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골프는 엄청나게 넓은 땅에 자연을 훼손하면서 만들고 소수의 사람들만 즐기는 부유층의 전유물일까? 전 세계 골프장의 절반을 가진 미국에서는 보통 사람들을 위한 일상 속의 골프장이 시도되고 있다. 미국 뿐만 아니라 태국에서도 미래의 골프를 위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 3곳을 소개한다. 우리의 미래일 수 있는 실험이자 지속가능한 골프는 한국 골프장들에게도 주요한 과제다.
■ 티잉 구역 없는 코스 울프포인트 2005년에 항공엔지니어였던 골프 애호가 마이크 누조는 텍사스주 남동쪽 멕시코만에 가까운 라카바 카운티의 너른 황야에 골프코스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코스 디자인을 위한 전문 교육이나 훈련을 받은 적은 없지만 골프광이었던 그는 친구였던 텍사스 농장주 알 스트레인저와 의기투합했다. 그리고 스트레인저의 집을 에워싸는 둥근 부지에 전장 7천야드 이상의 18홀 정규 코스 울프포인트 랜치를 만들었다. 가운데 클럽하우스를 겸한 너비 650제곱미터에 달하는 코스를 짓는 비용은 300만 달러(36억6천만원)에 불과했다. 미국에서 골프 경기가 바닥을 치던 2008년에 코스를 만들었다는 것도 놀랍지만, 목장 주인인 알 스트레인저의 집을 에워싼 공간이 파3 코스를 넘기는 정도의 땅에 정규 골프장을 만들었다는 점이 놀랍다. 초소형 공간에 정규 코스가 가능했던 이유는 티잉구역을 별도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홀을 마치면 그린을 벗어나 티를 꽂고 샷을 하면 된다. 유럽에서 초창기 골프도 그러했다. 벙커 60개는 대부분 그린 근처에 있다. 페어웨이 벙커는 없으나 다양한 마운드가 코스의 난도를 높인다. 가운데 호수가 있고 개울이 코스를 둘러싸고 흐르는 울프포인트는 잔디를 깎는 지역이 대부분의 코스의 절반 수준인 36만4217제곱미터, 스프링클러 꼭지는 750개만 설치됐다. 연 강수량이 127cm에 불과해 관개시설도 만들지 않았다.
이 코스는 전반적으로 상식적인 설계와 건축이 돋보인다. 각 홀에는 기복을 주고 저습지를 설치해서 플레이하는 곳의 물이 빨리 빠질 수 있게 하는 동시에 플레이에 흥미와 개성을 더했다. 과감한 형태로 조성한 그린은 경사가 심하고 표면의 배수를 위해 가장자리를 비스듬히 잘라냈다. 잡종 버뮤다를 심고 대부분의 그린보다 높게 자르기 때문에 스팀프미터로 2.7미터 정도가 나오지만 그래도 충분히 빠른 편이다.부자의 개인 놀이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곳의 위대한 점은 지속가능한 골프장 설계와 저렴한 운영에 있다. 누조는 코스를 다 만든 다음 오리건주에서 골프장 그린키퍼로 일하던 오랜 친구 돈 매허피를 초빙해 코스 관리와 운영을 맡겼다. 페어웨이는 단단하고 빠르며, 그린 가장자리는 엉성하지만 그린 콤플렉스는 교묘하고, 단순한 풍경과 복잡한 전략을 영리하게 결합해냈다. 다섯 명의 직원이 관리하지만 볼을 잃어버릴 염려는 없으며, 다양한 샷을 요구하기 때문에 플레이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울프포인트 클럽&랜치는 숨어있는 최고의 골프코스로 손꼽힐 만하다. 코스 평가를 냉혹하게 하기로 소문난 천재 설계가 탐 독이 텍사스주에서의 최고 코스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코스 바로 옆에는 골프장 전용 활주로가 만들어져 있다. 소유주인 스트레인저가 2016년에 79세로 세상을 떠나면서 골프장은 다른 이에게 넘어갔지만 이 골프장은 공간이 좁아도 충분히 코스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 골프와 피트니스의 결합 그레이트라이프‘그레이트라이프’라는 회사명에서 연상되듯 릭 패런트는 골프와 피트니스를 결합한 사업을 만들어냈다. 캔자스시티 힐크레스트 로드 토피카에 본사를 둔 골프장 운영 체인 그레이트라이프골프&피트니스에 가입하면 한 달에 30달러가 안 되는 돈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다. 대신 1년 단위로 가입해야 한다. 특별한 계절에만 가입하고 빠지는 사람을 막기 위해서다. 15개의 골프장을 보유한 올해 56세의 사업가 패런트는 총 50여개의 코스를 운용한다. 