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IB에 마진콜 쇄도
디폴트 피하려 CP 쏟아내
정책자금도 ‘비우량’ 기피
“美처럼 매입 특별기구 필요”
대표적인 단기자금 증권인 기업어음(CP) 시장이 대란 조짐이다. 금리가 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경색이 심화되고 있다. 이달 만기 물량은 54조원, 이 가운데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비우량 CP만 9조원에 달한다. 초대형 투자은행(IB)들도 주가연계증권(ELS) 헤지 관련 마진콜(margin call) 위협에 채무불이행(default)의 벼랑 끝으로 몰리자 유동성 확보를 위해 CP를 쏟아내고 있다. 증권사발 금융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2일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A2+ 등급 이하 비우량 CP(전자단기사채 포함)의 4월 만기도래물량은 8조8640억원으로 집계됐다. 오는 6월까지로 기간을 늘리면 17조8000억원으로 늘어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우량 등급을 포함한 전체 CP(전단채, 자산유동화CP 포함)의 이달 만기 물량(지난달 31일 기준 잔존만기 29일 이내 물량)은 53조9000억원이다. 전단채(27조9000억원), ABCP(13조6000억원), CP(12조5000억원) 등이다. 비우량 CP·전단채가 이달 만기 물량의 20%를 넘게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채권안정펀드나 회사채 신속인수제 등 정부가 최근 발표한 지원정책은 회사채 매입에 집중돼 있다. 유동성 공급이 간절한 기업들은 단기 조달로 CP 시장의 문을 먼저 두드릴 수 밖에 없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이달 2조원 가량의 CP 매입에 나설 예정이지만, 우량등급(A1) 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단기적으로 등급이 하락한 기업에 한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CP 금리는 연일 급등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등급 A1, 만기 91일 기준 CP 금리는 지난 1일 2.21%를 찍었다. 2015년 3월 3일(2.2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증권사들이 마진콜에 따른 추가 증거금 마련 등을 위해 CP 발행을 이어가고 있다. 예탁원에 따르면 지난 1주일(3월 26일~4월 1일)간 국내 증권사들의 신규 CP 발행액은 2조800억원을 기록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채권을 자산으로 한 ABCP(유동화CP) 발행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증권사들의 PF ABCP 발행액은 13조원에 달한다.
이태훈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채안펀드 운용 관련, 경영 환경이 악화된 은행들은 CP 매입의 손실 가능성과 리스크 부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라며 “은행들은 한국은행이 미국처럼 특별기구를 설립해 CP 매입에 나서주길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정부의 100억달러 신용보증으로 별도 기구(CPFF)를 설치해 CP 매입에 나서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정부 보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법률상 손해배상책임 규정에 한은 금융통화위원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은법 25조엔 금통위원은 한은에 고의 또는 중대 과실로 손실을 끼친 경우 연대 배상 책임을 물도록 돼 있다. 서경원·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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