을 전개하겠다”고 한 건 틀린 말이다. 모든 중개업자의 ‘업무방해’ 행위를 단속하겠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중개업자에 대한 업무방해가 실제 일어나는 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불가피하다. 한 중개업자는 “우린 매물이 부족한 집값 상승기엔 집주인에게 비싸게 팔아주겠다고 매물이 나오도록 유도하고, 집을 살 사람이 없는 집값 하락기엔 더 싸게 내놓아야 집이 팔린다며 집주인을 설득하는 게 기본적인 업무”라면서 “도대체 업무방해는 어디서 일어나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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