그레이트라이프의 회원들은 20곳의 피트니스 센터를 이용할 수 있고, 미주리주로 넓히면 23개 코스, 사우스다코타주에서도 12개 코스를 더 이용할 수 있다. 현재 패런트가 프랜차이즈를 추진하고 있어서 이들 코스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어떻게 해서 골프를 그렇게 싼 값에 공급할 수 있는 걸까? 다수의 피트니스클럽들처럼 등록만 하고 나오지 않는 사람들의 기여가 크다. 참여가 적은 회원들이 시설을 많이 이용하는 다른 회원들을 사실상 보조하는 개념이다. 게다가 몇몇 코스의 품질은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여러 곳의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다는 건 좋은 혜택이다. 그리고 몸 관리에 관심이 많은 젊은 세대들을 새롭게 골프장으로 이끈다는 점에서 골프의 미래 시장을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그레이트라이프는 회원에 가입하면 7개의 코스를 저렴하게 이용하는 기본형인 시그니처, 여기에 연계된 6개의 골프장을 추가한 클래식, 피트니스만 이용하는 3가지 옵션으로 이용할 수 있다. 더 나은 코스에서 플레이를 하려면 돈을 더 지불해야 한다. 패런트는 이같은 회원제 이용방식이 잠재력이 있고 새로운 골퍼를 만들어낸다고 자신한다. “골프계가 고전하는 데는 코스들이 너무 어렵고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좋은 기회다. 피트니스는 젊은 세대들을 골프장으로 인도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 세 개의 6홀 모아 18홀 태국 니칸티 현대 스포츠는 대부분이 시간을 줄이고 있다. 한 라운드에 4시간반 이상 걸리거나 오가는데 하루 종일 써야하는 골프도 이와 다르지 않다. 굳이 18홀을 다 쳐야 하나라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 그렇다고 9홀만 치는 건 뭔가 부족해 보인다. 태국 수도 방콕 동쪽 약 90분 거리의 나콘파톰의 니칸티 골프클럽(파72 6789야드)도 스코어카드에 6홀이 세 개로 구성되어 있다. 2014년12월에 개장한 이 코스는 인-아웃 코스 9홀씩 18홀이 아니라 6홀씩 3개의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2014년 태국의 로컬 설계가인 피라퐁 나마트라 골프이스트 대표는 두 개씩의 파 3, 파 4, 파 5홀로 이루어진 6홀을 한 꾸러미로 했다. 1번 홀에서 나갔다가 6번 홀을 마치고 클럽하우스로 들어오는 3방향 구성이다. 골퍼가 얼마의 시간 여유를 가졌는가에 따라 6, 12, 18홀 플레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코스는 비교적 편평한 대지 위에 건설되어 있지만 나마트라는 벙커를 교묘하게 활용해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어가며 샷을 하도록 만들었다. 코스의 고저 변화가 별로 없는 평지지만 벙커와 호수가 플레이 난도를 높였다. 많은 홀들이 연못을 끼고 있기 때문에 골퍼들은 신중히 거리를 계산하고 한 번에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만큼만 노리는 클럽을 선택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니칸티는 태국에서는 드물게 퍼블릭 골프장을 표방했지만 호화롭고 현대적으로 운영된다. 티오프는 15분 간격이며 요금에는 카트에 싣고 다니는 찬 음료수 가격이 포함되어 있다. 캐디피 역시 기본 사용료에 포함되어 있으며 ‘노 팁(No Tip)’을 표방한다. 모던한 클럽하우스는 풍성하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카운터는 골프클럽이라기보다 뉴 에이지 스타일의 라운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며 직원들의 유니폼도 세련되다. 그린피는 1백달러 미만의 그린피에 GPS 부착된 카트, 캐디피, 팁과 음료가 포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